[원불교신문=전경진 교도] 얼마 전 법회시간 교무님 설법 중에 '신은 어디에 있는가, 어디 있는지 보았는가?' 하고 대종사가 예수교인에게 묻는 법문 내용을 들으면서, 예전에 입교한 지 얼마 안 되어 들었던, 설법 내용이 다시 생각이 났다.

종교가 내 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종교가 과연 꼭 필요한 것인지 확신이 없었던 나에게 확연하게 다가온 법문이었다. 당시 사은은 교당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길마다 골목마다 설치되어 있는, 아주 잘 만들어진, 사각지대도 없이 '항상' 작동하는 CCTV에 비유한 설법이었다.  

'CCTV처럼 언제나 사은의 눈이 나의 생활과 마음을 보고 있다'라는 생각이, 마음이, 그리고 믿음이 나의 생활을 입교전과 후로 아주 다르게 바꿔 놓았다. 어떤 것도 숨길 수도 숨을 수도 없다는 것이다. 어떤 일의 과정과 결과가 결국 내 마음작용이라는 걸 알며, 타인만이 아니라 내 자신에게도 더 이상 변명이 필요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주위 모든 천지만물이 부처라는 법문대로 주위 모든 인연들과의 관계, 화분에 피고 있는 풀꽃, 심지어 사용하고 있는 소소한 사물들조차 '내가 어떤 마음으로 대하고 있는가, 어떤 마음으로 사용하고 있는가' 의 선택에 대한 책임과 결과로 여지없이 나타난다. 단단한 관계가 이뤄지기도 하고 부서지기 쉬운 관계가 되어 버리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 집 거실에 '일원상'과 그 밑에 '심불(心佛)'이라는 글이 걸려있다. 기도 때마다 집을 드나들 때마다 "다 알고 있다", "다 보고 있다" 하는 것 같다. 어떨 땐 CCTV처럼, 어떨 땐 빨간불·노란불·초록불이 켜지는 신호등처럼 경고도 해주고 칭찬도 해주는 것 같다. 

일원상, 진리, 법신불 사은, 부처 많은 이름들이 있지만, 결국 하나의 신앙이 돼 수많은 경계와 선택 속에서 어둡고 뿌연 마음을 밝혀 주는 불빛이 되고, 길을 잃지 않도록 하는 나침반이 되기도 하며, 나를 지키고 좀 더 나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해주는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준다. 그럼에도 여전히 욕심과 집착에 매이고, 공부가 모자라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지만, 그때마다 다시 마음을 보려고 노력하고, 놓친 마음속 부처를 잡으려 애쓰고 있다.

하루하루 마음속 부처가 더 커지고, 힘이 세지도록, 어제보다 나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법신불 사은전에 기원하고 기도하는 공부인이 되겠다.

/대구교당

[2018년 5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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