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발달로 종이책 줄어
동네 작은서점 많이 생기길

[원불교신문=허경진 교도] 지난 주말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나에게 제주도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여름이나 겨울에나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봄의 제주도, 그 중에서도 5월의 제주를 꼭 경험해보고 싶어 조금은 무리해 짧은 일정을 만들어 봤다.

여행의 시작부터 우연이라면 우연히 며칠 전부터 읽고 있던 책 한 권이 함께 했는데 그 책은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이었다. 이 책은 권위 있는 한 출판사에서 해마다 한권씩 발행하는데 역량 있는 젊은 작가를 발굴해 독자들에게 알리는 것이 이 책의 목표이다. 

그래서 독특한 점이 하나 있다. 1년간은 책의 가격이 반값이라는 거다. 단돈 5,500원이면 작가상을 수상한 젊은 소설가들의 단편소설을 무려 7편이나 만나볼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작가의 당선소감과 역시나 실력 있는 평론가들의 소설평론까지 함께 읽을 수 있다.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반가운 책이 아닐 수 없다. 

올해로 9해째 책이 발행되고 있는데 나는 3년 전부터 해마다 이 책을 사서 보고 있다. 아니 좀 더 적극적으로 발행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정확하다.  그 이유는 당연히 젊은 작가들의 따끈따끈한 신작이니 현 시대를 작품에 잘 녹여내고 있고 동시에 톡톡 튀는 문체와 이야기 구성력이 돋보이는 소설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제주도에 도착했다. 식사를 하고 또 우연히 친구의 소개로 종달리라고 하는 작은 시골마을에 있는 작은 책방에 가게 됐다. 이런 곳에 책방이 있다니 처음에는 조금 놀랐다. 
책방에는 주인장의 선택을 받은 좋은 책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따뜻한 음악과 무료로 제공되는 향긋한 차가 있었다. 대형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에서는 만나보기 힘든 독립출판사의 책들도 많이 있다. 한참을 머물며 구경을 하고 시중에서는 구하기 힘든 마음에 드는 책을 몇 권 샀다. 

그리고 작은 책방에 마음이 홀려 제주도 곳곳에 있는 작은 서점을 찾아보니 몇 군데나 더 있는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몇 군데를 더 돌았다. 모두 주인장의 취향과 개성을 잘 살린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돋보였고 선택받아 전시되어 있는 책들 모두 가지각색이었다. 공통점이 있다면 책이라는 것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도록 아주 많이 애를 쓴 흔적들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나와 함께한 책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과 작은 '동네서점'을 보며 어쩌면 둘은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다. 종이책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손쉬운 인터넷으로 책을 구하면서 각 지역을 대표하는 오래된 서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안타까운 시기가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책을 읽고 책을 쓰는 사람들이 작고 감각적인 동네 서점을 만들어 읽히기 위해 그리고 읽힐 수 있도록 애쓰는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서점을 중심으로 함께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등 다양한 인문학 모임이 생겨난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다. 

앞서 언급한 책의 가격을 1년간 반값으로 책정하는 데는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서점에서 조금은 낯선 작가의 이름이더라도 읽어볼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을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작가를 만나는 기쁨을 독자에게 주고 싶어서 일 것이다. 1년 뒤에는 책의 가격이 시세에 맞게 정상으로 돌아간다. 1년간 작가와 작가의 좋은 작품을 알리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으니 책의 가격은 정상으로 돌아가고 독자들은 새로이 알게 된 작가들의 또 다른 작품을 찾아 읽게 되는 것이 이 책을 기획한 출판사의 시나리오였을 것이다. 

디지털 문화가 지배적인 시대이고 사회이지만 다시 많은 사람들이 종이책을 찾고 문학을 찾을 수 있도록 책이 발행되고 동네마다 작은 서점이 생기는 것은 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반갑고 기쁜 일이다. 

여기저기 꽃이 만발하고 보드라운 바람이 기분 좋았던 제주에서 생수 같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읽으며 작은 서점을 만나고 다양한 문화를 접했던 것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즐겁고 기쁜 일이었다. 

/강북교당

[2018년 5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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