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 6월 1일로 창간 49주년을 맞이한다. 원불교신문은 1969년 '일원세계의 건설, 이해 봉사의 풍토, 인간 양심의 거울'이란 사시(社是)를 내걸고 힘차게 그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원불교신문은 한국사회의 격동기와 교단의 발전사와 더불어 영욕과 고락을 함께하며 성장, 언론의 사명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 달려왔다. 역대 사장과 편집국장, 수많은 기자들의 노고에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사관(史官)은 역사의 초고인 사초(史草)를 작성하는 관리이다. 국왕의 언동과 시정의 득실, 인물의 평가와 비밀에 관한 사실 등을 견문한 바대로 직필(直筆)하여 후세에 착한 일은 권장하고 악한 일은 제재함으로써 국왕과 집권관료들의 거리낌 없이 함부로 하는 태도와 비리를 은연중에 견제하여 덕치구현에 기여했다.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500년 <조선왕조실록>을 탄생시킨 조선의 사관들, 1893권 888책이란 이 방대한 실록의 이면에는 서릿발 같은 조선의 선비정신이 형형히 빛나고 있다. 바른 역사와 직필을 위해 일개 9품 벼슬아치가 하늘 같은 왕에 맞서간 감투(敢鬪)가 있으며, 끝내 붓을 휘지 않고 초개처럼 목숨을 내던진 수많은 사관들의 붉은 자국이 선연히 남아 있다.

조선 태종때 사관 민인생(閔麟生)은 '신여부직(臣如不直) 상유황천(上有皇天)'이란 유명한 말을 남겼다. '신이 만일 곧게 쓰지 않는다면, 위에 하늘이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이 바로 '사관 위에는 하늘이 있소이다'는 명언의 근거가 된다. 사관의 지위는 낮지만, 만세의 공론(公論)을 쥐고 있으니, 위세를 두려워 해서는 안되고, 사사롭게 아부해서도 안된다. 실로 사관의 임무는 막중한 것이었다. 

오늘날은 언론이 조선시대 사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언론과 언론기관의 존재 가치는 사실에 바탕한 정보와 대중의 여론을 수집해서 독자나 시청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세상을 바르게 향도하고 대중의 삶에 유익을 주는 것이다. 손석희 앵커가 이끄는 JTBC 뉴스룸이 오늘날 한국 사회를 바꾸고 있다. 손석희씨는 참으로 용기 있는 언론인요 훌륭한 방송인이다. 군사정권은 물론 역대 정권은 언론 통제를 강도 높게 자행했다.

국가가 공권력으로 사상의 표현과 보도, 출판 등 언론 활동의 내용을 제한하는 언론 통제야말로 민주사회의 발전과 공익을 가로막는 악행 가운데 악행이다.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맞서 언론의 사명과 역할을 다해온 역대 언론인에게 삼가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 

원불교신문도 창간 50주년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원불교 교단도 개교 100년을 넘겼다. 원불교신문은 교단의 중대 사건에 대해 침묵하는 신문이 아니다. 일본 오까야마·치바법인의 사유화 실태를 심층 보도했고, 극도로 문란해진 법위사정의 현주소를 파헤쳐 드러냈다. 교단의 실상을 왜곡하지 않고 직필로 재가출가 대중과 세상에 알림으로써 잘못을 부끄러워 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여론과 대의를 세우고자 함이다. 

원불교신문이 교단의 공기(公器)로서 그 사명과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재가출가 대중의 애독과 성원을 간곡히 청원하는 바이다.

[2018년 5월 25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