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앤마음, 마음인문학연구소 공동기획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소장 고시용, 법명 원국)가 10일~11일, 법학전문대학원 5층 컨퍼런스룸에서 '깨어있는 마음, 의미와 실제'라는 주제로 2018 마음인문학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마음인문학연구소는 2010년 한국연구재단(NRF)의 인문한국(Humanities Korea)지원사업에 선정된 이후, 인문학적 토대를 바탕으로 마음공부의 이론적 배경과 체계를 정립하고 다양한 마음공부 프로그램을 개발·적용함으로써 효과를 검증해 왔다. 또한 해외석학 초청강연, 국내외 학술대회, 세계명상센터 탐방 등을 통해 전 세계 전문가 및 기관 단체들과 8년째 교류협력을 지속해오면서 마음공부 사회적 확산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8회째 맞는 국제학술대회에서도 한국, 미국, 싱가포르, 뉴질랜드의 국내외 발표자들이 삶의 구체적 국면과 연계시키는 마음공부의 다양한 관점과 논의에 관해 총 9개의 주제발표를 했다.

마음공부, 바로 세우기
'불이적(不二的) 자각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주제로 발표한 크리스 크레겔로(Christ Krageloh·법명 원선일·오클랜드 교당) 뉴질랜드 오클랜드 공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경험은 사물이 될 수 없는데도 이를 조사한다거나 연구를 할 때 사물화시키는 경향이 있다"며 마음챙김 수행에 대한 연구가 인기가 높아지면서 다양한 정의들이 시도되지만 '단기적 건강의 효과'에 대한 정의가 주를 이뤄왔음을 지적하며, 이러한 접근은 불교에서 말하는 마음챙김과는 본질적으로 다름을 주장했다.

'선불교의 수행·깨달음에 나타난 비선형적 특징에 대한 고찰'을 발표한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오용석 교수는 "깨달음이 깊어지면 원인·결과가 수직적·기계적인 아닌 창발적(創發的)·복합적으로 일어난다는 비선형적(非線型) 특징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선불교의 돈오성과 현재성이 반본환원(返本還源)의 상전이(相轉移) 관계를 맺으며, 복잡한 피드백 작용으로 얽혀있는 인드라망 그물(一卽多 多卽一)을 형성함을 밝혔다. 사람과 자연을 이어주는 이러한 관계망인 동시에 일을 매개로 수행을 도와주는 상호의존 기제로는 십우도에 나타난 '소(牛)'의 의미, 숭산행원의 '순간의 세계'와 '원(圓) 수행'을 예로 들었다.

'깨달음의 두 차원'을 발표한 마음인문학연구소 정혜정 교수는 보조국사 지눌의 돈오점수를 통해 마음공부의 올바른 의미를 되짚었다. 지눌에 따르면, 깨달음은 해오(解悟)와 증오(證悟)의 두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는데, 공적영지의 자성(본래 면목)을 밝히는 것은 '해오'이고, 자성의 근본작용이 원만한 것(원만한 각행)은 '증오'이다.

정 교수는 "현대의 알아차림(mindfulness) 수행도 지눌에 의하면 올바른 깨달음의 수행이 아니다"며 "마하시 아가 마하 빤디따는 수행자가 알아차림을 지속하면 무상을 아는 지혜 등을 얻어 열반에 이른다고 했지만, 이는 이해의 차원이고 깨달음이 전제되지 않는 점차적인 수행의 차원이어서 지눌과 다르다"고 말했다. 지눌이 <수심결>에서 밝힌 것처럼 먼저 깨달음이 선행될 때(돈오) 진실한 수행(점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음챙김, 일상 속으로
'분노와 공격성을 평화와 행복의 마음으로 바꾸는 일상적 마음챙김 수행'을 주제로 발표한 니르베이 싱(Nirbhay Singh) 미국 어거스타대학교 교수는 발바닥명상, 충동서핑, SOBER Breathing Space, Shenpa 등 마음챙김 네 가지 호흡명상을 통해 분노조절장애를 겪는 미국 청소년들이 긍정적으로 변화된 임상 결과를 소개했다.

언어 및 신체폭력을 보이는 자폐증, 지적장애를 앓거나 약물을 복용하는 청소년들에게 4주에서 8주 프로그램을 실시한 후 1~4년간 추적연구를 통해 폭력성 완화를 검증한 것이다. 싱 교수는 "네 가지 프로그램의 핵심은 일단 멈추고 호흡하는 데 있다"고 강조하고, "공격성 분노뿐 아니라 모든 화는 무언가 잘못된 것이 발생한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이를 조절하는 마음의 힘은 일상 속에서 마음챙김을 통해 기를 수 있음을 수년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고 말했다.

'깨달음의 본질, 기제 그리고 전략'을 발표한 마음인문학연구소 이기흥 교수는 "깨달음과 관련된 고담준론 및 수행은 일반인에게 일종의 외계어에 불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러한 담론과 실천에 집중하거나 자원을 투자할 시간적·심리적·재화적 여유가 충분하지 않다"며 마음공부 사회적 확산의 걸림돌을 지적했다. 대안으로 깨달음과 번뇌, 마음공부를 대중이 이해하기 쉽도록 깨달음의 영역을 인식론, 자아론, 존재론, 사고론, 대타관계의 다섯 가지로 나눈 뒤, 영역별 무명(無明)의 생성과정 및 기제를 '표층의식, 가아(假我)/에고, 집착심, 편향적 사고, 편중된 태도/관계'로, 깨달음의 과정 및 그 기제는 '심층의식, 참나, 알아차림, 온전한 사고, 공존적'으로 정리했다. 

'경악과 경이-깨어있는 삶을 위한 이정표'를 발표한 순천대학교 지리산권문화연구원 문동규 교수는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의 이론을 바탕으로 본래적인 삶, 즉 참되고 깨어있는 삶은 '경이'와 '경악'을 통해 가능하다고 했다. 경악은 우리가 그동안 느꼈던 친숙함과 편안함의 단절을, 경이는 경악을 통해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놀랍고 신기한 새로운 것을 발견함을 의미한다. 문 교수는 "우리의 마음과 존재방식의 변화는 경악을 통해 어떤 것을 지배하려는 욕구와 의지를 내던져버릴 때 가능하며, 인간이 존재자의 존재가 건네는 소리를 들을 때, 존재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한 경이에 젖어들 때 가능해진다"라고 발표했다.

전체, 연결, 정체성
'궁극에 도달하기-작은 마음에서 큰 마음으로'를 발표한 제프리 포 싱가포르 심리치료상담사협회 창립회장은 "인간의 마음은 대우주에 비롯된 소우주"라며 불교심리학, 기독교신비주의, 양자물리학, 컴퓨터공학, 생물학, 신경세포학 등 다양한 학설 및 이론이 동원도리라는 사실을 짚었다.

포 회장은 "법신(法身)이라는 것은 진리의 몸으로 유무와 일체개념들을 초월하는 절대적인 것으로, 모든 존재들을 통합하고 모든 현상들을 통합한다"며 "우주적인 수준에서 모두가 연결된 동시에, 원자적인 수준에서도 모두가 에너지의 측면에서 연결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명상법을 소개하면서 "부처님은 명상을 하면 마음이 집중되고 정화돼 모든 번뇌들이 없어진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큰 우주의 흐름에 작은 우주인 내가 하나의 진동이나 파장으로 일원화되는 과정이며, 불성을 깨닫는 일이란 내 마음의 개별심이 우주심과 연결됨을 실현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나는 나다: 의미와 실제-메타 실존치료적 관점에서'를 발표한 한국실존치료연구소 이정기 소장은 끊임없는 '나'를 질문하는 삶이 깨어있는 삶이자, 깨어있는 마음임을 강조했다. 이 소장은 '메타-실존치료'에 대한 다양한 상담사례를 소개하며 "<요한복음> 8장58절에서 예수는 자신을 'I AM'이라 지칭했는데 이는 존재 자체를 의미하는 정체성을 의미한다"며, 실존의 특징은 자신의 생각과 행위를 자각하는 의식적 자각 능력에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내 자신이 오직 나로써 존재하는 실존적 자아임을 잊지 않을 때 내면에 존재하는 초월적 관찰자를 자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주희와 왕수인에게 있어서 마음, 그리고 깨달음의 의미 차이'를 발표한 전북대학교 철학과 황갑연 교수는 "주희의 성즉리(性卽理)는 마음을 기의 영(氣之靈)으로 인식한 반면, 왕수인의 심즉리(心卽理)는 마음을 형이상의 이치로 인식했다"고 봤다. 즉 주희에게 성(性)은 역동적인 선의지가 아닌 단지 도덕법칙과 원리의 의미로만 사용되며(只存有而不活動) 성리(性理)는 심을 주체로 한 거경궁리(居敬窮理)·격물치지(格物致知)에 의해서만 실현된다. 반면 왕수인에게 심은 스스로 도덕법칙(理)을 결정하는 자율적 입법자이자 실현의 주체자로서 치양지(致良知)를 그 방법으로 내세운다. 황 교수는 마음에 대한 이러한 인식 차이로 말미암아 도심(道心)의 영역으로 진입하는 방법, 깨달음에서 수반되는 행복의 양상 등에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2018년 5월 25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