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정원우 교도] 흔히 청소년은 우리의 미래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청소년은 우리의 미래이고 희망이자 현재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국가정책과 사회적 인식이 그랬던 것처럼 미래세대이기 때문에 모든 책임과 권리를 유보시킨다면 우리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청소년이기 때문에 당연시 됐던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청소년분야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동안 당연시 되었던 것들을 깨지 않고는 미래사회에서 청소년시설의 역할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의 역할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우리 스스로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청소년들과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 시도하고 경험하면서 청소년과 함께 발전해나갈 필요가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청소년시설을 운영하는 이유는 청소년의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지만 이를 통해 많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청소년문제를 미연에 방지하는 예방적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삼동청소년회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등록한 청소년단체이며 교단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유일한 법인으로 전국적으로 16개 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을 위한 직접교화도 하고 있지만 다양한 청소년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일상에서 원불교를 알리고 원불교의 정신을 심어주는 간접교화의 형태를 띠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2015년 2월 나는 삼동청소년회에서 출가가 아닌 재가출신 1호 기관장이 됐다. 1호라는 상징성. 법인도 재가 출신 1호 기관장을 선택하면서 고민이 있었겠지만 선택받은 나 또한 고민이 많았다. 익산시청소년문화의집에서 기관장으로 근무를 시작한 첫해는 청소년시설에서 16년 근무하면서 터득한 경험과 마인드가 있다고 하지만 서툴렀고, 어색했고, 모든 게 새로웠다. 그때마다 '다른 사람을 바루고자 하거든 먼저 나를 바루고, 다른 사람을 가르치고자 하거든 먼저 내가 배우고, 다른 사람의 은혜를 받고자 하거든 먼저 내가 은혜를 베풀라'는 <대종경> 요훈품 14장 말씀을 항상 가슴에 새겼다. 매사에 솔선수범 하려 노력하고 '사람이 사람을 힘들게 하지 말자'를 지표로 삼아 일을 추진해나갔다.

청소년, 어느 곳 어떤 모습으로 있던지 소중한 존재
한 아이 키우는 데 하나의 마을 필요하듯…관심 있어야

나의 역할은 기관을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종사자들에게 원불교 정신을 심어주는 것도 당연한 것이지만 결국은 종사자와 청소년들이 이곳에 머무는 동안 얼마나 행복하게 만들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2016년부터 세계적인 이슈가 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청소년활동의 대응방안을 찾고자 몇 번의 강의와 연수에 참여하면서 얻은 결론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든 기술과 제도는 궁극적으로 사람을 자유롭고 행복하게 하기 위해 존재해야 된다는 사실이다. 

무슨 일이든지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종사자들과 소통하고 협력했다. 그들이 행복해야 우리가 만나는 청소년 또한 행복해 질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개발하고 운영해 시설의 인지도 상승은 물론 몇 개의 시설표창을 받는 등 나름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또한 인근에 있는 모현교당 교무님을 모시고 월 1회 출장법회를 갖고, 워크숍도 원불교성지가 있는 곳을 택해 성지순례를 겸하면서 원불교 정신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그렇게 지난 3년은 감사와 은혜의 날들이 됐다. 

봄에만 꽃이 피는 것은 아니다. 1년 열두 달 쉬지 않고 꽃은 피어난다. 봄에 피는 꽃만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모든 계절에 피는 꽃 모두다 꽃이기에 아름답다. 누군가의 정성과 관심으로 피어나는 화려한 꽃도 있고, 어느 이름 없는 들판이나 물가에서 스스로 피는 꽃도 있다. 모든 꽃은 소중하다. 어느 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있던 청소년은 소중하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하나의 마을이 필요하다 했고, 농사 중에 제일은 사람농사라 했다.

지난해 경산종법사님이 삼동청소년회 모든 시설에 내려주신 인농훈련(人農訓練)이라는 법문이 생각난다. 사람이 희망이고 미래라는 종법사님의 가르침을 청소년을 만날 때마다 항상 가슴에 새겨야겠다.

/익산청소년문화의집 관장

[2018년 5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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