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정인화 교무] 종교는 사랑과 도덕, 교리와 권위로 구성되고 문학과 미술, 음악과 무용으로 표현해 왔다. 사랑은 자비, 도덕은 윤리, 교리는 철학, 권위는 전통이라고 말할 수 있고 이를 통섭해 발산하는 힘을 영성이라 한다. 또 문학은 시로, 미술은 그림으로, 음악은 노래로, 무용은 몸짓이라 부르기도 한다. 주요 종교들의 문화와 예술을 확인해보자.

기독교는 성경 속에 역사, 서사, 서정적 문학의 요소가 담겨 있고 예배로 낭송되고 공유되며 문학을 꽃피웠다. 우리가 잘 아는 벤허나 십계, 부활과 죄와 벌, 천로역정 등 장엄한 인류 문학을 일궈냈던 것이다.

성당이나 교회의 성체를 보면 벽체에서 천장과 바닥, 출입문, 창문, 조명 모두가 빼어난 그림과 조각품으로 인류의 보물인 거대한 건축 예술을 보게 된다. 뿐만 아니라 사제의 로만칼라나 수녀의 베일 그리고 성당 안의 촛불을 비롯한 성구들도 색과 선, 구도와 형태로 영성의 빛을 발하고 있다.

음악은 미사(예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예배의 준비에서 시작과 끝맺음에 이르기까지 노래와 연주가 이어진다.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는 시간예술이기에 음악은 영성의 언어요, 감동의 통로이다. 과거와 미래를 연결시켜 주며 정화와 일치를 만들어 주는 하늘의 음성이자 진리의 메시지가 실려있는 기도이다.

걷고 노니는 것, 손짓과 발걸음 나아가 눈짓과 몸동작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움직임이 무용이다. 음악에 맞춘 댄스나 몸동작 또는 기도의 정적인 자세도 역시 춤이다. 성경이나 탈무드에는 기쁨의 표현으로 무용이 언급되고 하느님을 향한 신앙의 한 형태이자 진리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 자체를 춤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불교는 초기 경전인 수타니파타를 비롯, 금강경ㆍ법화경ㆍ화엄경ㆍ아함경 등 수십 가지의 성전이 웅장한 구성력과 운문, 산문을 섞은 문학적 표현으로 이뤄져 있다. 찬란한 인도의 불교문학을 받아들인 중국은 선시와 선어록 같은 문학을 꽃피웠고 우리나라는 향가와 게송, 삼국유사를 비롯, 님의 침묵, 백팔번뇌, 등신불 등 한국문학의 정신적 축으로 이어져왔다.

불교미술은 신앙과 경전의 내용을 담은 회화인 탱화와 불탑과 불상을 표현한 조각을 통해 석가모니와 불교의 정신세계를 조형화했고, 한국의 종교 문화유산이라면 거의가 불교의 건축물인 사찰과 불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장한 성음으로 들려주는 스님의 독경 염불을 독창이나 합창으로 듣노라면 삼매에 빠지게 되고 천수경이나 범패를 통해 돈오점수를 경험하기도 한다. 경전의 낭독은 성악의 발전으로 이어져 기도가와 찬가는 물론, 화려한 관현악으로 발달해 라마교, 대승불교의 음악으로 자리잡았다.

백년동안 교리와 도덕에 치우쳐 영성과 문화 소홀
이제부터 우리 맑음으로 미의식 꽃피워야 할 때

불교에서 중심을 이루는 것은 부처님께 공양 드리는 재계(齋戒)다. 재계는 음악과 더불어 무용을 병행했다. 이때 드리는 음악이 범패라면 여기에 맞춰 추는 춤이 작법이다. 작법은 신업 즉, 몸으로 드리는 공양을 말한다. 나비처럼 완만하고 부드러운 나비춤, 양손에 바라를 들고 악귀를 물리쳐 마음을 정화하는 바라춤, 북채를 양손에 들고 법고를 치며 부처님께 귀의하는 법고춤, 신비와 정동(靜動)의 극치라 할 수 있는 승무, 소원을 비는 탑돌이도 불교의 춤이다.

무교에서 무당은 굿을 통해 문학과 미술, 음악과 춤으로써 영과 육의 중재자이자 신의 역할을 한다. 문학(주술과 말)과 음악(연주와 노래)으로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미술(색과 문양)로서 영계와 현상계의 존재를 보여준다. 동시에 무당의 손과 발, 작두 타는 몸은 생사의 공간을 누빈다.

유교의 공자는 시(詩)로써 감성과 지성을 일으키고 예를 통해 도덕과 절차를 바로 세우며 천지의 조화인 음악으로 인격을 완성하라 설파했다. 이렇듯 모든 종교의 몸은 예술이라는 옷을 입고 있다.

우리는 100년 동안 교리와 도덕에 치우쳐 영성과 문화에 소홀하였다. 이제는 우리의 맑음이 미의식과 더불어 꽃피워야 할 때가 되었다. 법당과 우리가 거하는 모든 처소에서 시와 노래와 그림과 춤들이 넘실대면 참 좋겠다.

/경남교구 마산교당

[2018년 5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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