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김병관 교사]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아이들은 오른팔을 들고 나를 향해 하이파이브를 한다. 그리고 "하브루타! 하브루타!" 하며 수차례 소리치고서야 조용해진다. 아이들이 수업에 들어오는 나를 반기는 인사다. 

나의 수업은 짝꿍과 대화하듯 서로 문답하며 활동하는 방식인데, 이런 활동수업을 '하브루타 수업'이라 부른다. 하브루타는 히브리어로 '친구, 동반자'라는 의미다. 그리고 유대인들이 가정에서 아이들을 양육할 때 사용하는 '유대인 전통 교육법'이다. 내가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올 때마다 이런 인사를 건네는 아이들은 하브루타 활동수업이 즐거운가 보다. 아이들에게 '하브루타'라는 말이 낯설기보다는 신기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항상 아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수업을 시작한다. 

내가 고등학교에서 1학년 학생들과 이런 수업을 시작한 데는 이유가 있다. 나는 평소 '좋은 수업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하고 교직 생활 내내 연구하고 고민했다. 모둠 학습, 프로젝트 학습, 플립러닝(거꾸로 학습), 배움 공동체 등 여러 학습법을 배우기 위해 연수를 다니고 다양한 사례를 보고 배웠다. 그리고 실천해 봤지만 나만의 수업방식으로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더구나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IT 기기 조작이 일상화되고 스마트폰에 빠져 좀비처럼 살아가는 시대, 인터넷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고 믿는 우리 아이들에게 기존의 학습법은 다시 고려해봐야 한다.  

나는 아이들이 현대사회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자신의 삶을 행복으로 디자인하면서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돕는 수업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그 결과 자기 주도적인 사고와 행동 그리고 자아 정체성을 확립해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는 수업방식을 고민하기로 했다. 또한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 기다리고 이해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춘 학생으로 변화 발전시키고 싶었다. 다방면으로 알아본 끝에 만난 학습법이 바로 '하브루타 학습'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고재종의 시 '첫사랑'을 읽은 학생이 짝꿍에게 "너, 첫사랑 해봤니? 첫사랑이 뭐야?" 하는 질문을 진지하게 나누는 장면을 봤다. 이제 학생들은 먼저 질문하는 순발력도 발휘한다. 자신이 답변하는 것보다 친구에게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듣고 있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내 수업에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교실 가득 채운다. 누군가는 소란스러워 수업도 안 되고, 공부도 안 될 거라고 걱정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물살을 가르며 상류로 오르는 연어 떼처럼 생동감 넘치게 대화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예전처럼 주입식 수업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아직은 중학생 티를 덜 벗은 고등학교 1학년이기 때문에 에너지가 넘치는 것이 사실이다. 학생들도 그 에너지를 주체할 수가 없을 정도로 낮도깨비처럼 사방팔방으로 펄쩍펄쩍 뛰어다닌다. 그러나 언젠가는 아이들이 하브루타 활동을 통해 자신을 통제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자세를 갖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표현하면서도 상대방을 더 깊이 이해하는 청소년으로 성장할 것으로 믿는다. 나는 오늘처럼 내일도 "하브루타"를 외치며 학생들과 하이파이브로 수업을 시작할 테니까.

/원광고등학교

[2018년 5월 25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