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다간다고 악의 길을 내가 갈까 
남 안간 길 가라하면 고난인들 없을 손가
온 세상이 안 간다고 의로운 길을 내 안 갈까 
의로써 얻은 고생 인생의 진미란다 
자고로 정의란 것 인생의 정로이니  
세상이 몰라준다 한을 말고 원망마소, 
남이야 가든 말든 아니 가고 어찌하랴 
창천이 소소하야 저위에 계시나니 
있다금 마주대해 실통정 하올 것에 
내의 뜻 깊이 안다고 깊은 암시 보여주네 
말이 없는 그 가운데 수문수답 정녕하야.


글-응산 이완철(1897~1965) 종사 
출처-〈회보〉 제40호(원기22년 12월)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이 생각난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이 아니라 내가 가지 않은 길이다. 프로스트의 시는 어느 길을 택하더라도 가지 않는 길에 미련이 생기는 인생의 아이러니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잠시 인용해 보면 '어디에선가 먼 먼 훗날/ 나는 한숨 쉬며 이 이야기를 하고 있겠지/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 나는 사람들이 덜 걸은 길을 택했다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응산 선진님의 시 '갈 길'은 내가 가야 할 길에 대한 신념이 읽혀진다. 남들이 모두 간다 해도 그 길이 정의가 아니면 가지 않겠다는 의지다. 인생의 진미는 쉽게 얻은 길이 아니라 고생스럽더라도 정의롭게 얻은 것이라고 말한다. 푸른 하늘은 내 깊은 속을 알겠지, 진리는 분명 내 참 뜻을 알아 주실거야 하는 믿음을 갖고 그 정의를 향해 가겠다는 신념을 내비친다. 

각자의 목표에 따라 '갈 길'이 가까운 사람, 먼 사람, 이미 도착한 사람 등 다양하다. 우리 모두는 어떤 출발선에서 시작해 어디쯤에 와 서 있다. 발아래를 보면 또다시 어디로 향해야 할지 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응산 선진님이 수문수답을 푸른 하늘을 향해 했듯, 우리도 수많은 문답감정을 진리 전에 고하며 가야할 그 길을 끝까지 가야겠다. 그리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둔산교당

[2018년 5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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