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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 교도의 나무 이야기 17. 버드나무
김도훈 교도의 나무 이야기 17. 버드나무
  • 김도훈 교도
  • 승인 2018.05.31
  • 호수 18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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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김도훈 교도] 모든 나무와 식물들이 행복을 누리는 때입니다. 어린이날 노랫말처럼 푸르른 5월이 됐으니까요. 5월은 기온도 올라가고 적절하게 비도 내려서 나무들이 그 싱싱한 기상을 참으로 드높이는 시기이지요. 세상에서 가장 싱싱한 모습을 보이는 나무는 어떤 나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저는 감히 버드나무를 꼽고 싶습니다. 잎도 푸르지만 새로 나온 가지들도 싱싱한 녹색을 띠어 나무 전체의 푸르른 기운으로 우리 마음을 시원하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버드나무 하면 두 가지가 생각납니다. 먼저 옛 우물가에서 목이 말라 물을 청하는 선비가 급히 마시다 사레 들까 염려하여 바가지에 담은 물 위에 버들잎을 띄운 아낙네의 마음씨가 생각나네요. 버드나무 잎은 다른 나무들 잎에 비해 대체로 좁고 길게 생겼는데 그 싱싱한 모습이 잘 드러나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다른 한 가지는 제가 어릴 때(그러니까 50년 전쯤에) 장난감도 없던 시절에 버들가지를 꺾어 피리를 만들어 불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버드나무 새 가지는 껍질과 속의 단단한 목질 사이에 언제나 물기를 머금고 있어서 두 가지가 잘 분리됐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버드나무 꽃 즉 버들강아지가 달린 어린 가지로 우는 아이 얼굴에 부비면서 달래던 엄마들의 모습도 생각납니다. 당시 어른들은 버드나무 가지는 꺾어서 거꾸로 땅에 꽂아도 다시 자라나는 생명력을 가졌다고 말씀하시곤 했지요.

그런데 버드나무는 봄철에 많은 양의 화분을 공기 중으로 날려 보내기 때문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정말 불편해 하는 나무이기도 하지요. 이맘때는 그 화분들이 수정이 되어 만들어진 씨앗들을 특유의 솜털에 얹어서 하늘로 날려 보내서 또 한 번 미움을 받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버드나무들은 천변, 호숫가, 강변 등 물가에서 만날 수 있는데 그만큼 물을 좋아하는 식물입니다. 제가 버드나무와 물의 관계를 실감한 것은 세종시에 근무할 때 새벽에 가서 산책하곤 하던 저수지 수면 위를 떠다니던 버드나무 씨앗들이 심한 가뭄으로 물이 말라버린 틈을 이용해 저수지 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한 열흘 사이에 어른 키만큼 자라 있는 것을 보았을 때입니다. 그래서 우리들이 강, 호수 등으로 쉬러 갔을 때 풍경을 운치 있게 만들어주고 때로는 쉴 그늘을 제공해 주는 필수적인 요소가 바로 버드나무들입니다. 물과 잘 어우러진 버드나무 모습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 어디를 가도 발견할 수 있는 풍경이지요.

큰 수목도감을 봤더니 버드나무 종류도 수십 가지로 정말 많더군요. 우리나라 각 지역 이름까지 붙인 종류까지 말입니다. 그렇게까지 자세한 구별은 하지 못하더라도 네 가지 정도는 알아두도록 하십시다. 그냥 버드나무라고 불리는 대표선수는 키도 크고 가지도 위로 뻗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물가의 경치를 장식하는 녀석들은 대부분 가지를 치렁치렁 늘어뜨리는 수양버들이지요.

어릴 때 버들피리를 제공해 주던 개천가의 작은 버드나무들은 갯버들이라고 부릅니다. 사람 키 정도밖에 자라지 않지요. 그에 비해 매우 큰 고목으로 자라는 왕버들이라는 종류도 있습니다. 물이 가까이 있는 마을에서는 이런 왕버들을 마을의 수호목으로 모시고 있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저는 경주 양동마을 입구에서 봤습니다.

모습의 특징으로 수양버들과 갯버들은 쉽게 구분해 낼 수 있겠지만, 버드나무와 왕버들은 제법 어렵습니다. 큰 고목으로 자란 왕버들이야 별개의 문제이지만요. 한 가지 팁을 준다면 버드나무 종류들 중에서 그 큰 왕버들 잎의 길이가 가장 짧다는 사실입니다.

시원한 물가가 좋아지는 계절을 맞아서 그곳에 반드시 있을 버드나무 종류들을 구분해 보는 즐거움을 누릴 것을 권해 봅니다.

/화정교당

2015년 10월25일 경주 양동마을 입구의 왕버들.
2015년 10월25일 경주 양동마을 입구의 왕버들.

[2018년 5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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