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원광유치원·어린이집 아이들이 '원장님과 함께하는 마음공부' 시간에 경종 명상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타자녀교육 '하늘사람 하늘마음' 키워주는 곳부터
 

'하나 하면 부처님 다리 하세요/ 둘 하면 허리 펴세요/ 셋 하면 손을 무릎에/ 넷 하면 눈을 감아요.' "오늘은 원장님과 함께 경종 명상을 해볼 거예요. 딩딩딩딩 댕~." 
노래에 맞춰 허리를 곱게 편 원생들이 법당 가득 울려 퍼지는 경종소리에 살며시 눈을 감는다. 잠시 후, 집중력이 약한 2~3세 아이들은 실눈을 뜨고 주위를 살피는가 하면, 경종 명상에 제법 익숙해진 6~7세 아이들은 미동도 없이 자세를 잡고 앉아 있다. 천안원광유치원·어린이집의 마음공부 시간이다. 

경종 명상이 끝나자 서로 다투어 느낌을 나눈다. 지용이는 '마음이 행복해서 좋았다', 서준이는 '마음이 편안해서 좋았다'고 한다. 손을 번쩍 든 용기와는 달리 몸을 배배 꼬며 수줍게 발표하는 모습에 아이들은 자지러지게 웃는다. 미처 발표하지 못한 아이들이 시무룩해질 때쯤, 신나는 피아노 반주와 함께 율동이 시작된다. 어느덧 '원장님과 함께하는 마음공부 시간'이 마무리되고 아이들은 원가를 끝으로 각자 교실로 향했다. 전국 121여 곳 원광유치원·어린이집에서 만날 수 있는 이러한 풍경은 하늘마음 하늘사람을 기르는 원불교 유아인성교육 현장이다.

경종 명상을 한 느낌을 발표하고자 손 든 아이들.
"마음이 편안해서 좋았다"는 어린이와 오성 교무.

생후 36개월 골든타임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들이 명상을 통해 마음을 바라보고, 느낌을 나누는 이 과정이 유아인성발달에 굉장한 도움이 된다"는 천안원광어린이집 원장 오성 교무. 그는 출가 전 유아교육을 전공한 인연으로 현재까지 줄곧 유아교육현장을 지켜냈고, 최근에는 박사과정을 밟으며 전문가로서 실력을 쌓는 중이다. 공부를 할수록 '생후 36개월 유아교육'이 생애전반에 걸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기 때문이다. 그는 유아교육의 중요성을 미국에서 일어난 '헤드 스타트 운동'으로 설명했다. 

헤드 스타트 운동은 1965년 미국 연방정부에서 경제적·문화적으로 불우한 아동을 위해 국가가 개입해 만든 유아교육 프로그램으로, 주목적은 계층을 막론하고 교육에 있어서는 모든 아동이 공평한 출발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데 있다.

오 교무는 그 중에서도 유아인성교육에 초점을 맞췄다. "생후 36개월이 지난 아이들은 대체적으로 자기 마음을 볼 줄 안다. 자기 마음뿐 아니라 친구의 마음, 부모의 마음도 헤아릴 줄 아는 단계가 된다"며 "우리가 어리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도 마음의 상처가 있고 감정이 있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처럼 유아기 때 형성된 인성이 생애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원불교 유아인성교육은 매우 중요하고 보다 전문적인 영역이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한 그는 최근 출산율 저하로 원아들이 자연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올바른 유아교육을 위해서라도 교사 대 아동 수를 낮추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세대에는 어학이나 주입식 교육이 필요 없다. 자기주도적 사고와 창의성이 존중되는 시대다"면서 그는 "아이들이 옹알이를 하고 몸짓으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할 때 부모가 눈을 맞추고 대화해 주는 게 매우 중요하다. 지금은 영아반 교사들이 부모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며 어린이집 근무환경개선의 시급함을 강조했다.

어디든 문 닫을 곳은 없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오 교무는 유아인성교육의 필요성은 강조하면서 현실과 타협하며 문을 닫는 원광어린이집·원광유치원 소식을 접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는 "유아교육은 갈수록 전문영역이 된다. 정법이 아니면 기관 운영이 어려워지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인재를 기르는 사업으로 유아교육기관만 한 곳이 없다"며 덧붙여 "법에 맞게 운영하고, 유아교육기관에서 근무하는 출가자들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하고 좀 더 많은 인재를 양성해 간다면 지역사회 간접교화로나, 종교의 사회적 역할으로나 결코 영향력이 적다 할 수 없다"면서 교육철학이 흔들리는 교단의 안타까운 현실을 짚었다.

그나마 천안원광어린이집·유치원은 주변 공원과 인접해 있어 놀이 학습이 가능한 좋은 지리적 요건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입소문만으로 원아모집 하는 시대는 지났음을 밝힌 오 교무는 "유아인성교육에 대한 매뉴얼, 실력 있는 교사와 안전한 시설 등을 갖춰 지역사회에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 교무는 "잘되는 곳은 다 이유가 있다. 선화원광어린이집은 연초에 교사들에게 신입교도훈련을 시키고, 유성원광어린이집은 요가와 마음공부로 유아인성교육의 틀을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그가 운영하는 천안원광어린이집은 자모교화를 위해 마음공부와 대각개교절 기념 '도너츠 만들기'로 친근하게 다가가는 중이다. 

원불교 유아인성교육은 '하늘마음 하늘사람 기르기'로 정의된다. 그는 "타자녀교육의 차원에서도 모든 아이들이 내 아이라는 생각으로 유아교육에 다가섰으면 좋겠다. 유아 앞에서는 경쟁이란 단어가 필요 없다. 한 명 한 명 소중하게 대하다 보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비전이 있다. 어디든 문 닫을 곳은 없다. 살려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교단 현실을 일갈했다. 

원불교 유아교육 변천사
교단 유아교육기관은 교정원 교화훈련부  천심회에 소속된다. 천심회 담당 최도웅 교무를 만나 원불교 유아교육 변천사를 들어봤다. 최 교무는 "원불교 유아교육은 일원의 진리에 입각한 원만한 인격인을 양성하는 데 그 목적이 있고, 그 시작은 소태산 대종사가 어린이를 '하늘사람'이라 규명하며 유아교육에 깊은 관심을 가진 데서 비롯한다"고 설명했다. 

실질적으로 불법연구회 시절, 원기26년 박창기 선진이 총부 주위에 있는 아이들을 중심으로 '자공회(自供會)'를 조직해 법회와 공부, 생활 예절을 가르쳐 교단 최초로 유아교육을 시작했다. 학습뿐 아니라 예절교육을 통해 유아인성교육에도 정성을 들인 흔적을 알 수 있다. 또한 원기27년 4월, 대종사가 예회 석상에서 '타자녀 교육 양성법'을 실행하기 위해 보육과 탁아사업을 위한 자육원을 설립하라고 설법해, 황정신행 선진이 공회당 서쪽 방에 유치원을 설치하고 10여 명의 아이들을 가르친 기록이 방길튼 교무의 저서 <소태산 대종사님 발길따라>에 기록돼 있다. 

원기29년에는 정산종사가 최초로 탁아소 보모를 임명하고, 원기33년에는 서울 보화원에 황정신행 선진을 원장으로 임명하게 된다. 원기45년에는 정읍 원광유치원에 김도종 교무를 원장으로 임명해 실질적으로 유아교육의 성장기를 맞이했다고 볼 수 있다. 정읍 원광유치원은 원기38년 6월12일 원불교에서 최초로 국가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아 설립한 유치원이다. 

이후 대산종사 시대부터 원불교 유아교육기관이 불어나기 시작했고, 국가적으로도 보육이 아닌 교육의 의미로 유치원을 바라보게 되면서 연령도 만3세로 인하해 모든 유아에게 골고루 교육적 혜택을 받게 했다. 원기80년부터는 전국 각 교구별로 유아교육기관이 설립돼 원기103년 현재 121개(유치원 12, 어린이집 109)가 운영되고 있다. 

원불교 유아교육의 도약기를 맞은 원기68년 '제1회 원불교 전국 유아교육자 협의회 및 세미나'를 통해 유아교육의 발전을 위한 협의회 발족이 발의돼 원기80년 4월 '천심회'가 교정원 교화훈련부 소속 단체등록을 마쳤다. 

천심회는 마음공부를 통해 도학과 과학을 겸비한 원만인의 육성을 유아교육의 이념으로 삼고, 해마다 원장 연수, 원광유아교사 연수, 중간관리자 연수, 재무회계담당자 연수 등을 통해 원불교 유아인성교육의 특성화를 연구·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교정원 법인사무국에서 원기103년 1월 유아법인기관 대표 및 직원들을 대상으로 법인교육을 실시했다. 

[2018년 6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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