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는 이웃의 소개로 만났다. 그때는 아파트에 엘리베이터가 드물던 시절이었다. 계단을 올라가다보면 가끔 그 아주머니를 만나곤 했는데, 나보고 교당에 한번 같이 나가자고 말을 건넸다. 나는 신중히 결정하는 스타일이라 그 뒤로  1년 정도 교당 가자는 소리를 더 들었던 것 같다.

어느 날 익산 총부에 큰 행사가 있으니 놀러간다 생각하고 한번 가보자고 다시 말씀하신다. 돈은 당신이 내니까 걱정 말란다. 그래서 마음을 내고 따라갔던 때가 '소태산대종사탄생백주년기념대회'였다. 아직도 기억이 선명할 정도로 당시 총부는 너무도 아름다웠다. 군데군데 심어놓은 튤립이 참 예뻤고 심어놓은 사람들의 정성도 느껴졌다. 총부는 정숙하고 정돈이 잘된 것으로 기억된다. 그래서 '아~ 사람들이 많아도 이렇게 질서있는 곳이 있구나'라고 느꼈다.

그런데 산통이 깨지는 일이 생겼다. 원광대학교에서 진행했던 기념대회에서다. 그때 하늘에 해무리가 멋지게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사회자가 해무리가 떴다고 대중들에게 '대종사님'하고 불러보자고 한 것이다. 대종사님이 우리를 알아보시고 나타나신 거란다. 대중들이 따라서 대종사님하고 외친다. 이게 뭔가 싶었다. 기독교에서 하나님을 찾는 사이비같다는 느낌이 들어 총부에서 좋았던 감정도 다 깨지는 순간이었다.

돌아와서 같이 교당나가자는 말에 참 많이 망설여졌다. 내심 갈까 말까 하는데 결정이 되질 않았다. 그러다가 교당에 몇 번을 나가게 됐다. 동진주교당이었다. 당시에 동진주교당 교무님이 상시법회 출석자가 30명이 됐으면 좋겠다고 자주 말씀하셨다. 한단이 십일일단인데 당시 26~7명 정도 숫자였다. 

만일 그때 30명 교화단이 꽉 채워져 있었다면 아마 교화단에도 들어가지 않았고, 교당도 잘 다니지 않았을 것인데 왠지 숫자를 채워넣어야 한다는 그 말씀에 들어갈까 말까 고민이 됐다. 그러한 갈등을 하고 있다는 것을 나의 입교연원인 이도선 교도가 잘 알고 있던 터였다. 그래서 머릿수 채우는 기념으로 한번 해보자며 법인절 기도때 교화단에 들게 됐다.

28세 젊은 나이 고민과 갈등 컸던 만큼 오롯히 기도해
김중묵 종사 인과 법문…우연한 체험 신심 더욱 깊어져

28세 젊은 나이에 고민과 갈등이 컸던만큼 나의 신앙생활은 정말 오롯했던 것 같다. 집에서도 아침 6시에 일어나 청수를 떠다 놓고 기도를 했다. 당시 조석심고는 잘 몰랐지만 교당에서 준 기도문을 꼭 올렸다. 집안 사촌 일로 강원도에 있는 군대에 면회를 다녀왔을 때 새벽 1~2시였지만, 변함없이 6시에 일어나 정성스레 청수를 떠놓고 기도 올린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이렇게 기도를 모시면서 교당을 다녔다. 그때는 살기도 막막하고 힘겨운 나날들이었는데 기도를 하면서 위로와 안심도  많이 얻었던 것 같다.

교도로서 법회도 잘 다녔지만 무엇보다 재밌게 활동한 것은 진주교구 합창단 활동이었다. 올해 미주서부교구로 발령받은 유정혜 교무가 당시 4~5살이었는데 합창연습에 데리고 다녔다. 또 집에 와서도 합창연습을 자주했는데, 언젠가 딸이 다른 친구들에 비해 성가를 많이 알고 있다고 자랑하는 것을 들어 신기하고 기쁘기도 한 기억이 난다. 또 총부에 행사가 있을 때 합창단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교당에서는 젊은 사람이 왔다고 법회 를 마치고 나면 커피 당번도 맡겼는데, 아무것도 몰랐지만 정말 즐거웠다. 언젠가는 교당에서 양산 김중묵 종사가 인과에 대해 강의를 해줬는데 깊이 감명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어느 날 사업을 하는 중에 인가받아야 할 일이 생겼다. 인가가 쉽게 나지 않았다. 남편과  딸, 나 이렇게 세식구가 다정하게 손을 잡고 법회를 가는데 인가를 내줄 공무원이 그 모습을 보았던 모양이다. 그 모습을 보고 인상이 좋았던지 나중에 어렵지 않게 사업 인가가 났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선진들께서 강의하러 주변 교당에 오실 때에도 꼭 들으러 다니기도 했다.

나의 연원인 동진주교당 이도선 교도는 참 신심이 깊은 분이다. 향타원 박은국 종사를 지극하게 간병했고, 지금은 남원 경애원에서 보은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아들은 현재 불광교당에 근무하고 있는 김성덕 교무다.

/중앙여자원로수도원

[2018년 6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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