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지은 교무] 소태산 대종사, 하루는 경성 수양원에서,  앞뒤 뜰에 풀 난 것을 보고 직접 제초도 하고, 낙엽도 긁어 도량을 청정히 한 후 여러 사람에게 말씀한다. '내가 오늘 제초한 뜻을 아는가? 각 지방에 나가 있는 교무들은 언제든지 교편만 쥐고 앉았을 것이 아니라 그 교당을 수호할 줄도 알고 제초 등 초목을 가꾸어줄 줄도 알며, 기구 등속을 정리할 줄 도 알아야 한다.'

간사 때나, 영산선학대학교 기숙사 생활을 할 때, 또 교무로 발령을 받아 교당 생활을 할 때, 내 눈에 비친 교무들의 인상은 '대청소를 잘한다'는 것이었다. 이불 수납장을 맞추어 교당의 이불들을 정리하는 대공사도 척척 해내고, 엄두가 안 날 만큼 물건들이 가득 쌓인 창고도 하루 날 잡아 청소하고 나면 말끔하게 변신했다. 그렇게 대청소를 해서 버릴 것은 버리고, 있는 비품들을 정리정돈을 하고 나면 그 개운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 선배 교무님들을 보면서, 대종사의 도량정결에 대한 가르침이 차츰 이해가 돼갔다. 

어느 날 교당을 처음으로 방문한 어느 목사 사모가 생활관에 올라오자마자 주임교무에게 , '올라오는데 어쩌면 이렇게 먼지 하나 없을 수가 있어요?' 하며 감탄했다. '도량정결이 곧 교화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다. 당시 주임교무는 식사만 하면 걸레를 들고 이곳 저곳  쓰윽 쓰윽 닦는 것이 습관이 됐었다. 청소란 '해야만 하는 일'이었던 나와는 달리, 여유로이 무심으로 하는 듯한 모습에서 선심이 느껴졌다. 

소태산 대종사는 잡초 제거하는 뜻을 우리 마음공부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오늘도 악심, 내일도 악심, 매일 매일 궂은 마음이 땅에서 잡초 나오듯 자라나나니, 그런 데에는 뜰의 잡초를 뽑아주는 것과 같이 그 나오는 악심을 능히 제거할 줄 알아야 할지니라.'(〈회보〉11호)

무엇이나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은 없다.  한번 마음을 새롭게 먹었다 해서 그 마음이 저절로 지속될 수는 없다. 좋은 마음 상태를 한결같이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일매일 머리를 들이미는 조그만 잡초들을 뽑아내는 마음의 제초작업을 부지런히 해주어야 한다. 

얼마 전 원다르마센터 정원의 잡초를 뽑았다. 비 온 뒤라 땅이 부드럽기도 했지만,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한 잡초들은 손가는 대로 가볍게 쑥쑥 뽑혔다. 우리 마음의 사심도, 이렇게 고개를 막 내밀 때 뽑으면  나중에 힘들일 것이 없이 수월할 것이다. 습관은 처음 한 번 맛을 보고, 두 번, 세 번 자꾸 자꾸 해버릇하는 가운데 그 힘이 세진다. 심전농사(心田農事)를 잘 짓는 농부는 이 이치를 알아 잡초의 뿌리가 깊이 내리기 전에 요령있게 뽑는다. 

그러기로 하면 매일매일 마음을 조사하고 마음을 새로이 하는 시간이 없으면 안될 것이다. 밭을 그대로 두면 잡초가 무성하여 쓸모없는 땅이 되듯이, 우리 마음도 괜찮은 줄 알고 오늘 방치하고 내일도 그대로 두면, 어느 새 어디서부터 풀을 매야할 지 엄두도 나지 않는 묵정밭이 될 것이다.

부지런한 농부가 되자. 자기 심전도 맬 줄 아는 동시에 남의 심전까지 매어줄 줄 알라는 소태산 대종사의 당부가 새롭다. 

/미주총부법인

[2018년 6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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