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임병학 교수] "가고가니 내로구나." '가고가니 내로구나'는 흘러가는 물에 담긴 뜻을 노래한 것으로 갈 왕(往)과 내 천(川)으로 집약된다. 왕(往)은 올 래(來)와 함께 논의되기 때문에 여기서는 물이 흘러가는 것을 중심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먼저 한자에서 천(川)은 물(水)이 흘러가는 모양을 형상화한 것으로 개미허리 천과 같이 사용된다. 〈주역〉에서 물은 감괘(坎卦)로 하늘이 내리는 은택이자 고난을 상징한다. 

'중수감괘(重水坎卦)'에서는 "물이 흘러 웅덩이를 채우며, 어려움을 행하지만 그 믿음을 잃지 않는 것이다"라고 하여, 물의 철학적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다. 
즉, 하늘이 인간에게 주는 고난은 은혜와 함께하기 때문에 은혜를 통해 삶의 위태로움과 고난을 극복할 수 있으며, 고난을 이겨낸 사람은 사랑이 가득해지기 때문에 시련이 많다는 것은 은혜도 많다는 뜻이다.

또 물이 잠시도 쉬지 않고 흘러서 웅덩이를 채우는 것은 우리의 반복되는 일상이 모여서 위대한 일이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흘러가는 물을 〈맹자〉에서는 "서자가 말하기를 공자께서는 자주 물에 대하여 일컬으면서 물이구나 물이구나 하시니 물에서 무엇을 취한 것입니까? 맹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샘은 근원이 혼혼하여 낮과 밤으로 쉬지 않아서 구덩이를 채운 이후에 나아가서 사해(四海)에 이르니, 근본이 있는 사람은 이와 같은 것이라 이것을 취한 것이다. 진실로 근본이 없으면 7~8월에 비가 모여서 봇도랑을 모두 채우지만 그 마르는 것은 서서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명성의 들림이 실정을 넘어서는 것을 군자가 부끄러워하는 것이다"라고 해 도학(道學)의 공부로 논하고 있다. 

물에 취한 것을 군자의 마음공부로 보면, 첫째는 근원이 있는 샘물은 쉼 없이 용출한다는 것으로 성인에 근원한 것이 '원천혼혼(原泉混混)'이다. 둘째는 낮과 밤으로 쉬지 않고 성인지학을 배우는 '불사주야(不舍晝夜)'이고, 셋째는 어려움이나 고난을 공부로 삼아서 채운 이후에 나아가는 '영과이후진(盈科而後進)'이고, 넷째는 마침내 망망한 대해(大海)와 같은 성인의 문에 들어가는 '방호사해(放乎四海)'이다.

반대로 성인의 가르침에 근거하지 않는 마음공부는, 첫째는 장마철에 잠깐 내리는 비와 같이 성인의 말씀을 잠깐 배우고 그치는 '칠팔월간집우(七八月之間雨集)'이고, 둘째는 작은 봇도랑 같은 자기 마음을 채우고는 그것에 만족하는 '구회개영(溝澮皆盈)'이고, 셋째는 '기고야가립이대야(其凅也可立而待也)'는 성인의 바다로 흘러가지 않고 그 자리에 멈춰있는 것이다.

정산종사는 물에 대해, "물이 근원이 있는 물이라야 오래 가듯이, 우리도 법의 근원이신 대종사를 오롯이 받들고 끊임없이 알뜰히 사모하는 가운데, 그 심법(心法)이 건네고, 그 법맥(法脈)이 끊임없으리라"고 했다. 

/원광대학교

[2018년 6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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