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과 경쟁체제로 연구기능 강화 절실
정책연구소 규정 협의체 조항,연구 총괄해야

원불교정책연구소가 '원불교 2세기와 교화구조개선'이라는 주제로 지난해 서울교당 대각전에서 진행한 제11차 혁신세미나에서 다양한 의견과 요구들이 개진됐다.

교단 연구기관 기능 강화1

5년 전, '연구기관들의 칸막이 걷어내야'라는 글을 통해 기자는 교단 연구기관끼리의 협업과 경쟁을 누차 강조했다. 당시 원불교사상연구원 월례발표회에서 "교단 내 연구기관의 총괄협의체 구성 및 자율적 운영을 보장해야 한다"는 최정윤 교무의 발표가 있고 나서다. 한창 논의가 진행돼 협의체가 구성된 줄 알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무런 성과도 없이 개 연구소는 설립 당시 고유목적 연구에만 여전히 몰두하고 있다. 

현재 교단 내 연구기관들을 총괄할 협의체는 물론 연구과제 논의나 실적을 공유할 장이 없다. 총괄협의체 구성을 통해 신년 공동연구과제 선정, 협업의 방향 모색, 인사 등 유연한 교류로 연구의 질적 향상을 꾀해야 한다고 역설했지만 연구협력은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어 보인다. 

교단 연구기능 약하다(?) 문제제기
원기100년을 앞두고, 실시한 한 여론조사(〈기틀100〉 자료)에서 출가교역자들은 교단의 변화와 개혁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해법으로 '전문 연구기관의 운영'을 꼽았다. 그 결과 여론을 수렴해 수위단회 산하 원불교정책연구소(원기93년)를 발족하게 됐고, 장기계획 3단계에 접어든 정책연구소는 '미래사회 트렌드 예측과 대응전략개발'에 힘쓰고 있다. 

교단 연구기관은 정책연구소와 성격은 약간 다르지만 교화연구소, 원산업경영연구소, 원불교사회복지연구소와 원불교사상연구원, 마음인문학연구소, 종교문제연구소, 실천교학연구소, 선학연구원 등 교육기관 산하 다양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연구소 면면을 볼 때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산재해 있는 교단 연구소들이 각개약진을 하다 보니 자율성은 뛰어나지만 연구 방향이나 시너지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물론 개별 연구소의 예산을 살펴보면 홀로서기도 힘든데, 공동연구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연구의 방향과 목적이 제 각각일 때 연구소의 규모 있는 발전이나 연구물의 질적 향상을 꾀할 수 없는 형편이다. 현재 연구소의 흐름은 연구자의 개인적 역량보다는 팀워크를 통한 학제간의 통섭, 융합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영세한 연구소를 구조적으로 통합하는 모색도 필요해 보인다.

연구기능 약점 아닌 협업, 공동연구 가난
연구 협업 분야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은 원불교대학원대학교의 활용 문제다. 출가교역자 석사시대를 연 원불교대학원대학교는 올해 졸업생 배출 20주년이 됐다. 교화자 자질향상이 최우선 목표였으나, 교단 연구기능 강화를 바탕에 두고 있다. 원불교대학원대학교 조명규 교무는 "석사과정의 대학원은 전문학위자가 90% 이상이고, 학술학위는 10% 미만이다"며 "원불교정책연구소를 비롯한 연구기관이나 기획실, 교구 등에서 연구과제가 제시되거나 의뢰가 오면 얼마든지 질 높은 실천교학 논문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교정원에서 드물게 연구 과제를 의뢰해 오긴 하지만 연구기관으로서 협업 체계를 갖추기에는 매우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매년 30여 편의 실천교학 논문이 발표되지만, 설계된 논문주제가 아닌 개인의 성향과 관심분야에 한정된 성과물이 나온다는 뜻이다.

실천교학으로써 교화현장과 밀착해 연구하며 교단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대학원대학교지만, 교단 정책을 다루기에는 상당한 거리감이 보인다. 예비교무들이 교단행정을 경험하지 못해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달리 생각하면 행정실무자가 공동연구자로 기획 단계부터 협업하면 원하는 연구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젊은 세대의 신선한 아이디어와 노련한 정책실무자의 협업 연구는 현실성 있는 성과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 인력이 부족한 현실에서 대학원대학교 예비교무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때다. 석사시대 교화자가 현장을 얼마만큼 바꿨는지도 냉철히 살펴야 할 부분이다. 

총괄협의체 구성으로 협력의 힘 키워야
아래 표)에서 교단 연구기관들의 상근 연구자나 1년 예산을 볼 때, 현상유지에도 빠듯한 실정이다. 원불교정책연구소 조인국 교무는 "사실 정책연구소의 연구예산은 교단의 기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게 배정해 운영돼 왔다. 적은 예산은 연구의 위축은 물론 전문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며 "연구기관과의 연계는 원불교사상연구원과 협약을 맺어 매년 1회 공동세미나를 개최하는 정도다. 물론 마음인문학연구소와 협약도 맺었지만 실적은 거의 없는 편이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공동연구나 협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조 교무는 원불교정책연구소 규정에 교단 연구기관들 간의 협의체 구성을 명문화하고, 관련 조항을 넣어 구속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무는 "정책연구소가 주도적으로 협의체를 꾸려 시의성 있는 연구 과제를 수행해 중복연구나 하향적 연구를 미리 막을 필요가 있고, 원불교사상연구원과 정책연구소장을 겸직 발령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겸직 발령은 연구의 방향을 잡는데 수월할 뿐만 아니라 예산확보나 공동연구, 협업에도 유리하다는 의견이다.

연구기관장, 정책연수 참여 허용해야
많은 연구논문들이 발표되지만, 왜 유독 정책에 반영되지 못하는 것일까. 이유는 연구자들이 교정원 정책과 호흡하지 못해서다. 교정원의 당면한 과제를 제대로 읽지 못하거나 정보와 감의 차이에서 오는 간극이 뒷북 연구 혹은 현실과 동떨어진, '연구를 위한 학술'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교단 변화의 정책연구를 위해서는 교정원 정책연수나 간부연수 때 각 연구기관장들이 참여해 정책의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교정원 정책수립 초기부터 연구자들이 참여해 학습, 공유, 방향을 잡으며 실제적으로 연구의 밀도를 향상시켜야 할 것이다.

더불어 급변하는 현대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 연구기관들의 서울 이전을 고민해 봐야 한다. 현재 연구기관들은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거의 몰려 있다. 다른 분야보다 정보와 트렌드에 민감한 곳이 연구기관인데, 지방에 위치한 결과 시대적 흐름의 맥을 정확히 짚어내지 못한다는 평가다. 연구기관의 서울이전은 인적 네트워크 확보는 물론 전문가 집단과의 교류를 통한 정보의 정밀성, 융합성을 충실하게 채울 수 있다. 원불교정책연구소 서울이전, 원불교사상연구원 서울분원(실천교학) 개설을 심각히 고민할 때다. 

경쟁력 있는 통합연구원 모색
원불교사상연구원에서 출발해 현재 독립연구소로서 설립 8년차를 맞고 있는 마음인문학연구소는 연구학술, 사회 확산의 측면에서 월등한 성과를 내고 있다. 심심풀이 M3(삼동청소년회 희망숲 인성교육센터와 공동), 오픈마인드코리아(OMK, 유아마음공부), 케어마인드, 청소년 마음캠프, 생활명상 프로그램 등의 프로그램과 마음지도사(민간자격증) 양성 및 마음학교 운영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마음공부 전문연구기관으로서 공신력을 쌓아가고 있다.

마음인문학연구소 장진수 교무는 "교단 직속 및 교육기관 산하 연구소를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안을 면밀히 고민해봐야 한다"며 "개인이 연구하던 시대는 지나간 반면, 대규모 인적 인프라를 활용한 융합과 협력의 연구시대가 도래했다. 이름 있는 연구원이나 세계적인 연구소 조직을 보면 그 흐름을 알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장 교무는 "원불교사상연구원 산하에 연구소를 둘 수 있다. 다른 명칭을 쓰더라도 통합연구원에 정책연구소, 교화연구소, 원불교사회복지연구소, 상담연구소 등이 들어가 융합과 협력, 상생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통합 연구원은 대학에 두되, 연구원의 소속은 현재와 같이 가져가면서 연구자 신분 보장과 전문성 등 연구 역량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교정원이 필요한 연구는 사업 발주로 통합연구원에 기금을 지원하는 방식도 고려해 봐야한다는 주장이다.

연구기관의 공동연구나 협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행동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원광보건대학교 최정윤 교무는 "교단 내 연구기관의 총괄 협의체 구성 및 자율적 운영이 보장되고, 전문 연구원 발굴 및 양성을 위한 원불교 학술대회를 개최해야 한다"며 "교단적 연구 풍토 조성을 위해 학술 경연대회도 적극 추진해야 하고, 연구기관별 연구과제에 대한 협의 및 연구실적 공유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단 연구기관들이 참여하는 '총괄협의체' 구성은 경쟁의 힘도 강하지만 협력의 힘이 더 강력함을 보여주는 증표가 될 수 있다.

[2018년 6월15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