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지은 교무] 출가를 결심하기 전에 어느 교무님 방에서 사흘간 머문 적이 있었다. 평소 교무님의 이미지만큼이나 정갈하게 정돈된 방이 퍽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교무님의 책상서랍을 열어보고는 더 놀랐다. 서랍 안에는 흐트러진 수용품이 단 하나도 없이, 모든 물건들이 다 제자리에 정연하게 놓여 있었다. 

아직까지도 그 서랍의 모습이 깊은 인상으로 남아있는 것은, 비록 책상서랍 한 칸일지언정, 그 안에 담긴 수용도구의 정리정돈에서 수행자의 철저한 마음 챙김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언제나 수용하는 도구를 반드시 정돈하여 어두운 밤에도 그 위치를 더듬어 찾을 수 있을 정도였다. 또 도량을 반드시 정결하게 해서 한 점 티끌이라도 머무르지 않게 했다. 대종사는 '수용하는 도구가 산란한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이 산란한 것을 나타내는 것이요, 도량이 깨끗하지 못한 것은 그 사람의 마음 밭이 거친 것을 나타내는 것'이라 말했다.  

일본 자동차용품, 정비 서비스 전문 기업인 '옐로햇'의 창업자 가기야마 히데사부로는 그의 책 '머리 청소 마음 청소'를 통해 40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회사를 청소한 게 자신의 성공 비결이라고 이야기한다.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것에 마음도 간다. 자리에서 일어나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망상·잡념으로 가득 차고 적극적인 사고력이 쇠퇴하며 모든 것을 귀찮아 하게 된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좋은 생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손이 닿는 곳부터 정리하며 몸을 움직이고 행동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만사의 근본은 마음이라, 마음이 게으르고 거칠면 모든 일이 다 다스려지지 못하나니 수용품 정리와 도량정결이 그 어찌 작은 일이라 하여 소홀히 하리요"라고 말했다.
그럭저럭 깨끗한 줄 알고 며칠 놓아 둔 곳을 청소할 때면, 언제 이렇게 더러워졌나 싶게, 더러워진 걸레에 놀라곤 한다. 나는 괜찮은 줄 알고 며칠 놓아뒀는데, 누군가의 눈에는 이 먼지가 거슬렸겠구나 싶어 민망하다. 괜찮겠거니 하고 방심한 그 마음, 그 게으름으로, 마음을 부지런히 챙길 리는 만무하지 않겠는가. 

나의 무관심, 방심 속에 어느새 먼지 쌓인 구석처럼, 우리 마음도 챙기지 않고, 하루 이틀 내버려두면, 나는 무난히 잘산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어느새 누군가에게 요란함을 주는 언행을 생산해고 있을 지도 모른다. 청소와 마음 챙김은 모름지기 매일 하는 것이 원칙인 듯하다. 간사시절 모시던 어른이 '원칙적으로 방에는 먼지가 한 점도 없이 해야 한다'라고 한 말씀에 퍽 놀랐는데, 그렇게 말씀한 본의를 이제는 알 것 같다. 

살다보면, 마음이 가라앉고,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어디서부터 챙겨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심신이 피로해 무기력할 때도 있고, 시간이 있어도 '뭘 하지?' 하고 막막할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서랍 하나, 냉장고 한 칸이라도 뒤집어 가지런히 정리하며 먼지를 닦아보자. 그 가운데 마음이 살아나고 힘이 나는 경험을 한 것은 비단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마음 챙김은 청소로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주총부법인

[2018년 6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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