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태산이 갖는 절실함의 힘이 원불교를 만들었다. 역사에서 보면 나는 한 사람의 힘을 믿는다." "소태산을 따르고자 하는 이들이, 소태산 만큼 절실하지 않고서는 생명력이 오래 유지되지 않는다. 소태산의 정신을 실천해내는 사람이 종교인이다. 이는 외부적 조건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소태산 만큼 철저한 개개인의 실천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깨달음이고 각성이라 생각한다."

만남이 특별한 여운으로 새겨지는 사람이 있다. 교수직을 내려놓고 '경계에 서서 불안을 감당하는 자'가 되라는 자신의 말빚을 갚고 있는 '경계의 철학자' 건명원 최진석 원장도 그런 사람이다. 

시대의 문제를 인식했다면 그것을 해결하고자 뛰어드는 게 먼저임을, 사람은 그렇게 절실함의 힘으로 무엇인가를 할 때 역사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그는 소태산을 통해 확인시켜줬다. 
그 사람을 그 사람이게 하는 힘, 자신만의 고유한 동력은 절실함이라고 공감할 때, 그가 짚어준 것이 있다. 그와의 만남이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던 건 이 부분에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가 포착한 시대의식으로 자기가 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 결국 그 사람의 내면과 함량이 어떠한가가 관건이다." 

자기가 읽어낸 시대의식이 자신의 내면과 일치할 때 감화력과 설득력이 생긴다는 것을 그는 소태산을 통해 한번 더 확인시켜 줬다. 그리고 그 또한 자신의 내면과 함량을 위해 안정적인 삶 대신 거칠게 걸어가야 하는 길을 기꺼이 걷고 있다. 글과 말을 통해 전했던 통철한 자각을 진실하게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갖는 절실함의 힘. 그것을 실감하는 요즘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담대한 여정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독일 쾨르버 재단초청 연설에서 했던 말이, 1년이 지난 지금 현실이 됐다.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해 대화의 끈을 놓치 않았던 문 대통령의 외교 노력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문 대통령의 절실함은 아니었을까. 

교단 이야기를 하고 싶다. 교단의 변화를 바라는 마음도 결국은 구성원 각자의 '절실함의 힘'과 다르지 않다. 변화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내면의 함량이 그 깊이만큼 깊어져야 한다. 

변화의 절실함만큼 우리 몫의 노력이 있어야 하고, 모질게 견디고 버텨내는 자기수행이 있어야 함을 자각한다. 하여 '소태산 만큼 철저한 개개인의 실천이 있어야 한다'는 외부인의 직설은, 일순간 무뎌진 마음을 때리는 아픈 죽비가 된다.

사족 하나 덧붙인다. '함량'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난 엉뚱하게 '홍삼의 품격은 함량'이라는 광고 문구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인간의 품격 또한 함량일 터. 절실함도 결국 그 사람의 함량이다.

[2018년 6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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