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교구 염산교당 이원기 교도

[원불교신문=최지현 기자] 평소 꾸밈없는 소탈한 교도회장으로 불리는 염산교당 기산 이원기(基山 李圓基·71) 교도. 격식에 크게 신경 쓰지 않으면서도 자기절제가 철저한 인물인 그는 모든 일에서 완벽주의자다. 이원기 교도회장의 결단력과 뚝심은 염산교당의 신축 기공에 큰 힘이 됐다.

"원기99년 염산교당에 임상원 교무님이 부임하셨습니다. 교무님은 법당을 새로 지어야 한다고 말씀하셨고, 봉불을 위해 김장을 해서 팔기도 하고, 때로는 어려운 분들에게 김치를 나누면서 복을 지으셨습니다. 그러던 중 101년에 교무님이 교통사고가 났고, 치료를 위해 휴직을 하셔야 했습니다. 저를 비롯해 새로운 법당에서 법회를 보는 게 꿈이었던 많은 교도들은 교무님 건강 걱정에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운수업과 축산업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는 그지만, 임 교무의 건강 회복을 위해 교도들과 함께 매일같이 병원을 찾았다. 그는 임 교무가 사택에서 요양하는 동안 아침 저녁으로 뗄감을 실어 나르며 보필했다. 

"새 법당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안타까움도 무척 컸습니다. 시작을 함께 했던 임상원 교무님은 신축에 대한 신념이 강했고, 1년간 이행진 교무님이 부임한 뒤, 결국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염산교당에 복직하셨습니다. 올해 육일대재 후 기공식을 가졌고,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교무님의 강한 의지와 염산교당 교도들의 기도 일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올해로 입교한 지 34년이 된 그는, 특별한 입교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원기69년 10월19일, 그 날을 단 한번도 잊은적이 없다는 그다. 

"영광에서 용달 운수업을 했는데, 어느 날 익산까지 가는 일이 들어왔어요. 50대 중반의 교무님이었는데, 젓갈 6~7통을 익산에 싣고 가달라고 했어요. 정복차림의 너무나도 점잖은 모습에 운전을 하고 가면서도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그러던 중 교무님이 기사님의 종교는 뭐냐고 물었고, 원불교에 대해 설명한 뒤, 교당에 나와 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하셨습니다."

2시간 가량 원불교에 대한 이야기에 빠져 익산에 금세 도착했다는 그. 시내 어느 큰 교당에 가서 점심을 먹었고, 교무님을 따라 향을 사르고 사배를 올렸다. 그 교무는 고 김대심 교무, 그는 그렇게 원불교 교도가 됐다. 

올해로 입교한 지 34년, 교전 볼 때 가장 행복
교화열정으로 아내, 자녀, 손주 일원가족 이뤄

"처음엔 일이 바빠서 입교를 하고 교당에 자주 나가지 못했어요. 한달에 한두 번 정도 나갔죠. 그래도 교당에 일손이 필요하면 빠지지 않았습니다. 교당을 짓는데 자재가 필요하다면 트럭에 자재를 싣고 가서 도왔고, 원불교 공부에 서서히 빠지게 됐습니다. 원불교를 우연히 만났지만 단 한 번도 입교를 후회해 본 적이 없어요. 다만 바쁘다는 핑계로 입교로 인도해준 김대심 교무님을 찾아뵙지 못했다는 것에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광교구 원덕회 총무도 4년째 맡고 있는 그는 교도라면 마음공부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거창한 공부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평소 생활 속에서 마음공부를 실천하고 있다는 그다.

"터미널 근처 식당에 친구들과 함께 모여 담소를 나누는 곳이 있는데, 교도회장을 맡은 뒤로는 발길을 끊었습니다. 친구들이 섭섭해 할 수도 있지만 교도로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까 봐 마음을 독하게 먹었죠. 타종교인이나 비교도들이 봐도 '저 사람은 근면성실하다. 원불교가 좋은 종교인가보다'라는 얘기를 들으려고 합니다. 마음공부는 본인 마음을 잘 돌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면 항상 웃으면서 악수하고, 내 마음을 단련시키고 있습니다."

아내, 자녀, 손주까지 일원가족을 이룬 그는 교화에 대한 열정도 뜨겁다. 주변 사람을 입교시킨 후 교전을 선물하고, 형제처럼 챙긴다. 

"처갓집은 개신교 집안이었습니다. 장인 장모님이 열반하신 후 원불교식으로 제사를 지내자고 했고, 처남과 처남댁까지 입교를 했습니다. 아내와 세 자녀들은 물론 손자들까지 교당에 함께 나와 주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자녀들이 지금은 안산에서 살고 있는데, 일요일에 안산에 가는 일이 생기면 함께 안산교당에서 법회를 보기도 합니다. 아직 입교하지 않은 친구들을 교화하는 게 목표인데, 집에 초대해 저녁을 먹으면서 원불교와 인연이 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교당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그는, 염산교당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염산교당은 비록 출석인원이 많지 않은 작은 교당이지만 교도들이 신심이 깊고 무엇보다 교무님이 좋은 설법을 많이 해주셔서 좋습니다. 또한 임상원 교무님이 오신 뒤로 한 달에 한 번씩 교도들이 감상담을 발표하는데, 이를 통해 공부심이 더욱 증진되는 것 같습니다."

집안 가장 눈에 띄는 곳에 교전과 경종, 목탁을 놓고 매일 조석심고를 모시고 있는 이원기 교도는 교전을 볼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이 흐려집니다. 좀 더 일찍 원불교를 만났더라면 교전을 외울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듭니다. 교전 속에는 모든 진리가 담겨 있습니다. 머리맡에 교전을 두고 수시로 보면서 마음에 새깁니다." 교전을 손에 들고 환하게 웃는 그에게서 깊은 신심이 느껴졌다. 

[2018년 6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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