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정도성 도무] 〈정전〉 수행편 제2장 정기훈련과 상시훈련 중, '교당내왕시 주의사항'은 가장 눈이 덜 가는 교리 중 하나다. 그 이유가 뭘까. 그것은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교당내왕시 주의사항'을 '주의'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교당내왕시 주의사항'을 왜 주의하지 못하는 것일까. 교당 내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법회가 이 '주의사항'들을 구현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교당내왕시 주의사항'에서 주의하라고 강조한 바는 먼저 '문답'이다. 어느 때든지 교당에 오면 지낸 일을 일일이 문답하라는 것이다. 이때 문답거리는 '상시응용 주의사항'으로 공부하면서 얻어지는 것들이다. '일일이'는 대충, 몇 가지, 어쩌다 생각나는 것이 있을 때 문답하라는 것이 아니요, '빠짐없이', '세밀하게' 잘 준비해서 문답하라는 것으로 읽힌다. 

두 번째가 감각된 것이 있을 때 지도인에게 감정을 받으라고 했다. '감정'은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로 물건의 특성이나 가치, 진위 따위를 판정한다'는 뜻이다. 공부를 해 나오는 중에 느끼고 깨달은 바를 '전문가(지도인)'에게 감정 받아야 한다. 

세 번째가 의심 건을 제출해 해오를 얻으라는 것이다. 감각은 감정을 받아야 하고, 의심은 해오를 얻어야 한다. 의심은 상시응용 주의사항을 공부하다 보면 마땅히 생겨나는 것이라, 의심 건 제출은 공부심을 이끄는 데 매우 중요한 일이다.

네 번째는 매년 선기에 선원 입선해 전문 공부하라고 했고, 다섯 번째는 예회 날에는 모든 일을 미리 처결해놓고 오직 공부에만 전심하라고 했다. '예회 날 공부 전심' 말씀은 〈대종경〉 수행품 7장 법문과 연결된다. 

"그대의 말이 그럴 듯하나 예회는 날마다 있는 것이 아니니 만일 공부에 참 발심이 있고 법의 가치를 중히 아는 사람이라면 그 동안에 무엇을 해서라도 예회 날 하루 먹을 것은 준비하여 둘 것이어늘, 예회 날을 당하여 비로소 먹을 것을 찾는 것은 벌써 공부에 등한하고 법에 성의 없는 것이라, 그러므로 '교당내왕시 주의사항'에도 미리 말하여 둔 바가 있는 것이며…(하략)." 

여섯 번째가 교당을 다녀갈 때에는 '소득 유무를 반조'해 '실생활에 활용하기'를 주의하라 했는데, 이와 같이 '교당내왕시 주의사항'을 살펴볼 때, 우리 법회가 대종사의 간곡한 주의 말씀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는 데에 대한 반성이 필요해 보인다. 지금과 같은 고정된 식순 위주의 형식적인 진행과 설교 중심의 한 방향 법회 방식으로는 '문답·감정·해오'를 달성할 수 없고 '공부에 전심' 할 수도 없으므로.

이제는 출가와 재가, 재가와 재가가 양방향, 다방향으로 신앙과 수행의 경험을 나누며 더욱 수평적으로 소통하는 법회를 구조화해, 각자가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교도로 자리 잡게 함으로써 '문답·감정·해오'를 통한 성장의 기쁨을 느낄 수 있게 하면 좋겠다. 

'상시응용 주의사항의 길을 도와주고 알려주는 법'(〈대종경〉 변의품 26장)인 교당내왕시 주의사항이 최대한 구현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원경고등학교

[2018년 6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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