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기관 기능 강화2
전북대학교 경영학과 봉현철 교수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고시용 소장

교단 내 연구소의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전북대 경영학과 봉현철 교수(왼쪽)와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장 고원국 교무가 만나 대담했다.

[원불교신문=강법진 기자] 교단은 교화와 정책의 원만한 실행을 위해 교화연구소(원기59년)와 원불교정책연구소(원기94년)를 두고, 지속가능한 연구·개발을 장려해 원불교의 미래방향을 삼고자 했다. 하지만 대중의 열망 속에 설립된 두 연구소는 장기간 교화 침체와 잦은 정책 변화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대중으로부터 멀어졌다. 그 원인을 진단하고 새로운 전환을 모색하고자 전북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봉현철(법명 명근·대치교당) 교도와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장 고시용(법명 원국) 교무를 초대해 12일 전북대학교에서 대담을 진행했다.  

두 연구소 활동을 살펴본 결과 평가는.
고원국=교단의 연구 지원이 열악한 상황에서 소임을 다하기 위해 고군분투해 왔다. 

봉명근=연구소 인력(교화연구소 2명, 원불교정책연구소 3명)만 보더라도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인력으로나 예산으로나 경쟁력을 기대할 수 없다.

연구소 기능을 정의하자면.
봉명근=뻔한 질문이지만 천착해 들어가면 예를 들어서 삼성경제연구소는 미래예측과 대응방안 모색, 전략적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수집 및 공유, 첨단기술개발 등 세 가지 기능이 축을 이룬다. 여기서 첨단기술이란 교단에 대입하면 교화기술이다.

고원국=두 연구소의 기능은 설립목적에 제시돼 있다. 교화연구소는 미래지향적이고 교화현장을 살리는 교화 연구에 목적을 두고 있고, 원불교정책연구소는 교단의 주요과제를 연구 개발하여 이를 교단정책에 반영하게 함으로써 교단의 역량 강화와 발전을 도모해 개교이념 구현에 기여함을 목적한다.

연구소 기능이 약화된 이유는.
봉명근=연구소는 미래예측과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하는데, 발등에 불 끄듯 현실문제해결에만 집중했다. 교화현장에서 필요한 '좋은 정책'은 현장의 요구에 맞게 맞춤 제작할 수 있는 융통성 있고 미래지향적인 정보제공이다. 구체적 교화전략은 현장에 맞게 세워야 한다. 

고원국=연구소 기능이 약화된 이유는 그 변천과정을 살펴보면 된다. 교화연구소는 교화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자는 열망 속에 원기54년 발족해 교정원장 산하기구로 설치됐다. 하지만 2년3개월 만에 교정원 조직규정을 개정해 교화훈련부 산하로 격하시켰다. 이후 또 한 번의 개정을 통해 연구소의 기능은 더욱 약화되고 현재는 <월간교화> 발간과 교서편수 및 교화교재 발간 관련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원불교정책연구소는 교단의 주요과제를 바로 해결하려면 정책수립에 반영해야 한다는 대중의 요구에 따라 원기94년에 최고결의기관인 수위단회 산하기구로 발족했다. 하지만 초대소장의 이임과 1년의 공백, 원불교100년을 앞둔 교헌개정 실무를 떠안으면서 현안해결에 급급한 연구소가 되고 말았다.

봉명근 교수 - 전문인력 충원보다 구성원의 내적동기 자극할 기획안 중요
고원국 교수 - 교단과 대학 연구소가 협업해 공신력 있는 연구결과 내야

창의력과 실행력이 부족하진 않는가.
고원국=실행력 부족은 전적으로 예산문제다. 교화연구소(<월간교화> 발행비 포함)와 원불교정책연구소의 1년 예산은 3천만 원 미만이다. 전문적인 연구를 할 수 없는 구조다. 아울러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교무들은 전문연구역량을 갖추기 위한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창의력과 실행력 부족으로 이어진다. 그러다 보니 연구소의 목표는 거창한데 실행결과는 초라하다. 교단의 중지를 모아 설립한 연구소가 대중으로부터 멀어지는 이유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연구소, 전문역량을 배양하고 연구 성과를 축적할 틈이 없다.

봉명근=마찬가지로 전문성과 예산 부족을 꼽고 싶다. 심지어 연구소 인력 3명이 수직구조다. 소장, 과장을 제외하면 실질적 연구원은 한 명이란 뜻이다. 

고원국=원불교정책연구소 연구원의 업무를 보면 행정업무가 주를 이루고 있다. 현재까지 14차례 혁신세미나와 18차례 교화단세미나가 이뤄졌는데 총 64명의 발표자 중 정책연구소 연구원의 발표는 6건에 불과하다. 결국 연구예산이 발표비와 자료집·보고서 발행에 쓰였다는 뜻이다. 발표자도 재가교도 4명, 외부발표자 2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출가교도였다. 재가교도들의 연구 참여가 매우 드문 실정이다. 또한 4명이 전체발표의 28%(18건)를 차지하는 것만 보아도 일부 연구자들의 단견이 반복됐을 가능성이 있고, 연구과제 자체가 교무들의 애로사항을 표출하는 장이었다는 반증이다.

재가전문연구원을 충원해야 하는가.
봉명근=우선 연구소의 구조를 알아야 한다. 일반 연구소는 연구조정실과 연구행정실이 있다. 이곳에서는 세미나를 기획하고 제반사항을 준비한다. 굉장히 엘리트집단이다. 전무출신은 천도재·마음공부·설교·상담 전문가들이지 행정가가 아니다. 교정원 재직자들은 대부분 행정 아마추어다. 여기에 연구까지 하라고 한다. 차라리 연구조정실을 두고 기획을 잘해서 그 분야의 전문가들을 불러내야 한다. 그리고 교단 예산으로만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좋은 기획안으로 펀딩 받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연구소 기능 강화를 위해 재가전문연구원 한두 명 추가하는 것으로는 문제해결이 안 된다. 교단 구성원들의 내적 동기를 자극할 좋은 기획안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협업을 잘해야 한다. 그것은 기관과 기관끼리의 협업이 아니라 재가전문가와 통찰과 혜안을 가진 내공 있는 스승과의 협업으로써 교단의 미래예측과 대응방안이 나오는 협업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유명무실한 각종 운영위원회를 없애야 한다.

고원국=동의한다. 절차적 정당성만 획득하려는 현재의 운영위원회를 없애고 연구자들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해 줘야 한다. 아무리 반응 좋은 발표안이라도 실행이 안 되면 소용이 없다. 내가 현재 3대 소장을 맡고 있는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는 교단의 아쉬움을 극복해보고자 시도했던 결과물이다. 마음인문학연구소는 2010년 한국연구재단의 인문한국(HK)지원사업으로 선정돼 10년간 매년 7억5천만 원의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전문연구인력이 18명이다. 나는 초반에 교단의 연구 인력을 우리 연구소와 결합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 그러면 교단 인건비도 줄이고, 교단의 연구 어젠다를 공신력 있는 대학교 연구소에서 수주함으로써 연구소의 실적을 올리는 상생구조가 된다. 한 예로 마음공부를 브랜드화 시키고, 효과를 검증할 수 있는 대학연구소에서 지속적인 연구를 해준다면 그 시너지가 얼마이겠는가? 양 기관 협약식까지 맺었는데 실행이 안 됐다. 현재 연구소 소장은 교정원 간부가 되어 각종 회의참석에 당연직으로 출석해야 하는 실정이다. 한편 월간<원광>이 대중지라면, <월간교화>는 교화지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양 기관이 서로 결합하거나 업무를 이관해 교화지로서 발전·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교화/정책의 시급한 과제를 꼽자면.
봉명근=현재 서울교구 대치교당 교도로 활동하고 있는데, 교당에 30대~40대 교도가 없다. 내가 20년 후에 나갈 교당이 있을까 의문이 든다. 그래서 '젊은 교당'이란 모임을 만들었다. 젊은층 교화가 시급하다. 둘은 전무출신 역량강화이다. 교무들은 마음공부 전문가이다. 이 전문성을 더욱 심화시켜야 한다. 사회는 마음챙김(mindfulness)으로 크게 확산시켜 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전무출신들은 전문영역을 놓고 행정에 몰두하느라 말라깽이가 되고 있다. 거위가 알을 낳으려면 살이 쪄야 한다. 그것이 전무출신의 역량이다. 셋은 신도시나 인구밀집지역에 교당과 인력을 전진배치 해야 한다. 넷은 해외교화의 재정비다. 현재 해외교당들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그 인력을 국내로 모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고원국=교화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30~40대 중심의 양적 성장방안 모색이다. 교단이 양적성장으로 성공한 사례는 원기48~56년 전개한 교화3대목표 추진운동(연원달기, 교화단 불리기, 연원교당 만들기)이었다. 이후 전국 각지에 교당 설립하는 데 전념했다. 오히려 인구밀집지역에 적정규모의 교당을 설립해 교화하면 교도들이 늘어날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해 계속 하향감소추세다. 내가 세종시에 교당개척을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4년을 지내오면서 매년 교도출석수 증가와 조치원청소년수련관 수탁을 통한 지역사회 위상제고라는 성과를 거뒀다. 문제는 선택과 집중이다. 더불어 정책에 있어 시급한 문제는 전무출신 제도개선과 교구자치제를 꼽을 수 있다. 전무출신 용금부터 현실화해야 한다. 인재를 모으려면 '전무출신은 마음 분야의 리더'라는 정체성을 확립해 청소년들의 선망의 대상이 돼야 한다. 후진이 없는 교단은 미래도 없다.
 
[2018년 6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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