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김도훈 교도] 메타세콰이어는 다소 생소한 이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우리가 살아가는 바로 곁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는 나무입니다. 웬만한 아파트 단지 안에도 도시의 큰 길가에도 이 나무들이 죽 늘어서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으니까요. 

사실 이 나무가 멋지게 늘어서 있는 곳은 최근 부쩍 '낭만파'들이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 되고 있습니다. 이 나무를 키도 비슷하게 크고 이름도 비슷한 미국의 거대수목 세콰이어와 혼동하는 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세콰이어가 미국이 고향인 데 비해 메타세콰이어의 이름은 미국인이 붙여줬지만 중국이 고향이고, 잎 모양도 열매 모양도 매우 다릅니다. 세콰이어가 상록수인데 비해 메타세콰이어는 가을이 되면 잎을 떨어뜨리는 낙엽수라는 점은 결정적인 차이이지요.

우리나라에서 나무가 군락을 이뤄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대표적인 예는 봄의 벚꽃, 가을의 단풍이겠지요. 그렇지만 화려함의 극치인 위의 두 나무들은 낭만과는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 낭만을 논하기에는 지나치게 화려하고 너무 사람이 많이 모이니까요.

메타세콰이어는 제가 참 좋아하는 수형을 가졌습니다. 이른바 콘 모양, 즉 원뿔 모양을 하고 있는데 키도 커서 참 우아한 자태를 가지고 있지요. 그런 우아한 나무들이 죽 늘어서 있는 길, 특히 가을에 잎 색깔이 약간 노란색으로 바뀌면 참으로 낭만을 논하기에 적합한 곳이 되지요. 그래서 전국에 수많은 메타세콰이어길이 조성돼 있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원들에도 대부분 조성돼 있습니다. 제가 다녀본 일산 호수공원, 양재 시민의 숲, 분당 율동공원, 서울숲, 세종 호수공원, 부산 시민공원 어디나 말이죠. 골프장에서도 선호하는 모습이지요.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이 나무의 또 다른 매력인 독특한 잎 모양을 다루지 않을 수 없지요. 새 깃털 모양이라고 하면 딱 어울리는데 (그래서 학술 용어로는 우상복엽(羽狀複葉)이라 불립니다) 작은 잎들은 침 모양을 하고 있지만 매우 부드러워서 참으로 깃털같은 느낌을 주고 그 때문에 나무 전체의 우아한 자태를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아쉬운 점은 가을이 되면 이 멋진 잎들을 떨어뜨려 버린다는 점이지요. 하기야 연인들은 이 분위기를 더욱 선호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요.

2015년 4월의 메타세콰이어 도열한 모습.

메타세콰이어를 소개할 때 꼭 함께 소개해야 할 나무가 낙우송입니다. 실은 저는 먼저 낙우송을 알았고 비슷한 나무인 메타세콰이어도 한동안 낙우송으로 알았습니다. 농촌경제연구원 전 원장님은 사람들이 낙우송을 보고도 익숙해져 버린 메타세콰이어로 취급할까 봐 걱정합니다.

낙우송의 이름은 떨어질 낙(落), 깃털 우(羽), 소나무 송(松)으로 지어져 있습니다. 참으로 이 나무의 특징을 제대로 살린 이름이라고 생각되는데, 저는 '메타세콰이어에 이 이름을 붙여도 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 봅니다. 중국 낙우송 같이 말이죠. 기실 메타세콰이어도 낙우송과이니 한 식구나 다름 없습니다.

이 나무는 메타세콰이어와 달리 열을 지어 심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낙우송이 메타세콰이어보다는 다소 볼륨이 더 있어 호리호리한 이미지의 메타세콰이어가 도열해 늘어선 풍경에 더 잘 어울리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무의 부피 차이 말고 두 나무를 구분하는 방법이 없는지 궁금하시죠. 가지에 잎이 달릴 때 메타세콰이어는 두 잎이 가지를 사이에 두고 마주나고 낙우송은 어긋난다고 합니다만 보통 사람들은 이것으로 구분하기는 힘듭니다. 저는 더 좋은 구분의 열쇠를 가지고 있습니다. 낙우송은 물가를 좋아하는데 진흙 속으로 뿌리를 뻗다가 갑자기 뿌리 일부를(숨 쉬려고) 불쑥 내미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을 물혹이라고 합니다. 메타세콰이어는 가지지 않은 특징이지요.

/화정교당

[2018년 6월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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