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지은 교무] 할리우드 영화배우 제니퍼 애니스톤은 '3분 샤워'로 유명하다. 샤워하는 3분동안 양치질까지 한다고 한다. 그녀는 우리가 2분간 샤워하는 물은 아프리카에서 한 사람이 먹고 빨래하고 씻는 등 하루 온종일 사용하는 물의 양과 같다고 하며 3분 샤워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언젠가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 내 숙소에서 하루 머문 적이 있는데, 욕조 위에 시간을 재는 모래시계가 있는 것을 봤다. 자연이 우리에게 공급해주는 물을 아껴 써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좋은 도구라고 생각했다. 

소태산 대종사는 조각 종이 한 장과 도막 연필 하나, 소소한 노끈 하나도 함부로 버리지 않고 아껴 썼다. "아무리 흔한 것이라도 아껴 쓸 줄 모르는 사람은 빈천보를 받나니, 물이 세상에 흔한 것이나 까닭 없이 함부로 쓰는 사람은 후생에 물 귀한 곳에 몸을 받아 물 곤란을 보게 되는 과보가 있다"고 법문했다. 

근검절약은 원불교 창립정신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간고했던 교단 초창기, 사업의 토대를 세우기 위해 금주금연과 보은미 저축을 장려했다. 보은미란 매끼 밥을 지을 때마다 몇 술씩의 쌀을 따로 덜어 절약하자는 것이다. 대산종사는 시봉하는 교무가 휴지를 뽑아 쓰는 것을 보고 "휴지 좀 아껴 써야지, 함부로 쓰지 말라"고 지도했고, 그 교무가 뽑은 휴지를 그대로 쓰자, 나중에 "휴지 아껴 써야지. 너 아까 막 쓰더라"라고 주의를 줬다고 한다. 대산종사는 휴지 속에 일력종이를 넣어 사용했다. 

물질이 풍요로운 요즘 시대에 절약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어느 교도가, 물건 싼 신문지도 해를 두고 아껴 썼다는 대산종사 일화를 듣고 따라 해보려고 해도 신문지가 너무 많은데 아껴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회의가 들었다고 한다. 사무실에 새 종이가 충분한데 굳이 이면지를 사용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할까? 불필요한 전기를 꺼서 얼마나 번다고 일일이 안 쓰는 전기를 번거롭게 꺼야 할까? 

이와 같은 질문의 답은 '나'를 넘어 '우리'를 생각할 때 알 수 있다. 풍요로워진 생활만큼 늘어난 쓰레기 양으로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고, 자원과 에너지 고갈, 환경오염은 이제 생활 속에서 피부로 와 닿는 중요한 이슈가 됐다. 개개인의 지혜로운 소비습관은 지구가 당면한 환경오염의 문제를 풀 수 있는 길이기도 하며, '나'를 넘어 '우리'를 생각하는 마음을 실천하고, 함양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나를 위해 소비를 절제하는 마음은 곧 다른 사람을 위해 베푸는 마음으로 통한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렌 버핏은 세계에서 세번째로 돈이 많은 인물로 평가받지만, 그는 여전히 1958년에 약 4천불을 주고 구입한 집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그는 기부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데,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이 31조가 넘는다고 한다.

필자가 아는 어느 교무는 자신을 위한 소비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거의 없는데, 누군가에게 베풀 일이 있으면 오히려 아낌없이 베푸는 것을 봤다. 제니퍼 애니스톤의 3분 샤워는, 같은 지구촌에 살고 있는 그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실천이다. 내 생활 속에서 나는 무엇을 더 아껴 쓸 수 있을까? 

/미주총부법인

[2018년 6월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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