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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의 삶] 버려진 자원에 새 생명 불어넣는 업사이클링
[대안의 삶] 버려진 자원에 새 생명 불어넣는 업사이클링
  • 민소연 기자
  • 승인 2018.06.28
  • 호수 18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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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의 삶-창신동 ○○○간
입소문을 타고 있는 밀키프로젝트의 밀키파우치는 세계의 다양한 우유팩으로 만들어진 업사이클링 제품이다.
폐우산으로 파우치, 필통 등을 만드는 큐클리프.

[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힌두교의 성지 갠지스강에 버려지는 꽃은 해마다 무려 8백만톤. 제단에 바쳤던 꽃은 성스러운 갠지스강에 버려야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문제는 꽃을 재배하는데 들어간 농약과 살충제 성분이 강물로 스며든다는 건데, 비소, 납, 카드뮴 등 유해성분으로 이질, 콜레라, 간염 등을 유발시키고 있다. 

인도 정부까지 나섰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던 가운데, 두 청년이 '헬프어스그린(HelpUsGreen)'이라는 회사를 차렸다. 지렁이가 유기물을 먹고 배출하는 '똥'을 활용해 버려진 꽃을 멋진 제품으로 탄생시키자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헬프어스그린은 매일 500㎏의 꽃을 수거해 지렁이에게 먹이는데, 이에 17가지 천연 요소와 커피 찌꺼기가 추가돼 비료도 되고 향도 된다. 세계 전역으로 수출되는 향은 물론 친환경적이며, 포장지에 홀리바질 씨를 넣어 통째로 땅에 심으면 나무로 자라나게 된다. 1,200명이 넘는 소외계층 여성들의 일자리를 창출한 것은 부가적인 소득이다.

골칫덩이 쓰레기였던 꽃 폐기물을 비료와 향, 친환경 비누, 오가닉 스티로폼으로까지 변신시키며 새로운 생명을 준 헬프어스그린, 이들이 하는 일이 바로 업사이클링(Upcyclying)이다.  버려진 물품을 가치있는 제품으로 재생산하는 것을 의미하는 업사이클링은 '재활용'을 의미하는 '리사이클링(Re-cycling)' 앞에 '업그레이드(Upgrade)'를 합성한 단어다. 뿌리인 재활용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제품 혹은 가치로 새숨을 불어넣는 것이 업사이클링이다.

버려진 천막, 안전벨트, 고무튜브로 시작
기존의 재활용 제품의 한계였던, 상품 가치가 낮거나 일반 제품보다 못하다는 인식을 넘어선 것이 업사이클링이다. 단지 소수의 계몽적인 노력이 아닌, 기업 단위가 참여하는 등 빠르게 시장 속에 파고들고 있다. 

아예 업사이클링 전문 업체들도 생겨났는데, 그 시작은 90년대 유럽에서였다. 1993년 설립된 스위스의 '프라이탁(Freitag)'은 버려진 천막이나 트럭 방수 덮개로 사용했던 '타폴린' 천, 자동차 안전벨트, 자전거 고무튜브 등을 소재로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냈다. 친환경적인데다가 윤리적이며, 디자인과 실용성을 겸비한 프라이탁 제품은 특히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물건'이라는 희소성을 더해 '업사이클링 명품'으로 불린다. 

이후 국내로도 도입된 업사이클링은 최근 들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가치가 됐다. '착한 소비', '지속가능한 소비', '윤리적 소비'의 붐을 타고 많은 신생기업들이 출사표를 던진 결과, 2011년 11개뿐이었던 업사이클링 업체는 2017년 100개가 넘어 6년만에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간은 지역현안의 문제에 집중한 업사이클링 업체의 대표주자로, 후속 업체들의 롤모델로 꼽힌다.
제로웨이스트 의류는 남는 자투리가 3% 미만이다. 

가성비보다 가심비 높은 새활용 제품 
업사이클링 업체의 면면은 그 아이디어 자체가 흥미롭고 아름답다. 커피를 담았던 자루로 에코백과 화분을 만드는 '다듬이', 버려지는 가죽·의류 등을 재활용해 가방을 디자인하는 '리블랭크', 폐우산으로 생활방수 파우치를 제작하는 '큐클리프', 버려진 청바지로 개성있는 모자 등을 만드는 '이스트인디고', 버려진 우유팩을 카드지갑으로 변신시키는 '밀키프로젝트' 등이다. 

사회적기업이나 대안의 삶 붐을 타고 업사이클링 업체가 많아지다보니, 서울시는 아예 '새활용'이라는 이름을 붙여 지난해 '새활용플라자'를 개관하기도 했다. 

비용 대비 효과인 '가성비'보다는 마음을 울리는 '가심(心)비'가 높다는 업사이클링. 이제 국내 업사이클링은 또 한번 진화해,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부터 고민을 시작했다. 업사이클링 업체 중에서도 선두이자 롤모델 격인 종로구 창신동 ○○○간(공공공간)의 '제로 웨이스트 디자인'은 업사이클링 뿐 아니라 의류 제작 시장 일대의 파란이었다.    

○○○간은 봉제공장 일색이던 옛 창신동 일대의 도시재생을 이끈 주역이다. 창신동에서 예술교육활동을 하던 신윤예 대표의 눈에 띈 것은 매일 창신동에서 쏟아지는 22톤의 자투리 천들. 1년이면 8천톤에 이르는 원단 쓰레기를 고민하던 그는, '낭비없는 패션'을 꿈꾸기에 이른다.

거듭된 연구 끝에 탄생시킨 ○○○간의 결실은 '제로 웨이스트 디자인'. 일반 디자인이 15%에서 많게는 30%에 이르는 쓰레기를 발생시키는 반면, 제로 웨이스트 디자인의 원단폐기량은 겨우 3%미만이다. 하나의 천을 최대한 다 쓰면서 완성시킨 ○○○간의 제품들은, 특이하고 가치있는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하나의 물건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것들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지역 일자리 창출, 소득과도 관련
업사이클링은 무지개 너머 먼 곳이 아닌, 바로 지금 우리 지역의 현안에 대한 고민이 깊게 묻어나온다. 때문에 업사이클링 업체의 성장은 곧 지역 일자리 창출과 소득과도 관련된다. ○○○간의 의류 및 다양한 소품들이 더욱 많이 팔리면 팔릴수록, 인근 창신동 봉제노동자들에게 일감이 더 많이 가고, 소득이 더 돌아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간이 설립 초기에 진행했던 '인지 표지판' 역시 지역공동체 정신에서 비롯됐다. 숱한 공장들이 있지만 어떤 제품을 만들 수 있고 무엇이 특화되어 있는지 알기 어려운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가게 이름과 전화번호, 특화 제품 등을 그림으로 표기해 집집마다 달았다. 

신윤예 대표는 최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까르띠에 여성 창업 어워드에서 아시아 최종 결선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 ○○○간의 비전과 가능성을 각인시켰다. "버려지는 자원을 최소화했는지, 지역생산인지, 오래 사용가능한 제품인지를 고민해 제품을 탄생시킨다"는 ○○○간의 단순한 정신은 우리가 삶을 이끌어가는 방향과 목표에 적지않은 울림을 준다.

다시 쓰는 것을 넘어 새로운 생명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업사이클링. 다시 보면 더 큰 가능성이 보이고, 또 보면 새롭게 아름다운 것이 이미 얼마나 많은가. 이 새활용이야말로, 이 자원고갈 시대 꼭 필요한 대안적인 삶의 방식이다. 

[2018년 6월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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