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감안동찜닭 권영중 대표

[원불교신문=유원경 기자] 안동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음식 중 하나가 찜닭이다. 이곳 찜닭의 유래는 여러 설이 있으나, 안동의 부촌인 안(內)동네에서 특별한 날 해먹었다는 닭찜을 바깥동네 사람들이 '안동네찜닭'이라 부르기 시작한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안동은 양반의 고장으로 역사와 전통이 깊은 곳인 만큼 음식하나에도 자부심과 정성이 대단한 곳이었다.

안동교당 중타원 권영중(68·中陀圓 權榮中) 교도는 이곳 양반고을에서 20여 년간 찜닭으로 안동의 맛을 지켜온 장인이다. 남편인 길산 김호성(73·吉山 金昊聲) 교도가 배달 일을 맡아가며 함께 찜닭집을 운영하고 있다. 두 부부가 운영하는 '권대감안동찜닭'은 이미 많은 블로그에서 맛있는 식당으로 정평이 나있고, 안동을 찾아 온 전국 관광객들 중 권 교도의 찜닭집을 방문했던 손님들은 멀리서도 찜닭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택배주문과 식당을 찾는 손님이 많아 늘 분주하다. 요즘은 포털에서 맛집 소개를 검색해 찾아오기도 한다. 

"한번은 충청도 공주에서 온 학생 한명이 먹고 가더니 그 뒤로 안동에 올 때마다 우리 가게에 들릅니다. 지난번에는 그 학생이 자기학교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와서 40여 명이 방문한 적도 있었어요." 권 교도는 자신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고 또 찾아오는 손님들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장사를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가 그런 때입니다. 사람들이 기억해준다는 것. 그건 그 사람과 좋은 인연을 맺은 것이니까요." 

20여 년의 세월동안 그렇게 맺은 인연들이 많다보니 그동안 알게 된 단골 덕분에 전국 각지에서 권 교도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안동교당에 재임했던 한 원로교무가 원불교수도원에 권 교도의 찜닭을 소개하면서 원로교무들이 많이 주문하게 됐고, 전국 곳곳에 원불교 교도들이 인연이 돼 권 교도의 찜닭을 찾기도 했다.  

그는 20여 년 전 IMF시절 경제적 어려움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찜닭 장사를 시작했다. "무슨 일을 해서라도 아이들은 키워야겠고, 답답한 심정으로 처음 찜닭을 시작하게 됐죠. 생업으로 매달리다보니 처음엔 어떻게 더 맛있게 만들어 장사를 잘해볼까 연구도 많이 하게 됐어요." 그가 처음 찜닭을 시작한 곳은 안동 시내에 유명한 찜닭골목에서였다. 그곳에서 다른 식당들과 차별된 맛을 연구하다보니 지금은 자신만의 요리비결이 완성됐다.  

내 집 방문하는 손님 모두 내 가족처럼

맛있는 음식 건강한 음식으로 모두가 이롭게

담백한 맛이 일품 기본 반찬도 직접 요리

"우리집 찜닭을 자랑하라면 담백함이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닭에 기름을 다 빼야 먹기도 좋고, 훨씬 부드럽지요. 기름을 빼지 않으면 보기에는 좋아요. 윤기가 흐르고 더 먹음직스럽게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먹어보면 맛이 차이가 납니다." 

찜닭이 맛있기도 하지만, 요리와 함께 어울리는 반찬도 다른 식당들과는 달랐다. 닭과 함께 맛보는 무나 김치도 상점에서 사오지 않고 직접 만들었다. 음식에는 절대 조미료를 쓰지 않는 맛을 내는 정성도 아마 그만의 장사 비법이라 생각된다. 

"음식장사를 하면서 한 가지 꼭 지키는 원칙이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모두한테 이로워야지요. 내 집을 방문하는 사람은 내 가족처럼 그렇게 인연을 짓고 싶습니다. 저는 법문 중에 처처불상 사사불공이란 말씀을 제일 좋아해요. 원불교 신앙이 아니었다면 이런 행복한 생활을 하지 못했을 겁니다."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장사를 하고 싶다는 그의 소신을 보면서 원불교 신앙생활로 자리이타의 낙원세상을 만들어가는 교도다운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장사를 하다보니까 걱정이 하나 생겼습니다. 손님이 일요일에도 많이 찾아오니 그 손님들을 내버려두고 교당에 갈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아침 출근길에 교당에 들러 헌배만 올리고 오고, 한 달에 한번정도 법회에 참석하고 있어요. 전에 찜닭골목에서 장사할 때는 교당이 가까워 별 무리가 없었는데, 지금은 사정이 달라요." 지난해 새로 마련한 식당이 시내 외곽에 떨어져 있고, 교당과 멀다보니 법회참석을 맘처럼 못한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막내아들이 일을 도와주고 있어요. 아들이 제 뒤를 이어 가업으로 물려받으려고 하거든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때까지 가르치고 나면 그때는 주로 아들한테 많이 맡기고 교당생활을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찜닭 골목에서 현재 이사 온 식당은 10여 분 거리에 안동하회마을이 근접해 있고, 바로 옆에는 경북도청이 위치해 관광객들과 점심식사 손님들이 많이 찾아온다. 일요일에도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인해 자리를 비우기가 어려웠다. 손님들과의 신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20여 년 세월을, 건강한 맛을 지켜오며 손님을 내 가족처럼 생각하고 신용 있는 장사로 바쁘게 살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이야말로 진정 안동을 대표하는 맛의 장인이며, 소신 있는 신앙생활의 모습일 것이다. 

[2018년 7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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