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 지붕이 그림자로 비친다
어느 누가 밝다 빛을 누되고
어둡다 따로 밝히 수 없네
휘황 휘황 그대로 밝은 등

옛날에 할머니 어둠 속에 
길쌈하시던 밝은 등
지구 저쪽 형제들 뜰 안에도 비추는 등
많은 사람 밝음 얻는다 빛이 줄지 않고 
적은 사람 비춘다 빛이 따로 남지 않네

온 우주에 오직 하나 동서고금 비추는 등
조화 조정 자제하는 진리의 주인
삼라만상 육도사생 다 비추고
천양무궁 독로하는 여여한 임이여 


글-상타원 전종철(1934~1993) 종사
출처- 〈법신불사은이시여〉, 상타원 종사 추모문집


천등(天燈)은 하늘이 밝힌 등이다. 등은 주로 저녁에 밝히는 것이므로 달을 가리키는 것이다. 밝은 빛은 보름달이고 어두운 빛은 초승달일 것이다. 보름달이 너무 밝다고 그 빛을 줄일 수도 없고, 초승달이 어둡다 해서 그 빛을 따로 더 밝힐 수 없다. 그래서 휘황 휘황 그대로 밝은 천등이다. 

천등의 쓰임까지도 밝혔다. 길쌈도 하고, 가난한 지구 저쪽을 온기로 채워주고 있다. 그 밝음을 가져다 쓴다고 줄어들지 않고, 적은 곳을 비춘다고 남지도 않는다. 빛은 그대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다. 여여한 그 자체, 진리가 밝히는 등이다. 이 등은 세상에 하나뿐이다. 전만고 후만고의 긴 세월에도 지지 않을, 천양무궁토록 여여한 존재이다. 

우리 마음 역시도 그렇다. 대자대비심은 줄어들지도 모자라지도 않고 늘 넉넉하다. 넉넉하지 않을 때, 경계의 파도에 휘말리게 된다. 그러니 천지의 지극히 밝은 도를 체 받는 공부를 오늘도 여여하게 해 나갈 뿐. 

/둔산교당

[2018년 7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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