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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륜 도무 교화자의 삶 5. 돌아서면 잊어버려도 교전 놓지 않는 어르신들
김천륜 도무 교화자의 삶 5. 돌아서면 잊어버려도 교전 놓지 않는 어르신들
  • 김천륜 도무
  • 승인 2018.07.03
  • 호수 18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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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김천륜 도무] 예전에 다른 기관에서 살 때는 시간을 정확히 맞춰야 하는 일들이 많았다. 그런데 수도원에서는 좀 덜한 부분들이 있어 마음이 편안하다는 것을 느꼈다. 또 원로교무님들을 만나면 기쁘고 행복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그동안 사회 사람들을 만날때면 이런 기운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수도원에 와 보니까 이런 기운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것이 행복했다.

물론 근무하면서 감당하기 힘든 경계도 있지만 지금은 하나하나 풀어가는 재미가 무궁무진하다. 수도원에 와서 보니 소태산 대종사가 <정전> 자력양성의 강령에서 밝힌 '자력이 없는 어린이가 되든지, 노혼한 늙은이가 되든지, 어찌할 수 없는 병든이가 되든지 하면 이어니와…'라고 표현한 부분이 매우 마음에 와 닿았다. 이 분들이 노혼한 늙은이였음을 실감한 것이다.

처음에는 '수도한 어른들이니까 잘 모셔야지' 하면서 너무 조심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러다가 '내가 죽겠네. 에라 모르겠다. 되는 대로 하자'고 마음 먹으면서 어른들을 크게 불편해하지 않고 무언의 장막을 걷어내고 모시는 기쁨을 발견하게 됐다. 

'잘해야지'하는 한 마음을 놓으니까 되어지는 이치를 알았다. 어찌 다행 수도원에 와서 어르신들을 좋아하는 마음을 내게 됐는지, 한 분 한 분 서툴지만 행복감은 더 충만해졌다.

그러면서 미주서부교구로 발령난 딸 유정혜 교무에게 "치매가 있어 돌아서면 잊어버려도 그 손에 교전은 절대 놓지 않는 어른들을 뵈면 정말 존경심이 난다. 너도 부디 교전공부를 열심히 해라"라고 신신당부하곤 한다.

딸 아이를 보면서 교리도 잘 알아야겠지만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딸 교무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보면 교법에 대한 자신감과 믿음이 서 있음을 느끼는데, 무엇보다 딸이 남 험담하는 것을 못봤다. 나는 여전히 공부심이 부족해 가끔 신심없는 소리를 별 생각없이 해대는데 딸에게 그런 말을 한번도 못 들어봤다. 내가 살아오면서 힘들고 어려운 과정 여럿 지내봤어도 자식이라곤 딸 하나 있는데 전무출신 시킨 게 참으로 큰 보람이다. 다른 부모들을 보면 자녀를 전무출신 시키려고 애쓰는 분들이 많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럴 때면 딸에게 감사하고 자랑스러울 때가 많다.

출가한 딸을 보며 앎보다 실천의 중요성 느껴
치매예방 위한 뇌검사, 결코 부끄러운 일 아니다 

그리고 수도원에 온 지 3년차 되던 해인 원기100년에 덕무에서 도무로 전환했다. 아는 분들 가운데 전환한 분들이 있는데 나는 그동안 생각을 못했다. 그런데 자꾸 옆에서 하라고 하니 추천교무님에게 말씀드리니 "할라면 해라"고 너무 편하게 말씀해 줬다. 나는 그동안 덕무로 살았지만 덕무라고 느끼지 못할 만큼 중간관리자 입장에서 살아왔었다. 지금은 도무로서 중간관리자 역할을 계속 이어가고 있어 감사한 일이다.

수도원에 살면서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이 있다. 우리나라 사회복지가 20년이 채 안 됐다. 요즘에야 사회복지가 이슈가 되고 있지만, 어르신들 세대에서는 사회복지에 대한 인식이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공익복지부에 한 가지 건의를 하고 싶다.

수도원에 오는 어르신들은 연세가 70세가 되어 들어온다. 우리는 평소에 심장이나 간, 소·대장 검사는 하고 살지만 뇌 검사는 잘 안 하고 사는 것 같다. 수도원에 들어오기 전이나 들어와서라도 미리미리 뇌 검사를 하게 된다면 정신력이 약해지는 부분을 쉽게 알 수 있어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이렇게 한다면 치매도 금방 알아볼 수 있어 본인과 보호하는 사람이 인지하게 되고 조심할 수 있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수명이 늘어나는 시대이기 때문에 치매의 위험도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 이는 당연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검사와 예방을 반드시 이뤄져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내가 모시는 어르신들 가운데 '한번 찍으러 가봐요'라고 하면 화를 내는 분들이 있다. 연세가 많은 분들일수록 이런 문제에 민감하다. 

그래서 이런 부분은 업무적으로 누구나 당연히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치매에 대한 예방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닌 하나의 당연한 검사라는 인식이 교단 내에도 빨리 퍼졌으면 한다.

/중앙여자원로수도원

[2018년 7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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