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관광지의 돌고래쇼를 보지 않는 것만으로, 동물들의 폭력적이며 일방적인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 사진출처:동물자유연대

# A씨는 이번 여름휴가에 패키지상품으로 태국여행을 계획하고 있으며, 선택관광으로 코끼리를 타고 숲과 강을 이동하는 트레킹을 이용할 예정이다.
# B씨는 지난달 가족과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중 아이들이 평소 보고 싶어하던 돌고래 쇼를 관람했다.

[원불교신문=채일연 교도] 휴가지나 가족과의 여행에서 동물쇼를 관람하거나 동물전시를 보는 것은 결코 낯선 풍경이 아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동물보존연구팀의 발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관광산업은 수 조 달러 규모이며, 매년 9%정도의 성장률로 2030년에는 한 해 관광객이 11억 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중 야생동물 관련 관광은 20~40%, 관광에 이용되는 동물 역시 그 수가 55만 마리에 이른다.

그렇다면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동물들의 삶 역시 즐거울까? 돌고래가 박수를 치거나 코끼리가 두 발을 든 채 애교를 부리는 모습 등은 인간의 관점에서 볼 때 마치 동물과 인간의 교감이 이뤄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동물들이 무대에서 애교를 부리거나 등에 사람을 태우기까지 얼마나 혹독한 과정을 겪는지 알게 된다면 더 이상 행복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실제 옥스포드대 연구팀이 188개의 야생 장소를 검토한 결과 관광명소 중 75%가 야생 동물 학대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큰 문제는 많은 관광객들이 동물학대가 이뤄지는 곳을 방문하면서도 이를 보지 못하거나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앞의 연구에서 트립어드바이스 등에 남겨진 51,308개의 리뷰를 분석한 결과 400만 명이 넘는 80%의 관광객은 야생동물프로그램의 부정적인 면을 보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2014년 동물보호단체인 'World Animal Protection(WAP)'의 조사에서 동물관광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관광객의 93%는 즐거움 얻기 위해서 또는 동물을 사랑하기 때문에 야생 동물을 보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다만 동물학대 사실을 알게 된 후에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겠다고 답했으니, 우리 모두는 의도치 않게 동물들의 복지 저해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동물관광 프로그램은 어떠한 문제점을 안고 있을까? WAP는 다음을 세계에서 가장 잔인한 동물관광 프로그램으로 선정했다.

코끼리 트레킹
코끼리 트레킹은 태국을 비롯해 인도 등에서 성행하고 있다. 코끼리 쇼나 트레킹에 이용되는 개체들은 대부분 어릴 때 사냥을 통해 포획된다. 포획된 이후 아기코끼리는 나무 틀에 네 발과 몸통이 모두 묶인 채  일주일 정도 밤낮없이 칼과 몽둥이에 찔리고 매질 당하는 파잔 의식(Phajaan crushing)을 치른다. 파잔 의식은 코끼리의 야생성을 없애기 위한 과정으로, 이를 거친 아기코끼리가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자신이 코끼리라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육체와 정신이 철저히 파괴된다. 무자비한 학대를 통해 인간에게 무조건적인 복종을 하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본격적인 훈련은 앙커스(Ankus) 또는 불훅(Bullhook)이라고 불리는 쇠갈고리로 코끼리의 귀 뒤나 항문, 무릎 등 민감한 부위를 반복적으로 찔러 고통을 주는 방법으로 사람의 지시에 따르도록 주입한다. 공연이 없거나 트레킹이 없다고 이들의 고통 역시 쉬는 것은 아니다. 일이 없을 때는 사슬에 묶여 있어 이동이 불가능하고, 다른 코끼리와의 어떠한 상호작용도 허락되지 않는다.

그 결과 이들의 정신과 육체는 극도로 피폐해진다. 미국의 동물보호단체 IN Defense of Animals (IDA)에 따르면 사육중인 코끼리의 62%가 심각한 질병을 갖고있으며 42%가 퇴행성 관절 질환을 앓고 있다. 사육중인 코끼리의 40% 이상이 코, 머리, 몸통을 반복적으로 흔드는 상동증을 보이며 불임, 유아살해, 자식거부, 자해 같은 이상행동을 많이 보이기도 한다.

관광객들과 셀카찍기에 동원된 야생 동물은 평생을 우리에 갇힌 채 야생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사진출처:동물자유연대

호랑이와 셀카 찍기
셀카를 찍기 위해 호랑이들은 수시간씩 사진촬영을 위한 자세를 취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새끼일 때 어미와 분리된다. 이 호랑이들은 사슬에 묶이거나 콘크리트 철장에 갇혀 관광객들의 손에 의해 다뤄진다. WAP는 태국에서 최대 830마리의 호랑이를 수용하는 17곳의 장소를 발견하기도 했다. 잔혹한 호랑이 관광은 태국 전역을 비롯해 다른 아시아 국가, 호주,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세계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사자와 산책하기
사자 새끼들은 일반적으로 다른 동물들처럼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새끼일 때 주로 어미로부터 떨어져 남부 아프리카에 위치한 업자들에게 공급된다. 관광객들은 사진을 찍기 위해 사자가 포즈를 취하게 하거나 원하는 대로 움직이도록 통제한다. 통제 할 수 있는 어린 새끼들은 관광객들과의 산책 프로그램에 동원된다. 이를 위해 관광객들과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훈련을 받고, 이들은 평생 야생으로 돌아가지 못 한다.

바다거북 잡기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바다거북 농장이 카야만섬에 있다. 이곳에서 관광객들은 바다거북을 손으로 잡고 있을 수 있고, 심지어 먹을 수도 있다. 바다거북을 잡는 행동은 그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줄 수 있고 면역력을 약화시키거나 질병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최근 농장에서 클로스트리디움(Clostridium)이 발병해 1,300마리에 가까운 바다거북이 감염으로 죽기도 했다. 바다거북은 관광객들이 이들을 다룰 때 공황 상태에 빠지거나 골절이나 발톱이 빠지기도 하며, 껍질이 깨지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고 심한 경우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동물 학대를 막기 위한 노력
위 사례들은 대부분 해외 여행지에서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지만 국내 역시 동물을 이용한 관광상품이 존재하고 있다. 돌고래 쇼 및 체험프로그램의 경우 국내 7개 돌고래 전시시설 중 6곳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돌고래와 함께 수영하는 돌핀스위밍, 키스&허그 등의 접촉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돌고래는 훈련을 위해서 어렸을 때 포획해 2주 정도를 굶기고 죽은 생선을 받아먹는 순치과정을 거쳐, 먹이를 보상으로 하는 반복적인 훈련을 받게 된다.

이 밖에도 도로에서 말이 마차를 끌도록 하는 행위는 말의 관절에 이상이 발생할 수 있고, 끊임없이 매연을 마시며, 시각과 청각까지 예민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초래한다. 이러한 관광지에서의 동물학대를 막기 위해 동물자유연대는 다음과 같은 노력을 권한다.

▷동물 트래킹이나 동물 체험은 하지 않기 ▷동물과 함께 사진 찍는 프로그램 이용하지 않기 ▷야생동물이나 그 부산물로 만든 기념품은 구입하지 않기 ▷멸종위기 동물을 재료로 하거나 잔혹한 방식으로 생산되는 요리는 먹지 않기. 이밖에도 여행사를 통해 트래킹이나 동물쇼, 곰농장 방문의 일정이 계획되어 있는지 미리 확인하거나 현지 가이드에게 이야기하기, 귀국 후 여행사에게 알려 방문 중단을 요청하기 등의 행동이 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세계 곳곳의 휴양지를 찾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나의 즐거움이 다른 생명의 고통이 되지 않는지 되돌아보고 살펴봐야 할 것이다.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

원숭이 훈련은 두발로 서도록 목 뒤에 줄을 당기고, 지시대로 하지 않으면 목에 건 사슬을 조여 상처를 준다. 사진출처:동물자유연대

[2018년 7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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