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정도성 도무] 우리가 사은 중 법률은을 신앙해 나갈 때 항상 그 앞에서 걸음을 멈추게 하는 질문이 있다. '악법도 법인가'이다.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시기 전에 했다는 말로 알려진, '악법도 법이다'를 확인하는 물음이다. 대체로 법률은에서 '악법'을 용인할 것인가를 두고 다툼이 있었고, 소크라테스라는 큰 성자가 한 말씀으로 알려진 위의 격언이 상당 부분 우리 의식을 지배했으므로 마땅한 답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본다.

우선 '악법도 법이다'는 와전된 말이다. 이 말은 아무리 불합리한 법이라도 법체계를 지켜야 한다는 말로, 일본의 법철학자 오다카 도모오가 그의 책 〈법철학〉에서 실정법주의를 주장하기 위해,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든 것은 실정법을 존중했기 때문이며, '악법도 법이므로 이를 지켜야 한다'고 쓴 이후 소크라테스가 한 말로 잘못 알려지게 된 것이다. 

〈정전〉 교의편 2장 사은 '법률은'에서 밝혀준 강령과 조목들은 '악법도 법인가'라는 질문에 어떤 답을 주고 있을까. 이 질문과 결부되는 구절은 '대범 법률이라 하는 것은 인도 정의의 공정한 법칙을 이름이니'이다. 이 말씀에서 알 수 있는 건 단순하다. 법률은 '인도', '정의', '공정'의 속성을 가지고 있어야 법률로 성립된다는 것이다. 법률은 인간의 삶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는 요법이고, 정의롭고, 공정해야 한다. 초월적인 미혹과 미신에 기반을 두고 있다거나 불의하고 불공정하다면 법률이 아니다. 즉, 악법은 법이 아닌 것이다.

법률이 '인도 정의의 공정한 법칙'이기 때문에 개인 가정 사회 국가 세계에 비치면 개인 가정 사회 국가 세계가 도움을 얻을 수 있다.(법률 피은의 강령) 그러므로 개인 가정 사회 국가 세계가 도움을 얻지 못하면 법률이 아니다. 

법률 피은의 조목은 3가지다. 우리에게 정로를 밟게 해준 은혜, 우리의 생활을 보전시키며 지식을 함양하게 해준 은혜, 안녕 질서를 유지하여 우리로 하여금 평안히 살게 해준 은혜이다.(법률 피은의 조목) 그러므로 우리에게 정로를 밟게 해주지 않으면 법률이 아니다. 우리의 생활을 보전시키며 지식을 함양하게 해주지 않으면 법률이 아니다. 안녕 질서를 유지하여 우리로 하여금 평안히 살게 해주지 않으면 법률이 아니다. 

이렇게 법률이 구체적인 은혜를 나타내고 있는 인도 정의의 공정한 법칙이기 때문에, 금지해도 순응하고, 권장해도 그 도에 순응해야 하는 것이다.(법률 보은의 강령) 법률이 인도 정의의 공정한 법칙이므로 수신하는 법률과 가정 사회 국가 세계를 다스리는 법률을 배워 행할 수 있는 것이다.(법률 보은의 조목)

또한 법률이 인도 정의의 공정한 법칙이므로 법률에 보은하면 다시없는 안락세계가 되는 것이며,(법률 보은의 결과) 법률이 인도 정의의 공정한 법칙이므로 법률에 배은하면 법률이 용서하지 아니하여 질서가 문란한 수라장이 되는 것이다.(법률 배은의 결과)

왜 법률을 '인도 정의의 공정한 법칙'이라고 했을까. 이는 당연한 말씀으로 순응은 법률에 하는 것이고, 악법에는 순응이 아니라 불복종으로, 은혜의 관계로 혁파해야 함을 이르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2018년 7월6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