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오너가족들의 갑질과 비리 파문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와중에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또한 국회 특수활동비가 제2의 월급처럼 큰 규모로 지출되는 사실이 밝혀졌다. 많이 가진자들이 인격적으로 성숙되지 못하고 비인간적이며 욕심도 더 많아서 사리사욕을 위해 공금을 함부로 도용하는 등 온갖 비리를 저지르는 꼴사나운 군상들이 연일 방송과 신문의 뉴스면을 도배하고 있다.

예전같으면 강자들의 잘못이 철저히 은폐되고 약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말 그런 일들이 언론의 발달로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 참으로 언론으로 인해 세상은 밝아지고 약자들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언론인들의 역할이 인간 평등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겠다.

대한민국의 가진자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모르는 것 같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로, 초기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 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됐다. 초기 로마 사회에서는 사회 고위층의 공공봉사와 기부·헌납 등의 전통이 강하였고, 이러한 행위는 의무인 동시에 명예로 인식되면서 자발적이고 경쟁적으로 이뤄졌다.

특히 귀족 등의 고위층이 전쟁에 참여하는 전통은 더욱 확고했는데, 로마 건국 이후 500년 동안 원로원에서 귀족이 차지하는 비중이 15분의 1로 급격히 줄어든 것도 계속되는 전투 속에서 귀족들이 많이 희생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귀족층의 솔선수범과 희생에 힘입어 로마는 고대 세계의 맹주로 자리할 수 있었으나, 제정(帝政) 이후 권력이 개인에게 집중되고 도덕적으로 해이해지면서 발전의 역동성이 급속히 쇠퇴한 것으로 역사학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근대와 현대에 이르러서도 기득권층의 이러한 도덕의식은 계층간 대립을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으로 여겨져왔다. 특히 전쟁과 같은 총체적 국난을 맞이하여 국민을 통합하고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득권층의 솔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실제로 6·25한국전쟁 당시 미군 장성의 아들이 142명이나 참전해 35명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입었고, 미8군 사령관 밴플리트의 아들은 야간폭격 임무수행 중 전사했으며, 중국 지도자 마오쩌둥은 아들의 전사 소식을 듣고 시신 수습을 포기하도록 지시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얼마전까지도 횡행했던 높은 자리에 있거나 돈이 많은 한국사람들이 자기 자식을 군에 보내지 않은 병력비리가 참으로 부끄럽다.

한국사회도 민주화가 진전되고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을 하면서 점점 사람사는 세상으로 좋아지고 있다. 부유한 사람들이 솔선해서 세금을 더 많이 내고, 높은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돈보다 명예를 값지게 보며 도덕적으로 존경받는 행동을 해야 한다. 이런 세상을 만드는 종교교화에 원불교 교단과 재가출가교도들이 앞서야 겠다. 약자들이 행복한 세상을 꿈꿀 수 있도록 말이다.

[2018년 7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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