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임병학 교수] '탄식가'에서 제일 중요한 개념으로 생각되는 '춘추법려(春秋法呂)'를 좀 더 자세하게 만나고자 한다. '춘추법려'는 〈주역〉을 비롯한 선진유학의 경전이나 유학자들의 문집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독창적인 개념으로, 그 철학적 의미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대종경〉 '서품'에서는 "길룡리 옥녀봉(玉女峰) 아래에 이 회상 최초의 교당을 건축할 때, 대종사 그 상량에 쓰시기를 '사원기일월(梭圓機日月) 직춘추법려(織春秋法呂)'라 하시고"라 했는데, '춘추법려'가 대종사 대각의 핵심 내용임을 알 수 있다. 

정산종사는 "춘추법려는 우주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다"고 하여, 사시(四時)로 전개되는 우주의 변화원리로 설명했다. 춘추는 춘하추동(春夏秋冬)의 준말로 사시 순환하는 우주의 변화이치를 담고 있으며, 춘(春)은 만물의 시생(始生)을, 추(秋)는 만물이 결실을 맺는 유종(有終)과 심판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 맹자는 "옳지 못한 설(說)과 포악한 행동이 행해지고, 신하로서 임금을 죽이고, 자식으로서 아버지를 죽이는 자가 있어 공자가 이런 세태를 두려워해 〈춘추〉를 지었다"고 하면서, 공자의 춘추필법(春秋筆法)과 춘추대의(春秋大義)를 밝히고 있다. 〈대종경〉 '교단품'에서도 "공자께서는 춘추대의를 바로잡기 위하여 … 그 제자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필경 인륜 강기를 바로잡아 오늘날 세계적 성인으로 존모를 받게 되었고"라 하면서, 춘추를 인도의 정의로 설명하고 있다.

다음 법려(法呂)에서 법(法)을 〈주역〉에서는 "마름질해서 사용하는 것을 법이라 하고", "땅에서 법을 깨우치고", "법을 본받는 것을 곤괘(坤卦)라 하고"라 하여, 세상에서 사용하는 것이라 했고, 려(呂)에 대한 언급은 없다. 

〈정역〉에서는 "정령(政令)은 기경임갑병(己庚壬甲丙)이고, 려율(呂律)은 무정을계신(戊丁乙癸辛)을, 지십(地十)은 하늘이 되고, 천오(天五)는 땅이 된다"고 하여, 법려(法呂)를 정령(政令)과 율려(律呂)로 논하고 있다. 

즉, 정령인 기십(己十)과 경임갑병은 하늘의 작용인 양(陽)이 되고, 율려인 무오(戊五)와 정을계신은 땅의 작용인 음(陰)이 된다고 했다. 

따라서 법(法)은 밖으로 작용하는 양의 의미이고, 려(呂)는 내면의 작용인 음의 의미임을 알 수 있다. 음양은 하늘의 작용이고, 정령(정치적 명령)과 율려(내면적 리듬)는 인도(人道)의 정의가 작용하는 것으로 그 차원이 다른 것이다.

한편 〈대종경〉에서는 "천지에 사시 순환하는 이치를 따라 만물에 생·로·병·사의 변화가 있고, 우주에 음양상승(陰陽相勝)하는 도를 따라 인간에 선악 인과의 보응이 있게 되나니"라 하여, 생멸 없는 진리와 인과보응의 진리를 밝히고 있다.

즉, 사시 순환하는 변화원리인 춘추(春秋)는 생멸 없는 진리를, 음양작용인 법려(法呂)는 음양상승과 같이 되는 인과보응의 이치를 담고 있는 것이다.  

[2018년 7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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