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지은 교무] 소태산 대종사가 변산 이춘풍의 집에 머물 때, 춘풍의 아내 정삼리화가 조석공양을 성심으로 올리자 대종사 말씀했다. "나는 본래부터 여러 가지 반찬을 놓고 먹지 못하였을 뿐더러 도가에서는 본시 담박을 주장하나니 이후에는 이와 같이 여러 가지 반찬 놓는 것을 폐지하고 오직 한 두 가지에 그치도록 하라."

세상사는 재미 중 먹는 재미, 입는 재미, 좋은 집 잘 꾸며놓고 사는 재미가 크다 할 것이다. 언젠가 마이애미의 해안가에 고급 주택들이 즐비한 곳을 가 본적이 있다. 알만한 영화 배우, 스포츠 스타들의 별장이 몇 집 건너 하나 꼴로 있는 곳이었다. 그 중 한 집에서 1년 동안 국가에 납부하는 재산세(property tax)가, 당시 내가 근무하던 시카고교당 2층짜리 건물 시세에 맞먹는 액수인 것을 듣고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성공하고 돈을 벌어서, 이렇게 좋은 집 사고, 유지하는데 돈을 쓰며 사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대종사는 "설사 재산이 넉넉하더라도 사치를 일삼으면 결국은 삿된 마음이 치성하여 수도하는 정신을 방해한다"고 했다. 정산종사는 내 돈을 내가 쓰는 것이더라도 사치를 하면 공중에 빚을 지는 것이 된다고 했다. 의식주에 끌리면 끌릴수록 공부심은 멀어지는 이치가 있다. 둘 다 취할 수는 없다. 그러기에,  '금은보패 구하는데 정신을 뺏기지 말며', '의복을 빛나게 꾸미지 말며'를 계문으로 주어 경계했으며, 공부인들은 의식거처 등에 항상 담박과 질소를 위주 해야 한다고 표준을 준 것이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맛집 탐방, 요리, 심지어 '먹방'(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과 같이 미각을 자극하는 방송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외모 가꾸고 옷 잘 입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대한민국은 갈수록 패션 선진국이 돼가는 듯하다. 또 온라인 구매가 쉬워지면서 소비심리를 부추기는 경향도 있다. 물질문명이 발달할수록 오감을 자극하고 현혹시키는 대상도 그만큼 더 다양하게 발달되고 있다.

그러나 물질로 인한 충족감은 마치 밑빠진 독과 같다. 좋은 옷을 사면, 그에 맞는 구두를 사야하고, 구두까지 사고 보면 어울리는 가방도 하나쯤 사줘야 할 것 같다. 처음에는 25평짜리 집도 좋았다가, 30평, 50평, 60평…. 눈은 점점 높아지고, 마음은 만족할 줄을 모른다. 대종사는 "모든 욕심에 재미가 깊어 가면 도(道)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 진다"고 했다.

그렇다면 삶의 근본적인 의미와 재미를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물질에 끌리는 것은 마음의 허전함을 대상을 통해서 채우려는 작용일 수도 있다. 삶의 목적의식, 서원이 크고 투철하면, 물질을 통해 얻는 만족감에 그다지 연연하지 않게 될 것이다. 수도인들의 재미는 욕심을 이기고, 어려운 일을 한 번, 두 번 거듭 행할 때에 힘이 쌓여 불보살이 되어가는 데에 있다. 

대산종사는 "도인들은 일심을 모으는 재미, 일원에 계합하는 재미, 진리를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 사리간에 걸림 없이 알아가는 재미, 아는 것을 실행하는 재미,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 재미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나는 살아가는 재미를 어디에 두고 살고 있는가? 

/ 미주총부법인

[2018년 7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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