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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시인과 군자와 홀아비 이야기
[수필] 시인과 군자와 홀아비 이야기
  • 강동교당 김형진 교도
  • 승인 2018.07.11
  • 호수 18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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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 상을 거절하였다는 신문 기사는 요즈음에 보기 드문 일이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상의 공정함과 위엄을 지키고 제 작은 염치도 보호하는 노릇을 삼고자 한다’라는 변으로 상과 상금을 물리쳤다. 상을 받는 사람이 상의 공정성을 거론하였다. 단아한 모습이며 경이롭고 존경스럽다. 정의롭고 용기를 구현하기 보다는 양심을 단아하게 표현한 결기라 여긴다.

‘어린 당나귀 곁에서’의 시집으로 출판사 창작과 비평사(창비)가 주관하여 수상이 결정된 김사인 시인의 만해 문학상 이야기다. 비상임이기는 하나 자신이 창비의 편집위원이며, 예심에 국한되기는 했으나 만해 문학상 추천위원이었기 때문에 상을 받을 수 없다며 사양하였다는 것이다. 그걸 몰랐을 리 없는 심사위원들이 문제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결정하였을 건데 스스로 오앗 나무 아래서 갓끈 고치기를 거부한 것이다. 오해의 소지가 충분히 있다는 수상자의 나름대로의 판단이고 결정이었을 것이다. 나는 김 시인이 상을 사양한 변에서 “문학상은 또한 일방적인 시혜가 아니라 후보자인 수락에 의해 완성되는 것이므로 저의 선택도 감안될 여지가 다소 있다는 외람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얼마나 담박하면서도 결기 있는 태도인가. 김사인 시인과는 일면식도 없고 시를 한두 편 읽었을 뿐이지만 김 시인에게서 카타르시스가 일구어 졌다.

좌회불란(坐懷不亂) 고사가 있다.

춘추전국시대 노나라에 한 홀아비가 살고 있었다. 마침 이웃에 과부가 살고 있었고 어느 날 밤 폭우가 쏟아져 과부집이 무너지고 말았다. 과부가 이웃집 홀아비에게 잠 잘 곳을 청했으나 홀아비는 거절하며 문을 닫아버렸다. 과부가 몸을 떨며 너무 한다며 울부짖으며 “당신은 유하혜(柳下惠)를 배우지 못 했나요” 홀아비는 결연히 “유하헤는 가능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합니다. 나의 불가함으로 유하혜의 가함을 배우니 이해하시오” 라며 끝내 거절하였다.

유하혜는 노나라 학자이며 대부를 지낸 인물이다. 유하혜가 하루는 멀리 나갔다 밤이 늦어 성문 밖 숙소에서 머무르게 되었다. 몹시 추운 날이었는데 숙소 앞에 여인이 쓰라져 있었다. 그는 이 여인을 방으로 들여 품에 안고 옷으로 감싸 몸을 녹여주었다. 여인을 품었지만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여인의 언 몸만 체온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유하혜의 곧은 성품을 잘 아는지라 누구도 그렇고 그런 남녀의 관계를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고사이다.

이른바 홀아비는 유하혜 처럼 그럴 자신이 없었기에 과부를 방에 들이지 않았다. 지금의 남녀 기준으로 홀아비의 행동이 고지식하다 할 수 있을 것이고 좌회(坐懷)하되 음란(淫亂)해지지 않을 자신이 없는 홀아비를 이해 못한다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여자를 들였으면 남녀 간의 애욕을 탐하는 사고를 치지 않을 자신이 없었고 또 남들에게 의심을 받지 않을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행하지 않아도 의심을 받을 일을 사전에 차단하는 가르침이 담겨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떠한가.

의심을 차단하기는커녕 각종 부정과 부패의 냄새가 진동하여도 너무나 떳떳하고 몰염치 하다. 공공기관에 변호사 아들의 취업 청탁을 의심받아도, 로스쿨을 졸업한 딸이 공고도 없이 사기업에 채용된 의혹이 제기 되어도 모르쇠로 일관할 뿐 아니라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창피함은 물론 치욕을 모르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문학상수상을 거절한 김시인의 결기와, 유하혜의 향기, 홀아비의 오얏나무 밑 오해 차단 이야기를 들려줄 필요가 있고 지도층 인사들이 귀감으로 삼아야 햘 시대적 요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몇 개 되지 않는 꺼지지 않는 등불에서 긍정의 빛을 볼 수 있고, 적은 양으로 간을 맞추는 소금이 있기에 그런대로 살아가는 맛을 볼 수 있어 살아가는 희망을 본다.

楸亭 김창운(형진)
* 강동교당 교도
* 한국문인협회 회원
* 한국작가 동인회 이사
* 수필집 「비와 바람 그리고 여명」
* 공동문집 「하늘 집 사랑채」
* 아동학대 예방교육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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