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솔천삼청궁 새벽발 피어오를 때에
떠나가는 구름도 저 갈 곳을 알아서 가도다. 
선진포에 물결은 목마치고 응암바위에
햇볕은 사라지는데 처량한 상예소리는
부질없이 더디고 더디도다.

2.
문 닫고 가던 사람이 다시 와서
문 열 때가 있나니, 응당 알으실터이로다. 
영산 다음날 봄바람이 다시 불어오면
묵은 가지에서 꽃 싹이 다시 생겨나리로다.


글-유산 유허일(1882~1958) 대봉도
출처-회보 52호, 원기24년


회보 52호는 팔산 김광선 선진을 추모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유산 선진은 '1월 3일 첫 새벽 남천에서 날아오는 전보 한 장에 종사주께서는 알뜰한 첫 제자를 잃으시고 길잡이 잃은 전무출신들과 장형 잃은 정수위단원은 울며 통곡 통곡합니다'고 첫 감상을 전했다. 이 시는 '종사주의 성은과 동지들의 염원을 잃지 말고 열반의 길을 평안히 다녀오시라는 선물로 영전에 올린다'고 했다. 팔산 선진의 열반 당시 추모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온다. 

이 시에서 '꽃 싹'이라는 단어를 한참 묵상해 본다. '팔산 선진은 교단 초기 대도의 싹에 시시로 비료도 주고 풀도 매어 이제는 기초가 점점 굳어 화과를 보게 되었다. 만일 선생의 힘이 아니었다면 어찌 대도의 싹을 터서 오늘의 기초를 보게 되었겠는가.' 이번 생도 다음 생도 이 교단의 주인으로 혈심을 다할 것이라는 소망이다.

살신성인의 주역이 된다는 것은 스승님들 말씀처럼 '안 난폭 잡고, 분별시비를 다 놓아버리고 열과 성을 다하는 것'이라 본다. 변화를 거듭해야하는 이 때에 곳곳이 혈심 가진 주인을 간절히 고대한다.

/둔산교당

[2018년 7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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