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진수 교무] 차를 마실 때 즐거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자문할 때가 있다. 혹자는 차를 다루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도 하는데 같은 생각이다. 

차를 마시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머리가 맑아져 자연이 숨 쉬는 멋진 곳에서 옛 선조들이 차를 즐겨한 이유이기도 하다. 차는 물과 불에 의해 차맛이 결정되므로 좋은 차에는 좋은 물이 필요하고 차를 끓일 때 물의 끓는 정도를 특별하게 여기는 것은 차를 다루는 주요 덕목이기도 하다. 

당나라 때 다신으로 숭상됐던 육우가 물 끓임의 정도에 따라  일비, 이비, 삼비, 사비로 구분해 그 정취를 즐겼다. 그 첫 번째로 물이 끓기 시작 할 때인 일비(一沸)는 약간의 소리와 함께 기포가 발생하는데 그 모양을 물고기의 눈에 비유했다. 

이때의 물은 아직 미숙해 소금으로 간을 해 풀 냄새와 쓰고 떫은맛을 없애주는 역할을 했다. 가장 자리에 물방울이 구슬이 되어 용이 하늘을 나는 모양을 할 때를 용천연주로 비유해 이비(二沸)라 하고, 이 때 물 한 바가지를 떠내고 찻가루를 천천히 넣어준다. 삼비(三沸)에는 물이 소용돌이치듯 끓어 등파고랑이 되면 떠놓은 물을 솥에 다시 넣고 더 이상 끓지 못하게 부어 주는데, 차탕의 정화를 기르기 위한 것으로 여겨진다. 물은 삼비가 넘으면 노숙(老熟)이 되므로 표주박으로 차탕을 저어 준 후의 차는 깊고 단맛이 있어 차를 다루는 품성을 알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차의 풍류를 알 수 있는 당대의 유명한 시(詩)가 등장한다. 특히 시 짓기가 유행했는데 차 애호가인 노동의 '칠완차(七碗茶)'는 햇차를 보내준 데에 대해 화답한 글로 차의 맛과 멋을 노래한 것으로 차를 사랑하는 이들의 대표적인 애장 시이기도 하다. 중국의 시인 노동은 차 중독이라고 할 정도로 차를 사랑했다. 그가 집필한 차에 대한 종합 서적 <주필사맹간의기신다(走筆謝孟諫議寄新茶)> 시에서는 차를 낭만적으로 읊어 오랜 세월을 거쳐 오늘날까지 내려오고 있다. 칠완차에서 느끼는 일곱 잔의 차 맛은 어떤 것일까. 

첫째 잔은 입술과 목을 적셔주고, 둘째 잔은 고민을 씻어주고, 셋째 잔에 무뎌진 붓끝이 풀리니 쌓인 잡념 사라지고, 가슴 속 남는 것은 오천 권 책뿐이라고 노래한다. 넷 째 잔에 온몸에 땀이 솟아 한평생 품었던 불평불만을 땀구멍으로 흩어져 다 달아나고 다섯 번째 잔은 살과 뼈를 맑게 하며 여섯째 잔은 신선의 영과 통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일곱 번째 잔은 채 마시지도 않았지만 두 겨드랑이에서 맑은 솔바람이 일어 오직 신선됐음을 깨닫게 했다. 

유상곡수 밤다회.

당나라 때 시가 발달하면서 당대 음다문화를 돋보이게 하고 조정은 차를 마시고, 황실에서는 음다가 성행하고 궁정다례가 발달하게 됐다. 귀비는 다연을 열고, 군신에게 차를 내리고, 다례를 올리고, 다시를 읊어서 오늘날 다예의 시연으로 나타나 당대의 다회 공간은 다시 주목받게 됐다. 

특히나 정원 중의 곡수유상(유상곡수)은 정원경관의 고정적인 장식형태로 보이며, 정원에 유배 즉 잔을 물에 띄워 경관과 자연지리의 지형을 이용해 형성된 개울이 이루어진 곡수 등의 경관으로 정원 풍경이다. 이러한 곳에서 차를 즐기는 방법으로 유상곡수 다회는 실제로 사람과 자연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방법 중의 하나로 차가 담겨진 차호에 찻잔과 다식이 물의 흐름에 따라 이동하면 자리에 앉아 순번대로 차를 마시게 되는데 노동의 시가 지닌 품격과 잘 어울리는 차 한 잔을 유상곡수 다회로 옮겨 보면 어떨까. 

다회라는 이름은 당나라 때부터 불린 이름으로 역사상 첫 번째 기록인 유상다회는 당덕종 정원말(약 804년)의 진사여온의   3월3일다연서(三月三日茶宴序)다. 야외 곡수다연은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실내 곡수유상과 인상형 곡수유상으로 나뉘는데 인상형은 실체가 아닌 흐르는 물로 곡수를 표현했다. 필자는 복건성의 장주과학기술대와 학술교류에서 유상곡수 다회를 격년재로 참여하고 있다.

/원광디지털대학교 차문화경영학과 교수

[2018년 7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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