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송효성 원무] '하려고 해서 아니 될 일 없고, 안 하려고 해서 될 일 없다.' 항상 지니고 다니는 수첩의 첫 장에 새겨 둔 문구인데, 2009년 학교법인 원창학원에서 교감으로 지명됐을 무렵 당시 이사장이 전해준 법문이다.

이사장은 우리들을 만날 때마다 또 기회가 닿는대로 이 말씀을 했는데,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들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날을 되돌아보게 되는 일이 일어났다. 그러다가 '이렇게만 산다면 못 할 일이 없겠구나'라는 마음이 생겼고, 이후 나의 좌우명이 됐다.

우리의 삶은 수없이 많은 이들과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는 만남의 연속이다. 그래서 어떤 인연을 만나는 것은 일생이 좌우되는 소중한 순간이기도 하다. 나와 원불교의 만남이 내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으니 이보다 귀한 인연이 어디 있겠는가. 

대부분의 시골 부모님들이 그러하듯이 나는 어릴적에 유교식 제례를 지내며 자랐다. 그래서 특별한 종교와는 인연이 없는 가정에서 적어도 한번이라도 만났을 법한 종교도 없이 자랐다.
그런데 원기63년 원광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원불교를 처음 알게 됐다. 그 당시에는 일주일에 한 시간씩 <교전>이라는 수업을 받았다.

그 무렵, 선생님(한참 후 그분이 교무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됨)으로부터 전남 영광군 백수면 길룡리 영촌 마을에서 소태산 대종사가 탄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그가 바로 원불교를 창시했다는 교단 초기 역사를 배운 기억이 지금도 또렷하게 잊혀지지 않는다. 이것을 처음 배웠던 그 시간부터 나와 원불교의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고등학교에서 처음 만난 원불교, 법연으로 이어져
어려운 상황 직면할 때마다 좌우명 되새겨

대학을 마치고 원기72년 원광중학교에서 교직을 시작하며 정식으로 교도가 되는 입교식을 치뤘다. 그 후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성장한 아내와 결혼하게 된다. 아내와 나는 서로 다른 종교 때문에 사소한 갈등을 겪기도 했지만 다행히 아내가 생각을 바꿔서 함께 교당을 다닐 수 있었다. 아내는 교도로 열심히 생활해 줬고, 아들과 딸도 교당 활동에 잘 참여해 자연스럽게 일원가정이 됐다. 

교사로 재직하던 1990년대 후반 무렵 익산에서는 고입 평준화 정책에 대하여 각 학교 간 갈등이 표면화된 일이 있었다. 익산시내에 위치한 학교 간, 법인 간에 첨예한 대립이 지속됐고 급기야 물리적 충돌 직전까지 이어지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빚어졌다. 당시 원광중학교에서 근무하던 나는 학교를 대표하여 선배 선생님들과 함께 각종 행사에 앞장서며 학교의 소리를 전달했다. 그 결과 이 운동은 올바른 교육을 향한 신념과 이에 뜻을 같이 하는 많은 사람들의 합력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정말로 소중한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소수의 이해관계에 얽매이기 보다는 공익을 위한 일에 앞장서서 행동하여야 한다는 신념이 마음속에 더욱 굳게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특히 누구나 선뜻 나서기를 꺼려할 때 내가 근무하는 곳, 내가 지도하는 학생들의 올바른 미래를 위한 일이라면 기꺼이 앞장서야 하며, 그것이 보은하는 길임을 깨닫게 해준 값진 시간이었다. 

정사종사는 보은의 소중함에 대해 다음과 같이 법문을 내려줬다.

말씀하시기를 "우리가 사은의 지중한 은혜를 알아 그 은혜에 보답하는 세 가지 사업이 있나니, 교육과 교화와 자선이라, 자신이 교육을 받은 후에는 후진을 가르치고 이웃을 교화하며 자비와 선행을 널리 베풀어 교육 교화 자선을 아울러 실천하라. 교육 교화 자선은 교단의 세 가지 사업 목표일 뿐 아니라 우리 공도 사업자들의 영생의 세 가지 봉공 요건이니라." (<정산종사법어> 제12 공도편 47장) 

그 후 학교 근처에 지어지는 소각장이 교육 환경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제기됐을 때에도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섰다. 그 과정에서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사건들이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공익을 위한 간절한 마음으로 생활하다 보니 '하려고 해서 아니 될 일 없고, 안 하려고 해서 될 일 없다'는 말씀이 나의 가슴에 더욱 간절하게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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