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시절,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교법 통해 위안 얻어
천지보은 가치 널리 알리는 천지보은공동체 가꿔가

[원불교신문=김덕근 교도] 누구나 그렇지만 직업을 결정하고 삶의 방향을 정하는 과정은 여러 스승들의 가르침과 인연들의 이끔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치적 신념이나 철학, 사회적 고민들은 스스로 그 답을 찾게 하고 선택의 갈림길에 설 때마다 두려움 속에서도 선택할 수 있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진리나 교법에 인연이 있어 그 인연도 자신이 스스로 선택했다고 생각하지만 과거를 돌아볼 때 일체 모든 선택들이 다 스스로 지은바 아님이 없으며, 부처님(사은님) 손바닥 안에서 스스로 선택했다고 생각하는 손오공과 다름이 없었음을 깨달으며 참회하게 된다.

아내를 만나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이 태어나자 귀농을 결정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삶은 생각처럼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 삭막한 도시에서 복잡하고 틀에 박힌 반복되는 일상이 아닌 자연 속에서 뒹굴며 아이들이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은 우리 가족을 파주로 이끌었다. 낡은 기와집을 수리한 전셋집을 마련하니 통장에 잔액은 없지만 땅을 빌리고 당당한 정식 농사꾼이 된 것이다.

그러나 파주에서 친환경 농업의 유기농 농사꾼으로 살아가며 관행적으로 농사를 짓는 농민들과 친해지는 과정은 매우 어렵고 힘들었다. 친환경 유기농업의 기술적 자립과 경험이 없으니 수확이 어려운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정신적으로도 흔들릴때 우연 자연하게 다시 원불교를 찾아 파주교당과 인연이 됐다. 힘들고 어려움을 교법을 통해 해결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기에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다행스럽고 감사할 일이었다.

생소한 파주에서 친환경농업을 한답시고 화학비료도 사용하지 않고 농약도 사용하지 않으니 병충해를 막아낼 수 없었다. 결과가 신통치 않으니 지역농민들과 신뢰를 쌓고 허물없이 지내는 데는 아주 오랜 시간과 과정이 필요했다. 그러나 친환경 유기농업을 실행하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파주로 내려왔기에 한 순간도 유기농업이 아닌 다른 농법에는 눈길을 돌리지 않으며 3년의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그 시간들은 친환경 유기농업에 대한 여러 경험을 쌓게 되는 시간이 됐다.

이러한 시기를 보내고나니 비로소 파주지역 농업인들과 천지보은공동체라는 친환경 유기농업 농민공동체를 꾸릴 수 있었다. 그동안의 노력과 성과들을 봐왔던 지역 농민들은 내가 제안한 친환경농산물의 공동생산, 공동유통 제안에 흔쾌히 따라줬고 우여곡절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금 천지보은공동체는 파주시친환경농업인연합회와 함께 경기도 친환경학교급식에 70여 가족 농민회원이 함께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농사는 하늘과 땅을 바라보며 하늘이 주면 먹고 주지 않으면 먹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친환경 유기농업은 화학적이고 인공적인 방법을 지양한다. 하늘과 땅, 사람과 농작물간의 유기적인 관계가 회복할 수 있도록 생태적이고 순환적으로 관리하는 농업이다. 

천지보은공동체 회원들과 함께 친환경 유기농업을 하고 있는 70여 가족의 지역 농민들은 아직 대종사가 밝힌 천지보은의 뜻을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경기도 친환경 학교급식으로 150만 학생들은 농민들이 생산한 친환경 유기농산물로 건강하게 자라고 있으며, 한살림 생활협동조합의 60만 조합원들 매일 밥상을 통해 천지의 지중한 가치를 느끼며 함께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농민들과 도시 소비자들이 차츰 늘어나고 있다.

농민들에게는 삶에 희망이 되고 도시 소비자에게는 생명의 가치가 담긴 농산물로 천지자연의 은혜를 알아가는 과정이 천지보은을 알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농업을 통해 만난 많은 인연들에게 '천지보은'을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았지만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그래서 그들이 근본 은혜를 밝혀준 대종사와 교법을 찾게 될 날이 멀지 않음을 느낀다. 

귀농 초기의 마음을 놓지 않고 처음 교법과 인연된 그 마음을 잊지 않으며 더욱 일상속에서 정진 적공하는 생활을 다짐한다.

/천지보은공동체ㆍ파주교당

[2018년 7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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