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간의 마음치유·도야센터 유럽탐방(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은 수도와 생활이 둘 아닌 산 종교라야 세상의 경종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켰다. 수백 혹은 수천 년을 이어온 교회나 수도원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호텔, 상점 등으로 전락해 가고 있었다.  

연간 50여만 명의 순례자들이 찾는다는 독일 바이에른의 벨텐부르크 수도원은 18세기 유럽 바로크 양식의 최고봉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현실은 참담했다. 도나우강가에 위치해 천혜의 자연환경과 맥주공장으로 유명한 이곳은 대부분의 순례자들이 맥주를 마시거나 관광을 하러 왔다. 수사신부들은 수도원 운영에 쓰이는 호텔 관리에 하루가 바쁘고, 세상과 동화되지 못한 엄격한 규율 때문에 끊임없이 자기 안의 갈등과 싸워야 했다. 노령화되고 세상과 격리된 이들의 수도문화는 후진 양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반면 폐원 위기를 딛고 1977년 '명상의 집'을 설립하고 일본불교의 선 명상을 전파하고 있는 디트푸르트 프란체스코 수도원은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수도원 문턱을 낮췄다. 현재는 연간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이곳 명상의 집을 찾아 마음을 닦고 자신의 신앙을 견고히 하고 있다. 6명의 수사들은 교회의 정원을 활용해 꽃과 유실수, 농작물을 기르는 등 자급자족의 자구책을 모색하고, 종교를 넘어 인간의 고뇌에 한층 더 다가가고 있다. 

하지만 유럽 교회의 붕괴는 앞으로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 기준은 목회자와 청년 신자 수 감소에 있다는 게 일반적 견해다. 그런 의미에서 프랑스 떼제 공동체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프랑스 남부 부르고뉴 지방의 작은 마을 '떼제(Taize)'는 범기독교 공동체이다. 이곳에는 연 수천 명의 청년들이 일주일간 침묵의 기도를 하러 온다. 이들은 '화해의 교회'에서 하루 3번 자신과 만난다. 침묵은 모든 차별을 놓고 오직 지금 여기에 현존하라고 말한다. 떼제 안에서 이뤄지는 공동체 생활은 다소 불편해 보이지만 그 모자람은 말 없는 기도로 채운다. 그리고 공동출역과 평화와 일치를 향한 토론(워크숍)이 오전·오후 2차례씩 이뤄진다. 그 외 생활은 자율로 맡긴다. 어떠한 종교의 틀에 가둬 두지 않겠다는 의미다. 때문에 떼제 공동체는 80년 가까운 세월을 지내면서 전 세계 30개국에 100여 명의 수사를 배출하고, 현재까지도 많은 젊은이들이 종신을 서원하고자 문을 두드린다. 

떼제 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알로이스 수사는 "모든 사람이 일주일 후면 떼제를 떠나야 한다. 우리는 사람들이 떼제에 머물기를 원하지 않는다. 이곳에서 얻은 하나님의 현존하심, 이웃과의 친교가 더 많은 곳에서 실현되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탈종교시대, 소태산의 깨달음이 종교의 울을 넘어 세상을 밝히고 있는가.

[2018년 7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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