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지은 교무] 1805년 나폴레옹이 이탈리아로 원정을 갈 때, 알프스 정상의 부르 상피에르 촌락 주변에 군대가 주둔했다. 이들은 마을에서 물품과 인력을 징발하고 이에 대한 차용증서를 써줬다. 차용증서에는, 징발한 물자와 인력에 대한 상세한 내역이 적혔고, 나폴레옹은 이 증서에 "나는 촌민의 환대와 서비스에 감사하며 모든 조달에 대해 충분히 보상하겠다"라고 기재, 서명했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이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채 몰락했다. 

세월이 흘러 1984년 미테랑 대통령이 국빈으로 스위스를 방문했을 때, 상피에르의 마을 대표들은 100년도 넘은 나폴레옹의 영수증을 들고 미테랑을 찾아갔다. 원금에 이자까지 돈으로 환산하니 2천만 스위스 프랑(약 200억원) 이 되는 금액이었다. 미테랑 대통령은 이 금액을 흔쾌히 배상함으로써 200년 전의 약속을 이행했다. 선조가 한 약속을 책임지고 지킴으로써 역사를 바로잡은 것이다.  

신용은 개인이든, 국가간이든 관계의 기본이 된다. 사소한 돈이라도 빌려놓고 갚을 생각이 없는 사람과는 앞으로 관계를 더 이상 맺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신용을 중히 여기는 마음이 없는 사람은 남이 믿어주지 않아 결국은 대중의 배척을 받는다.

그러므로 소태산 대종사는 특신급 계문 7조에 '신용없지 말며'를 주고 엄중히 경계했으며, 스스로도 사소한 일부터 신용을 지키는 모습을 보였다. 어느 날 대종사가 몇 제자와 함께 총부 정문 밖으로 나올 때, 놀고 있던 한 어린 아이에게 '네가 절을 하면 과자를 주겠다'고 하니, 그 아이가 절을 하는 것을 보고 웃었다. 그 길로 무심히 한참 걷다가 문득 '잠깐 기다리라. 내가 볼 일 하나를 잊었다'하더니, 다시 조실로 들어가 과자를 가져다 그 아이에게 준 일화가 있다. 비록 어린아이에게 한 약속이더라도 반드시 지킨 것이다.   

필자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입학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제법 친해진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에게 "우리 이제부터 집에 같이 가자"하고 다정하게 말해놓고는 금새 잊어버리고 다른 친구들과 집에 가다가, 교문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그 친구를 보고도 그냥 지나친 적이 있다.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그 순간이 가끔 생각날 때마다 그렇게 미안할 수가 없다. 약속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 못한 철부지였다. 그런데 신문을 장식하는 사기 범죄들을 보면 이 세상에는 그런 철부지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상대방 눈에  피눈물을 나게 하는 사기(射技) 사건의 기사를 접하면, '세세생생 그 인과를 어찌 갚으려나'라는 생각이 든다. 

신용을 지키기 위해서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그대로 영생의 빚이 된다는 인과의 이치를 알아야 한다. 상대로 하여금 어떤 기대, 생각을 하게끔 원인을 제공했으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상황이 있으면, 미리 연락이라도 해야 하고, 사과의 뜻을 전해야 한다. 살다 보면 무심코 한 사소한 말, 약속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가 쉽다. 그럴 때면, 어린아이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조실로 되돌아가 과자를 챙긴 소태산 대종사의 취사를 떠올리자. 신용은 모든 처세의 근본이 된다. 

/미주총부법인

[2018년 7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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