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재는 영가뿐 아니라 자신의 삶을 조명해 보는 시간
남편 열반 후, 탐·진·치와 아상 벗고 생사 공부길 찾아

[원불교신문=강진명 교도] 대치교당에서 육일대재를 앞두고 5월25일~31일 특별천도재를 지냈다. 특별천도재를 지내며 느꼈던 생각을 간략히 정리해 나누고자 한다.  

<대종경> 천도품 1장에서 "범상한 사람들은 현세에 사는 것만 큰 일로 알지마는 지각이 열린 사람들은 죽는 일도 크게 아나니, 그는 다름이 아니라 잘 죽는 사람이라야 잘 나서 잘 살 수 있으며, 잘 나서 잘 사는 사람이라야 잘 죽을 수 있다는 내역과, 생은 사의 근본이요 사는 생의 근본이라는 이치를 알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조만이 따로 없지만은 나이가 사십이 넘으면 죽어가는 보따리를 챙기기 시작하여야 죽어 갈 때에 바쁜 걸음을 치지 아니하리라"고 말씀했다.

대치교당 교무는 설법할 때 가끔 하는 말씀이 있다. "믿어야 한다. 믿지 않으면 망념만 생길 뿐이다." 우리는 인과보응과 불생불멸의 진리에 따라 영생을 통해 다양한 인연을 만나고 많은 업을 짓고 살아간다. 나는 이 생에 성함이 강을성 이신 아버지와 김종옥 이신 어머니 사이에 둘째로 태어났다. 강진명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경계와 여러 사건 속에서 살면서 현재 55세라는 나이가 됐다. 앞으로 남은 삶을 살다가 언젠가는 열반에 들고 다시 윤회의 수레바퀴 속에서 변화를 거듭할 것이다. 

천도품 1장에서 '잘 죽어야 잘 나서 잘 살 수 있고 잘 사는 사람이라야 잘 죽을 수 있다'고 했다. 이번 특별천도재에서 교무님은 열반할 때 생사의 문 버튼은 오직 자기 자신만이 누를 수 있다고 했다. 열반 후 영가가 탐·진·치 삼독심과 아상에 가려 생사 문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중음의 세계에 머물게 되어 우주의 거지가 되거나 습관과 업력에 끌려 잘못된 버튼을 누른다고 말씀했다. 그러므로 천도재는 영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에게도 자신의 삶을 조명해 보는 시간을 갖게 하므로 영가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럼 나는 과연 생사의 문을 가볍게 열 수 있을 것인가? 나의 탐·진·치와 아상의 정도는 어느 정도인지 생각해봤다. 나는 2015년 남편 열반을 직면하면서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남편의 열반은 내 삶의 큰 충격이었고 삶의 자세, 지향점에 큰 영향을 줬다. 남편은 늘 나와 대화하기를 즐겨했고, 언제나 나를 지지해 주던 스승이며 친구 같은 사람이었다. 또한 재미있고 겸손했던 훌륭한 한의사였다.

나는 참 좋은 사람을 남편이라는 인연으로 만난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나는 남편의 열반을 겪으면서 탐·진·치와 아상의 무게는 조금 가벼워졌으나, 과연 생사의 문 버튼을 가볍게 누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대종경> 요훈품 42장에서 "참 자유는 방종을 절제하는 데에서 오고, 참 자유를 원하는 사람은 먼저 계율을 잘 지키라"고 말씀했다. 원불교의 수행법에는 일상수행의 요법, 정기훈련법, 상시훈련법이 있다. 정기훈련 과목에는 염불·좌선·경전·강연·회화·의두·성리·정기일기·상시일기·주의·조행 등의 과목이 있고 상시훈련 과목에는 상시응용주의사항과 교당내왕시주의사항이 있다.

이중 상시일기는 당일의 유무념 처리와 30계문의 범과 유무를 기재하게 돼 있다. 내 나름 꾸준하게 기록해오던 상시일기를 4월에는 바쁘고 여러 일이 생기면서 하루 이틀 미루더니 5월에는 아예 하루도 기록하지 않고 지나가 버렸다. 또 2월 중순부터는 가계부와 일기를 써왔는데 어느 순간 지속해 오던 것도 완전히 놓아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습관 길들이기가 얼마나 힘들고, 업력 벗어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심기일전하여 다시   6월부터 기록하고 있는데 빠진 날도 있다. 하지만 챙기고 또 챙기면서 습관이 될 때까지 해보려고 한다. 

<대종경선외록> 일심적공장 2절에 "사람의 평생 일 가운데 착심 떼고 죽는 일이 제일 큰 일이다"는 법문이 있다. 나를 돌아보면 부족한 것이 참 많다. 그럴수록 생활 속에서 경계를 대할 때마다 무엇이 중요한지를 항시 점검하고 챙기도록 노력하려 한다. 이 다짐이 느슨해지거나 포기하고 싶을 때, 좌절하지 않고 다시 마음을 챙겨 한 해 한 해 진급해가는 불제자가 되고 싶다. 그래서 탐·진·치와 아상을 떼도록 노력해 마음의 자유를 얻어 열반 시 생사의 문을 착 없이 가볍게 열 수 있기를 염원한다. 

/대치교당

[2018년 7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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