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지은 교무] 출가하기 전, 유무념 공부를 처음 시작하면서 지도교무에게 "유무념 조목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 하나만 골라주세요"라고 했더니,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기'를 해보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너무 막연해 그 뜻이 잘 와 닿지 않았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온전한 생각을 챙겨 취사를 하면 그 챙긴 만큼 이로운 결과가 나퉈지고, 그렇지 못했을 때는, 반드시 그에 따른 부정적인 결과가 따른다는 것이 확연히 이해가 된다. 

한 가지 일을 마음 챙겨하면 그 한 가지 이로움이 따르고, 한 가지 일을 무념으로 하면 그에 따른 해독을 감수해야 한다. 원불교학과 들어갔을때 서원관 생활 규율이던 문 살살 닫기, 정리정돈 등은 근본적으로는 매사에 챙기는 마음을 단련시키는 과정이다.

무릇 공부하는 사람은 안으로 공부가 깊어가는 만큼, 생활에서도 도에 맞는 모습이 나타나야 할 것이다. 말로는 깊은 진리를 논하면서 일상생활에서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언행을 일삼는다면 원만한 수행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과거에는 다소 괴팍하거나 성행이 거친 기인의 모습을 도를 깨달은 자의 걸림 없는 행동으로 봐줄 수 있었을지 모르나, 원불교의 공부인은 모름지기 원만해야 한다.

정기훈련법 11과목 가운데 '조행'이 있다. 조행은 '사람으로서 사람다운 행실 가짐을 이름이니, 이는 다 공부인으로서 그 공부를 무시로 대조하여 실행에 옮김으로써 공부의 실 효과를 얻게 하기 위함이니라'고 했다. 〈정전〉 일원상 장을 일원상의 진리, 신앙, 수행, 서원으로 그치지 않고, 일원상 법어를 둔 대종사의 뜻을 생각해보자. 수행의 꽃은 안·이·비·설·신·의 육근 동작할 때 나타나는 것이다.

실시품 22장은 소태산 대종사가 병환 중에 있을시 한 제자가 이웃 교도의 가정에 편안히 기댈 의자가 있다며 가져오겠다고 했을 때의 이야기다. 대종사는 "그만 두라. 그 주인이 지금 집에 있지 아니하거늘 어찌 나의 편안한 것만 생각하여 가져오리요.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부득이한 경우 외에는 본인의 자원이나, 승락없는 물건을 함부로 청하여다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으리라"고 가르쳤다.

내 편한 것에 끌리거나, 상황을 내 중심으로 생각하다 보면, 예의, 염치를 무시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치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른 것인 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눈앞의 편한 것, 하고 싶은 것에 끌려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다 보면, 자칫 상대의 마음을 상하게 해 관계가 멀어질 수도 있고, 그보다 더 큰 곤욕을 치를수도 있다. 가까운 사이라도 예외가 아니며, 오히려 가까울수록 더욱 마음을 챙겨야 한다. 

그러므로 크고 작은 경계에 항상 마음을 일단 멈추어 온전함을 챙겨, 오직 합당한 것, 옳은 것만 행동하도록 주의해야만, 이후에 큰 곤경을 예방할 수 있다.  

대산종사는 '아무리 자타가 견성하였다고 말해도 행동에서 견성이 묻어 나오지 않으면 견성인가 할 수 없다'고 했다. 우리는 도를 멀리서만 찾지 말고, 나의 육근동작을 언제나 바르게 사용하는 것으로 도를 단련해야 할 것이다.

/미주총부법인

[2018년 7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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