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태산 대종사는 3.1 운동의 후유증과 가중되는 탄압 속에서 9인 제자들에게 백일기도를 제안한다. 4월26일부터 8월11일까지 백 일간의 산상기도였다.…(중략)100일째 되는 날, 아직도 사념이 남아 있으니, 창생을 제도할 수 있다면 목숨도 내어 놓겠는가 하고 물으신다. 아무 대답이 없자 또 말씀한다. 미련이 남거든 말하라, 생명을 바치지 않고도 길이 있다. 조금이라도 불안한 생각이 끼어들면 비록 열 번을 죽어도 천지신명이 감동하지 않을 것이다. 이 때 모두 비장한 태도로 희생하겠다고 다짐한다. 열흘간 더 기도하고 21일에 자결키로 하였다.(〈소태산 평전〉, 김형수)

신정절, 대각개교절, 석존성탄절과 함께 교단의 4대 경절의 하나인 법인절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이 때가 되면 기자가 처음 입교했을 당시 '법인절'을 알게 된 후 엄청난 충격에 빠졌었던 일이 문득 떠오른다. 

법인기도 90일째가 되는 7월16일 대종사는 '그대들의 정성이 장하기는 하나 천의를 움직이기에는 미치지 못하니, 만일 목숨을 바쳐 천의의 감동을 얻는다면 죽겠는가?'라고 물으셨고 9인 제자는 모두 '그러겠습니다'라고 했다. 대종사는 다시 10일의 기회를 줬으나 제자들은 모두가 자신의 희생으로 인류가 행복해진다는 것을 기뻐하며 원기4년 8월21일(음력 7월26일) 다시 모였다하니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그대들의 몸은 곧 시방세계에 바친 몸'이니, '순일한 생각으로 공부와 사업에 오리지 힘쓰라'고 했다. (<대종경> 서품14장).

신입 교도였던 나에게 엄청난 '임팩트'로 다가왔던 법인절이지만 요즘 들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교단의 특징적인 경절인 법인절이 조금은 소홀하게 다뤄지고 있진 않은지 우려되는 마음 때문이다. 

매년 대각개교절이 되면 석존성탄절과 함께 약 한달 동안 봉축기간을 가지고 원불교 홈페이지 이벤트, 원광대학교 이벤트 등 다양한 이벤트와 기념행사가 이뤄진다. 이에 반해 법인절은 영산성지에서 진행되는 법인기도 외에 교도들의 관심을 끌만한 이벤트나 행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법인절은 소태산 대종사와 9인 제자의 사무여한의 정신이 백지장(白指章)을 혈인으로 변화시키고, 진리의 인증을 얻은 날로써 오직 원불교에서만 볼 수 있는 경절이다. 또한 원불교가 새 종교로서 법계의 인증을 얻은 것을 기념해 경축함과 동시에 창립정신, 곧 중생 제도 사업에 몸과 마음을 다 바쳐 봉공한다는 정신을 반조하는 날로써 의의도 크다. 

물론 법인절을 기념할 만한 '큰 행사'를 치러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교화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즘, 법인절 기간만큼은 교단 창립정신과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임팩트' 있는 시간을 제공해 보는 것은 어떨까. 폭염 속 8월, 모두가 대종사와 구인선진의 법인정신을 체현하는 법인의 달을 맞을 수 있길.

[2018년 8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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