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지은 교무] 마음을 잘 사용한다는 것은 곧 마음을 때에 맞게 사용한다는 것과도 같은 말이다. 일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또는 육근이 동할 때와 정할 때, 이렇게 때에 따라 마음을 단련하는 것이 곧 수행의 요령이다. 이런 의미에서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 하는 것과, 마음을 어떻게 사용하느냐 하는 것은 동의어이다. 공부인이 일상생활 속에서 마음을 잘 사용하도록 안내해준 〈정전〉 상시응용주의사항 6조 가운데 두 번째 조목은  '응용하기 전에 응용의 형세를 보아 미리 연마하기를 주의할 것이요' 이다. 일이 없을 때 미리 연마하고 준비함으로써, 일을 당하면 여유 있고 원만하게 잘 처리하자는 것이다. 

일을 미리 준비해 둬야 쓸 때에 아쉬움이 없는 것은, 마치 돈도  미리 저축해 둬야 쓸 일을 당하면 아쉽지 않은 것과 같다. 〈정전〉은 소태산 대종사의 마음 공부법이다. 대종사는 일이 없을 때는 앞으로 있을 일의 기틀을 먼저 살펴봄으로 늘 일을 당해 여유가 있었다. 일 없을 때 마음 챙기기란 일 있을 때 정신 차리는 것보다 더 어려운 공부이다. 

중생은 "일 없을 때에는 뭐하고 놀까?"하며 놀기 바쁘다가 일을 당하면 창황전도 한다. 시험 날만 되면 최고의 긴장감과 스트레스 속에 "하루만, 아니 한 시간만 더 있다면…"라고 간절히 바란다. "시험만 끝나면 공부 열심히 해야지" 하고 다짐했다가도, 시험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똑같은 일상으로 돌아가곤 했던 기억이 있다. 시간 사용법을 숙달하지 못한 중생의 모습이다. 일을 미루기 시작하면 늘 조급하고, 기분상 늘 바쁘다. 놀아도 논 것 같지 않다. 미뤄둔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항상 심리적인 압박을 받고, 스스로 당당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일의 결과물도 신통하지 않게 된다. 

반면 미리미리 준비하기를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바쁜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여유가 느껴지며, 일의 결과도 뛰어난 것을 본다. 미리 한다는 것은 상황의 주도권을 내가 갖는다는 것이므로, 자신감과 긍정적인 심리상태도 따른다. 법회 등의 모임이나 약속시간에, 5분 늦었을 때와 5분 전에 도착해서 여유 있게 기다릴 때의 마음이 어떻게 다른지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일이 없을 때에 일 있을 때를 준비하라는 대종사의 말씀은 참으로 소중한 인생의 비결이며 힘써 닦아 습관으로 만들어야 할 조목이다. 

지금부터 27년 전인 원기76년(1991년), 소태산 대종사 탄생 백주년기념대회가 교단 대대적으로 열렸다. 전 교단적으로 기념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을 무렵, 당시 종법사였던 대산종사는 '교단 백주년'을 준비하라고 말씀했다. 당시 법문을 받든 교무는 '탄생 백주년'을 준비하라는 말씀을 대산종사가 실수로 잘못 말씀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교단 백주년이라는 말 자체가 요원하게만 들리던 시절, 대산종사는 이미 30년 후 교단의 미래를 준비했던 것이다. 어느덧 교단 백주년은 현실로 다가와, 2년 전 우리 교단은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를 성대하게 봉행했다. 

나는 얼마만큼 멀리 미래를 내다보고, 얼마만큼 철저하게 준비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10년후? 5년후? 아니, 당장 내일, 다음 주 일부터 미리미리 준비해 보자. 

/미주총부법인

[2018년 7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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