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답이다 - 완도소남훈련원

선객들은 오전 의두연마 시간을 마치면, 만불전 동백나무숲에서 대산종사의 육성법문을 들으며, 경전명상으로 혜두를 단련한다. 21일간 진행되는 하선에서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영육쌍전 프로그램이 돋보인다.

[원불교신문=안세명 기자] "의두를 참구하라. 성리의 궁극은 바로 하나의 진리를 깨닫는 것이다." 소남훈련원의 하선은 타오르는 폭염 속에서도 용맹정진의 쾌(快)한 맛에 더위를 잊게 한다.

훈련원에 들어서니 만불전(萬佛殿) 동백나무숲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선풍(禪風)에 대산종사 재임시 교단의 성리도량으로써, 청소년인성훈련의 메카로써 생생약동했던 기운이 다시 느껴졌다. 소남훈련원은 지난해부터 숙소와 장비 등 도량을 새롭게 리모델링하고, 교도훈련과 청소년수련활동도 정상화하고 있다. 지금 소남은 마음공부 핫 플레이스(Hot Place)다.

초창기 훈련의 전형을 찾아서
소남훈련원(원장 장덕훈)은 상주하는 임원들부터 일과정진과 정기·상시공부를 아우르며 교단훈련의 전형 찾기에 전념하고 있다. 7월31일~8월20일 21일간 진행되는 소남하선 또한 그 연장선에 있다. 

우세관 교무는 "초창기 교단의 수행풍토와 현장교화의 시대적 요구에 주목했다"며 "초기 교단에는 3개월에서 1개월 가량의 동·하선이 있었다. 현대인에게 많은 시간을 거둬가면서 훈련기간도 점차 짧아졌고, 이제는 1박2일 훈련이 통상화됐다. 동·하선도 4~5일 정도이며, 출가자 훈련도 1주일에 그쳐있다. 이에 따라 교도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속 깊은 훈습이 필요한 훈련의 가치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고 '365일 열린 선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소남하선은 초기교단의 법향을 세우고, 성리훈련과 영육쌍전 도량으로 인원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직접 수행의 장인 것이다.

진리증득, 의두연마와 성리훈련으로
소남하선의 훈련주제는 '의두요목과 일원상을 증득하여 진리적 삶을 다짐한다'이다. 다소 어려울 것 같은 주제지만 프로그램은 매우 단순하다. 교단의 표준 일과에 더하여 오전에는 의두연마와 해석, 오후에는 봉공선, 저녁에는 일원상 교리탐구로 진행된다. 공부의 핵심은 '일과 속 득력'이며, 일상생활에서 진리적 삶을 실천하는 데 방점을 둔다.

우 교무는 "진리라는 것은 '진짜로 사는 것'을 말한다. 진짜 나를 발견하여, 진짜 삶을 살기 위한 원리가 진리(眞理)이며, 그 진리를 해석위주로 이해해서는 안된다"며 "제불제성의 심인(心印)이라는 것도 자신이 일원상과 같이 동글동글하게 말하고, 행동하고, 생각하며 '마음도장'을 잘 찍자는 데 있다. 이것이 바로 성리적 삶이다"고 힘줘 말했다.

또한 우 교무는 "소태산 대종사는 〈정전〉의두요목 20조목을 불가의 1700 공안 가운데에서 절반가량을 채택했고, 나머지는 직접 친제한 성리 명제로써 공부인들의 혜두단련을 극대화하는 데 의의가 있다"며 의두연마가 생활화 되었을 때 나와 남, 진리와 생활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가능해짐을 설명했다.

소남하선은 교법의 핵심인 '일원상'으로 공부의 주종을 명확히 한다. 좌선, 의두, 절수행, 요가 등 다양한 마음공부 프로그램은 일원상의 진리에 다다르기 위한 방법인데,  자칫 교법의 곁가지에 매달리는 경우가 많다. 교법의 세밀한 탐구가 지나쳐 결국 길을 잃게 만드는 요인이 됨으로써 우리의 지향점을 흐리게 한다. 교법을 처음 접했을 때의 그 감동이 지속적인 실천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의두공부로 진지하고 지속적인 성찰이 이뤄져야 하며, 일원상이란 교법의 핵심을 세워 더 이상 길을 잃지 않고, 생활에 스며들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증득'의 과정이다. 증득은 바로 '성리적 삶'이며, 성리를 깨달았는가의 여부는 결국 그 사람의 삶 속에서 증명된다.

우세관 교무는 일원상 진리와 의두성리 공부는 자신의 삶 속에서 증득돼야 가치가 있음을 강조했다.

의두·성리공부, 한걸음 더 들어가야
원불교의 의두는 불교의 공안, 화두와 개념이 다르다. 〈정전〉 정기훈련법에서는 의두는 대소유무의 이치(理)와 시비이해의 일(事)이며, 과거 불조의 화두 중에서 의심나는 제목을 연구하여 감정을 얻게 하는 공부라 했다. 다시 말해 불가의 화두와 더불어 사리 간 모든 문제에 대한 연구까지 포함한다. 또한 사리를 연마하는 것은 정기일기를 통해 훈습하는 것이며, 세상의 모든 일과 이치를 두드리는 공부이자 일과 이치 간 명확한 분석을 얻도록 하는 공부이다. 그러므로 의두훈련은 화두보다 더 일반적이고 광범위하며 곳곳에 살아있는 현실적 지혜단련 공부법이라 할 수 있다.

우 교무는 "의두는 깨달음의 지름길이다. 끝없이 궁구하고 연마하다 의심 없는 깨달음에 이르렀을 때 확실한 그 자리를 체득하게 된다"며 "사리를 잘 분석하면서도 시비를 초월하여 불성(佛性)을 기르는데 더 큰 목적을 둬야 한다. 의두의 생활화는 나와 남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빠르게 부처로 갈 수 있는 길이다"고 매일매일 의두요목을 격파해 갈 것을 주문한다.

의두요목 1조, '세존(世尊)이 도솔천을 떠나지 아니하시고 이미 왕궁가에 내리시며, 모태 중에서 중생 제도하기를 마치셨다 하니 그것이 무슨 뜻인가'는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도솔천을 떠나지 않고 왕궁가에 내리셨다'는 부처의 마음, 본래의 마음은 도솔천이든, 왕궁가이든, 빈민가이든 분별성과 주착심에 끌려 거래하는 중생심을 벗어나 차별없이 한결같이 오고 가는 부처의 참 모습 '여래(如來)'를 말한다. '모태중에서 중생제도하기를 마쳤다'는 어머니 태중, 즉 분별과 착심이 없는 최초의 한 생각 이전의 상태이며, 일원의 체성에 합일해 있는 자리로써 자신의 본래마음을 찾는 것이다. 이는 〈대종경〉 성리품16장 "그대가 실상사를 여의지 아니하고 몸이 석두암에 있으며, 비록 석두암에 있으나 드디어 중생제도를 다 마쳤나니라"로 귀결한다.

죽전교당 윤홍기 교도는 "오랫동안 정진하고 싶은 서원이 있어서 아내와 함께 열차와 버스를 타고 이곳을 찾게 됐다"며 "이렇게 작정하고 공부할 수 있는 도량이 있어 가슴이 벅차다. 어려울 것 같은 의두와 성리공부도 알기 쉽고 현대적인 선법으로 설명해 주시니 감격스럽다"고 이번 하선을 최대의 정진기로 삼을 것을 다짐했다.

봉공선, 자연과 함께하는 성리훈련 
소남훈련원은 '봉공선(奉公禪)'을 새롭게 시도한다. 이는 '사상선(事上禪)'과 같은 개념이지만, 사상선은 불가에서 통용되는 말이며, 봉공이란 원불교 용어를 채택함으로써 공중을 본위로 한 훈련에 무게중심을 뒀다. 봉공선은 결코 머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며, 진리를 알아 그것과 일체화된 행동까지를 포함한다. 영육쌍전, 이사병행, 무시선은 이러한 개념에서 나왔으며, 몸과 일, 보은봉공으로까지 선의 정신을 체득하게 한다.

또한 천혜의 환경인 완도의 산, 들, 바다에서 성리훈련을 병행한다. 훈련원 뒷편 '숙승봉(宿僧峰)'은 잠자는 스님의 뒷모습 같이 생겼으며, 우리 자신을 뜻한다. 대산종사는 "잠자는 스님네들이 어서 깨어나 업을 다 씻고 부처가 되라"고 부촉했고, 선객들도 그 의미를 새기며 숙승봉에 오른다. 1시간 정도 산행 후 스님의 정수리에 올라서면 풍광이 선명하다. 오르는 내내 '험준한 산길에 일심이 절로 되듯' 성리 연마가 저절로 된다. 또한 훈련원이 위치한 불목리에는 528.925㎡의 부지가 있고, 길 건너 능선 아래 신선이 숨어 산다는 은선동이라는 계곡이 있다. 그 991,735㎡ 부지에 또 하나의 보물 청해진다원(철산농원)이 있다. 이곳에서 풀을 뽑으며 마음의 번뇌를 제거하고, 녹차밭을 거닐며 마음을 관조하고, 다원에서 생산된 최고 일미의 차 한 잔에 어렵던 성리도 한숨에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성혼이 어려 있는 기도 원력도량
소남훈련원 아침기도에는 1시간 넘게 4천 명의 이름이 염불하듯 허공법계에 울려 퍼진다. 소태산과 9인선진이 방언공사 후 법인기도로 마음을 합하고 천의를 움직였듯이, 소남훈련원 임원들은 땀 흘려 일심을 모은 뒤 천일기도로 역대 스승의 성혼을 체험하고 증명해가고 있다. 제2의 혈인이 피어오르는 소남훈련원. '진짜'로 거듭나는 소남하선은 '춤추는 성리가 진짜!'라는 깨침의 기운을 충만케 한다.

완도소남훈련원 임원들은 365일 열린선방과 훈련공동체 조성을 위해 정진으로 합력하고 있다.

[2018년 8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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