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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유럽의 젊은 영성을 깨우다
명상, 유럽의 젊은 영성을 깨우다
  • 강법진 기자
  • 승인 2018.08.08
  • 호수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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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인문학연구소 공동기획/ 마음&마음
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마음치유·도야센터 유럽탐방② 프랑스·영국편
떼제를 이끌고 있는 알로이스 수사는 "노래는 일치, 침묵은 평등을 의미한다"며 공동체의 정신을 설명했다.
떼제를 이끌고 있는 알로이스 수사는 "노래는 일치, 침묵은 평등을 의미한다"며 공동체의 정신을 설명했다.

[원불교신문=강법진 기자]
청년, 떼제에 가다
세계종교분쟁지에서 현대인들의 마음치유센터로 전환하고 있는 독일의 교회·성당, 선 센터를 둘러본 마음인문학연구소 탐방팀은, 7월10일 프랑스 떼제(Taize) 공동체에 도착했다. 떼제는 1940년 8월, 개신교 로제 수사가 프랑스 남부 브루고뉴 지방의 작은 시골마을을 찾아들면서 시작됐다. 청년 로제 수사는 이곳 떼제를 종교분쟁 없는 '화해의 교회', 청년과 난민 누구나 꿈을 키울 수 있는 영성과 평화의 범기독교적 공동체로 삼고자 했다. 떼제의 정신은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교회일치운동(에큐메니컬)으로 실현되고 있다.

떼제에 머무는 동안에는 누구나 하루 3번 '화해의 교회'에 모여 기도를 한다. 나머지 시간에는 그룹 워크숍과 자원봉사활동을 한다. 모든 역할은 접수 당시 분배되며 그 외에는 공동체 규율 안에서 자유롭게 생활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청년들은 '이곳에 오면 숨통이 트인다'고 할 정도다. 매주 수백 명의 청년들이 들고 나는 이곳, 그 이유는 무엇일까. 로제 수사의 뒤를 이어 떼제 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알로이스 수사(가톨릭)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그는 "딱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모든 형제를 한 가족으로 보는 마음이 청년들을 이끄는 것 같다"며 "청년들이 이곳에 오면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원칙이 있다. 누구든 일주일 후면 모두 떼제를 떠나야 한다. "우리는 청년들이 떼제에 머무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그는 "이곳에서 찾은 하나님의 현존하심, 이웃과의 친교가 더 많은 곳에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떼제의 정신을 전했다. 그럼에도 지난 70년간 떼제에서 종신서약한 수사신부만 100여 명. 이들 중 40여 명은 한국(신한열 수사)·세네갈·방글라데시·남아프리카·브라질·쿠바 등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떼제의 기도는 시작찬송-성경봉독-음송-침묵-기도-마무리찬송으로 이뤄진다. 그는 "노래는 일치, 침묵은 평등을 의미한다"며 특히 침묵은 "자신을 비우고 하나님을 영접하는 시간이다"고 말했다. 떼제의 운영은 수사들이 직접 만든 기념품 판매 수입과 방문객들의 숙식비로 충당한다. 단, 숙식비는 나라별 차등을 두고 자율기부하게 한다. 

탐방팀은 떼제에서 이틀 밤을 묵으며 기도와 간편식, 최소한의 생활로 공동체 체험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물음을 안고 떠나야 했다. 청년, 그들이 떼제를 찾아오는 이유! 그 답을 찾기 위해서라도 다시 한 번 돌아가고 싶어졌다. 

파리 불교아카데미
떼제를 떠난 우리는 원불교 파리교당으로 향했다. 김신원 유럽교구장은 탐방팀의 긴 여정에 충전이 될 한식을 준비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곁들여준 파리교당 교화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란 말로 요약됐다. 이튿날 김 교구장의 안내로 탐방팀은 파리에 있는 린손 불교아카데미(파리국제불학원)를 방문했다. 불교아카데미는 유럽에 불교사상과 문화를 알리고자 어학(팔리어·영어·불어·한자 등), 불교철학, 정좌, 요가, 태극권 등의 교육과정, 그리고 각종 불교강좌와 학술회의를 통해 후진양성에 힘쓰고 있었다. 학원 건물은 베트남·중국·남방 등 다양한 불교 전통이 혼합돼 있으며, 스리랑카·베트남 등 각국에서 온 승려들 20여 명이 숙식하며 수학하고 있었다. 탐방팀을 맞이한 학원책임자 담마라타나 스님(Dr. Tampalawela Dhammaratana)은 "불교는 아시아인으로서 유럽인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이다"고 말했다.

파리 불교아카데미 담마라타나 스님(중앙)과 김신원 유럽교구장.
파리 불교아카데미 담마라타나 스님(중앙)과 김신원 유럽교구장.

아마라바티 명상센터
프랑스 파리에서의 짧은 일정을 마치고 영국 런던(세인트판크라스역)에 도착한 일행은 낯선 이국의 도시에서 현지 가이드 없이 자체적으로 답사를 진행해야 했다. 하지만 아마라바티 명상센터 아잔 순다라 스님(비구니)과 아잔 냐나다사노 스님은 입구에서부터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이곳은 태국 상좌부 전통의 불교사원으로, 아잔 차(Ajahn Chah, 1918~1992)의 제자이자 첫 번째 서양 승려인 아잔 수메도(Sumedho)에 의해 1984년 설립됐고, 현재는 영국인 승려 아잔 아마로(Amaro)가 주지를 맡고 있다. 아마라바티 명상센터는 시골학교를 개조해 넓은 대법당과 ㅁ자 형태의 회랑을 가지고 있다. 안거 위주의 사원이지만 훈련비는 받지 않고 자율적 기부로 운영된다. 이곳에서 출가한 수행자만 수백 명이고, 비구니도 50여 명이 배출됐다.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해 불교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아잔 순다라 스님은 "불교가 세상을 바꾸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욕심이다. 고정된 실체는 없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라는 사실만 명심하면 된다"며 소태산 대종사의 은혜사상을 떠올리게 했다. 상좌부 불교의 전통을 유지하되, 유럽사회에 맞게 남녀차별을 없애고 오직 불교의 수행법을 전하는 데 노력하는 이곳은 불법의 세계화에 큰 시사점을 알렸다. 

담마디파 위빠사나 명상센터
런던에서 차로 3시간가량 달려야 하는 담마디파 위빠사나 명상센터는 재가수행자, 즉 보조교사(Assistant Teacher)가 주축이 돼 미얀마 전통의 위빠사나 명상을 가르치는 곳이다. 이곳에서의 명상 수련은 스승 우바킨의 제자 고엔카(1924~2013)의 음성녹음과 녹화영상을 토대로 보조교사들이 호흡명상과 위빠사나 수련을 이끄는 형태였다. 보조교사는 대부분 자원봉사자이며, 숙련자였다. 이곳의 명상훈련은 10일 코스로, 3일간은 호흡명상(집중명상)을 하고 나머지 7일은 위빠사나 수련을 한다. 수행공간이 남녀별로 철저히 분리돼 있고, 9일 동안 묵언수행을 하고 마지막 날은 소득 나눔을 위해 묵언을 해제한다. 탐방팀이 방문한 날은 해제 직후였다.

탐방팀을 맞이한 두 남녀 보조교사는 정년퇴직을 하고 자원봉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보조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3단계를 통과해야 하는데 충분한 수련 없이는 힘든 코스다. 외양간을 고쳐 만들었다는 숙소는 소박하면서도 매우 정돈돼 있었고, 센터 한편에는 장기수련자들을 위한 법당과 숙소 공간이 조성 중이었다. 이곳을 찾는 선객들은 적어도 10일간은 일상의 번뇌와 분별·주착을 다 놓아버린다. 오직 묵언과 마음챙김, 숲길 명상으로 자신을 찾아갈 뿐! 매 회기 130명이 입선하는 이곳, 재가수행자들의 풍모 속에 마음이 고요해졌다. 

담마디파 명상센터는 10일 코스 호흡명상과 위빠사나 훈련이 진행되며, 재가수행자인 보조교사들이 명상지도를 돕는다.
담마디파 명상센터는 10일 코스 호흡명상과 위빠사나 훈련이 진행되며, 재가수행자인 보조교사들이 명상지도를 돕는다.
카규 삼예 종을 방문했을 때, 설립자 라마 예셰 린포체(왼쪽 두 번째)가 탐방팀을 맞이해 대담했다.
카규 삼예 종을 방문했을 때, 설립자 라마 예셰 린포체(왼쪽 두 번째)가 탐방팀을 맞이해 대담했다.

카규 삼예 종과 런던불교센터
런던 중심가에 자리를 잡은 카규 삼예 종(Kagyu Samye Dzong)은 도심 속 마음치유·도야센터의 모델이었다. 이곳은 서양 최초로 세워진 티베트불교사원인 스코틀랜드의 카규 삼예 링(Kagyu Samye Ling)의 여러 지부 중 하나이다. 사원의 설립자인 라마 예셰 린포체(Lama Yeshe Losal Rinpoche)가 직접 일행을 맞이해줬다. 그는 간단한 다과를 대접하며 "불교의 가르침은 마음에 있다. 스트레스의 근본은 욕심이며 마음챙김을 통해 안정감과 고요함, 자비를 얻을 수 있다"고 서두를 꺼냈다. 그는 팀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도 성심껏 응하며 부처의 가르침은 지혜와 자비를 갖추는 데 있으며 매일 사원에서 이뤄지는 경전공부, 수련도 그 과정의 일부라고 했다. 센터 1층에는 차와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런던불교센터 역시 도심 속 명상센터다. 이곳에서는 3개의 법당이 각각 다양한 구조와 용도로 불교 신자 및 일반인들을 수용하고 있었고, 1층에는 불구와 불교문화·서적을 구입할 수 있는 기념품센터가 운영되고 있었다. 흡사 도심형 원불교 교당의 롤 모델 같았던 이곳은 14박15일 일정으로 계획한 유럽탐방의 마지막 방문지였다.

마음치유·도야센터 건립을 꿈꾸며
이번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탐방팀의 목적은, 마음공부의 확산과 서구사회의 명상센터를 둘러봄으로써 향후 마음치유·도야센터의 건립 및 운영을 구상하고 계획하는 시간이었다. 마음인문학연구소 고시용(법명 원국) 소장은 "탐방지마다 지도자 면담을 가진 이유는 모든 프로그램의 핵심에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지도자 면담을 통해 더 깊이 있는 탐방이 됐다. 구체적 결과물은 e-book이나 총서를 통해 소개하려 한다"며 "결국은 어떤 콘텐츠를 가지고 대중에게 다가갈 것인가 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탈종교화시대, 원불교의 정체성을 담아낼 콘텐츠 개발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3부 레겐스부르크교당을 찾아서는 본지 8월31일자에 게재된다.

프랑스 파리, 린손 불교아카데미(Linh Son Buddhist Academy)를 방문해 학원책임자 담마라타나 스님과 면담했다.
프랑스 파리, 린손 불교아카데미(Linh Son Buddhist Academy)를 방문해 학원책임자 담마라타나 스님과 면담했다.

[2018년 8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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