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대 중반 수학시절, 만덕산 하선 중에 
승산 양제승 종사님은 내 교전 첫 페이지 일원상 밑에 
'一心'이라 적어 주셨다.
그때 나는 일심이 일원상이냐고 여쭸고
승산님은 침묵하였다.
일어나 감사의 절을 올리니 승산님은 빙그레 웃으셨고
나는 그길로 짐을 챙겨서 선원을 나와 버렸다.

일념과 일심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일념과 일심은 다르다.  

일념은 천만가지로 흩어진 정신을  
하나의 생각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 하나의 생각 역시 버려야 할 생각이다. 
나무아미타불이 남아 있다면 삼매에 들어갈 수 없다.

일심의 일은 숫자로서의 개념이 아니다. 
모든 것을 포함하면서 
오직 그 자체로 홀로 존재하는 일이다.

심은 의식으로서의 마음이 아니다. 
지극히 텅 비어 완벽한 무와 같은 상태이지만 
우주만유가 출입하는 존재 또는 상태, 
그 무엇이라고 말 할 수 없는 무엇이다. 

무엇이라고 말 할 수 없는 무엇. 

이런 말도 안 되는 말을 하고 있다 보면
승산님의 깊고 고요한 침묵이 여간 부러운 게 아니다.

집중하고자 하는 마음은 일심공부가 아니다. 
일심공부는 진리와, 우주와 하나가 되는 공부다.  

/삼동청소년회 법인사무처

[2018년 8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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