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부산성적지 도보
하단성적지~범어사 70㎞
혈심어린 선진의 자취 느껴

대산종사가 교도들과 산책 후 반야심경을 설했던 다대포 아미산 야단법석터에서 순례자들이 당시의 대산종사 심경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다. 

[원불교신문=이은전 기자] "넓고 큰 바다 수만 리 텅 비었으니, 나도 없고 사람도 없고 하늘도 없더라." 

다대포 아미산 전망대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며 읊었다는 시구를 들으며 당시 대산종사 심경을 헤아려보고 반야심경을 함께 독송하는 순례자들의 목소리가 잔잔하게 울려퍼졌다. 눈만 뜨면 폭염 기록을 갈아치우는 삼복염천의 더위도 성자의 혼을 찾아나서는 도보순례 발길을 막지 못했다. 

해마다 7월 마지막 주말에 어김없이 진행돼온 '성지도보순례'가 지난해 성주성지에 이어 올해는 7월27일~29일 부산성적지를 찾았다. 

올해 순례는 부산지역의 원불교가 성립되고 발전해온 과정을 훑어가며 간난한 시대를 이어온 선진들의 혈성어린 교화의지를 몸으로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순례자들은 영남교화의 시작인 하단을 중심으로 초기 당리교당 터와 승학산 제석골, 아미산 전망대 등 대종사를 비롯한 성자들의 혼이 배어있는 곳마다 놓치지 않고 눈에 담아 나갔다. 4년째 총괄진행을 맡고 있는 전농교당 노상희 교도가 성적지 해설을, 동래교당 이강원 교도가 선두에서 길을 안내하며 순례단을 이끌었다.

노상희 교도는 "성지도보순례는 선진들의 발자취를 찾아보고 당시의 선진이 돼보는 신앙체험이다"며 "부산성적지는 역대 종법사들이 모두 거쳐간 곳으로 가는 곳마다 성자들의 혼이 배어 있어 뭉클했다. 아미산 전망대에서 반야심경을 독송할 때 순례자들의 감동이 배가 됐다"고 전했다. 

이어 "부산지역의 특성상 교통이 혼잡한 도심을 걷는 코스라 안전에 주의를 더 기울였다"며 "승학산, 강선대 등 난이도 높은 등산 코스가 첫날 일정이라 발에 물집 생기는 일이 일찍 시작돼 고생한 분들이 많았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유례없는 폭염 속에 진행된 이번 도보순례는 부산 도심을 걷는 70km 코스로 참가자들이 쏟아지는 땡볕을 피하기 위해 온 몸을 꽁꽁 싸매고 걸었다.

이강원 교도는 "오랜 전통의 도보순례가 중단될 위기를 맞았을 때, 누구라도 해야하는 일이라면 나라도 보태자 싶어 3년째 집행부에 참가하고 있다"며 "머리가 복잡할 때 걸으면 폭염이라도 오히려 상쾌해진다. 책에서 보는 것보다 성자의 발자취를 직접 호흡해보며 얻게 되는 감동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참가한 동산교당 최도근 교도는 "힘들고 지칠 때 서로를 격려하며 사무여한 정신으로 늦게는 갈지라도 결코 멈추지 않는다는 의지로 도보순례에 임하는 동지들을 볼 때 숭고함이 느껴졌다"며 "한 번 체험해보면 두고두고 잊지 못하고 다시 오게 되는 것이 성지도보순례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번 성지도보순례는 하단성적지에서의 결제식을 시작으로 당리교당 터, 승학산 제석골, 강선대, 동매산, 아미산 전망대, 다대교당, 남부민교당, 용두산공원, 부산극장, 대각사, 부산교당, 초량교당, 부산역, 동래원광노인요양원, 동래온천, 범어사를 거쳐 동래교당에서의 해제한 70㎞가 넘는 일정이었다. 

[2018년 8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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