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 안된다는 패배의식 극복, 지도자의 적극적인 헌신 요구돼
새 지도부 개혁의지 관건, 재가출가 교도 평등한 소통으로 지혜 모아야
교법 4차 산업혁명의 파도를 타야, 문화·시민사회 교화 중요성 대두

6년 전 수위단원 선거에서 당선된 정수위단원, 호법·봉도단원이 소태산 대종사 성탑으로 향하고 있다. 단원들은 성탑 참배에 이어 영모전에서 봉고를 올렸다.

[원불교신문=나세윤] 개혁(改革)은 낡은 제도나 기구 따위를 새로운 시대에 맞게 바꾸는 일을 말한다. 개혁이라는 말은 〈주역〉 혁괘(革卦)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이 있다. 혁괘는 64괘 중 49번째로 변혁과 혁명에 관한 괘다. 혁괘 5효와 상효는 대인호변(大人虎變), 군자표변(君子豹變)으로 근본적인 자기 혁명이 이뤄 질 때 대중의 신뢰를 얻어 혁명이 성공할 수 있음을 상징한다. 개혁이라는 말을 쉽게 쓰지만, 그만큼 실제적 개혁은 어렵다는 이야기다. 

근래 교단 변화의 기점은 '100주년'에 맞춰져 왔다. 소태산 대종사 탄생 100주년을 시작으로 정산종사 탄생 100주년, 대산종사 탄생 100주년, 원불교 100주년까지 '100'이라는 숫자에 의미를 부여해 왔다. 교단 발전 주기인 1대 36년, 1회 12년과 관계없이 말이다. 

이런 흐름에서 원불교 100주년은 재가출가 교도들의 염원을 담아내는 변혁의 동력이 됐다. 하지만 교단 100주년은 기념대회로 대변되는 대규모 집회로 막을 내린 기분이다. 9월에는 수위단원과 종법사가 새로 뽑힌다. 다시 한번 교단 개혁의 염원을 담아, 차기 수위단원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교단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질문을 건넸다. 설문에 답해 준 응답자는 전·현직 수위단원(호법 포함), 교단 중요 직책을 역임했던 출가자, 교단발전담론회 회원 등 11명이다. 

차기 종법사와 수위단원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7가지 문항 중, 차기 교단지도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에 대해 ① 생기 넘치는 교단, 통합과 적공, 헌신하는 지도층, 교단혁신 ② 집단지도체제(종법사 1인 체제 유지 어려워) 강화로, 교단변혁 이끌어야 ③ 교헌개정과 교구자치(교화구조개선 포함) 심화 ④ 수위단원의 교단 주요 직책 겸직을 금하고 교단개혁에 앞장서야 ⑤ 교단 3대의 객관적 평가와 4대 면밀한 준비 ⑥ 재가출가의 교법정신 확립(창립정신) 및 재무장 등을 꼽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향후 교단 지도부는 종법사 1인 체제의 경륜보다 종법사와 수위단원이 함께하는 집단지도체제강화다. 여기에 전제돼야 하는 것은 수위단원의 교단 주요 직책에 대한 겸직 금지다. 

차기 수위단원은 주요 직책 겸직대신 한가하고 부담이 적은 교당이나 기관에 주재하면서 교단 개혁에 대해 깊이 연마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역자제도, 출가용금제도, 교헌, 인사제도, 교구자치 등 교단 제도혁신에 매진하며 종법사와 교단 발전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응답이다. 

이와 더불어 재가출가 교도들의 마음이 살아나게 하고(사기진작), 교단의 발전 방향을 잡는 교헌개정과 교구자치제 심화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교단 규모에 비해 벌여진 사업이 방만하게 운영되지 않는지를 면밀히 살펴 개혁의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는 대답이다. 또 사대불이신심과 공부심이 종교의 생명인 만큼 우리 교단만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이 급하다고 언급했다. 

수위단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차기 수위단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에 대해서는 ① 개혁하려면 대중의 비난과 지탄을 감내하고 설득해야 ② 수위단회가 교단발전·사회이슈 등 끝장 토론하는 문화 정착 ③ 재가출가 인재양성 급선무 ④ 교단 3대 3회말 비전문(10대 과제 선정) 만들어 개혁 공유 ⑤ 공부 교화정책 등 세부 전략 확실하게 숙지해야 ⑥ 집단취사력으로 행동하는 수위단원 등을 뽑았다. 수위단원들이 개혁에 앞장서려면 헌신적인 자세로 세대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현장에서 토론하고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교단이 지켜가야 할 질서와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어떤 행위에 대해서는 결코 방기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교리의 최종해석에 관한 사항을 의결하는 수위단회인 만큼 사회·세계의 이슈에 적절한 교리적 해석을 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상위 교화단으로 수위단원이 신앙·수행(공부)의 모범이 돼야 개혁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지속가능한 생명력을 얻는 데 매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집단지도체제에서 재가출가 교도가 평등하게 소통하는 장을 마련해 교단 발전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눈에 띄는 부분은 집단취사력이 부족한 교단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단단한 각오와 열정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 지도부의 교화정책은 어느 방향으로
역대 교정원은 교화 최우선 정책을 펴 왔으나 교화정체는 계속되고 있다. 이에 새 지도부의 교화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물었다. ① 환경 다른 교화현장에서 다양한 접근으로 교화성공 모델을 만들어 공유 ② 제4차 산업혁명시대 미래교단 존립 달려, 변화의 파도 타야 ③ 지구 내 교당 연대와 공동체로 맞춤형 교화 전략 ④ 시대에 맞는 교화단 재해석 필요 ⑤ 교리의 시대적 해설서 마련, 정신개벽 방향로 설정 ⑥ 사회와 시대 요구하는 소비자 위주의 교화(공급자 중심 아닌) ⑦ 시민사회 참여와 문화교화 강화 등을 선정했다. 

눈길을 끄는 답변은 중앙총부의 획일적인 교화정책은 성공할 수 없고, 현재도 교단 과제와 일선 교당의 과제는 일치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의견이다. 교단과 교정원, 교정원과 교구, 교구와 지구, 지구와 교당이라는 관계는 허울뿐으로 경제나 행정은 총부에서 고민하되 교화는 지구 규모에서 연구하는 방안도 모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른 응답자는 교화 최우선 정책을 펴 왔다는 질문에 대해 실상은 말만 그렇게 했고, 적정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지 않는 실천력 없는 교화 최우선 정책을 펴왔다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화여야 한다고 주장이다. 

교단개혁 지체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교단 전반적인 개혁 점수를 준다면 어느 정도 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70점~20점으로 낮은 점수를 줬다. 9명(미기재 제외)의 평균은 46.6점(100점 만점)이다. 객관적인 개혁평가지표가 없는 상태였지만, 미기재 응답자 역시 후한 점수보다 하위 점수에 손을 들었다. 원기99년과 101년, 그리고 원기103년이 지나는 동안 특별한 것이 하나도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현장 소식을 전했다. 개혁철학의 부재로 새로운 원불교 2세기의 시대적 소임과 비전의 중요성을 알지 못하고, 관행과 형식논리에 안주했다는 주장이다. 또 출가교화단 총단회가 당면이슈에 매몰돼 개혁 동력을 잃었고, 혜안 없는 여론에 개혁방향이 흔들렸다는 의견도 나왔다. 

교단개혁의 지체 원인으로 ① 교단 지도부의 결단과 실천력 미약 ② 구성원 스스로의 개혁의지(시대적 사명감) 부족, 의욕 상실 ③ 종법사의 개혁의지 부족 등을 꼽았다. 한 응답자는 현 상황에서 교단개혁에 대해 어디에서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결국은 행정, 집행, 입법 등을 주도한 지도부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서술했다. 때문에 차기 지도부는 작정하고 확실한 전략을 죽기로서 실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교화현장 역시, 하고자 하는 의욕과 사기가 절망상태로 그저 나 하나 유지하고 살아가는 데 급급한 형국이라고 소식을 전했다. 

제도혁신 분야 중 가장 더딘 곳은 어디냐는 물음에 ① 교헌개정(총체적 혁신 방법) ② 출가용금제도 개선 ③ 인사제도(3년 단위 순환인사제 폐해) ④ 교역자제도(재가자 교육과 활동 시스템 부족) 등을 선정했다. 

과연 교단 새 지도부가 교단개혁을 잘 이끌 수 있을까하는 질문에는 대체로 긍정적인 답변을 쏟아냈다. 한 응답자는 철저한 교법정신을 가진 새 지도부가 구성되면 교단개혁은 충분히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답했다. 또 80대20의 이론을 예로 들며 새 지도부가 20의 역할을 열심히 한다면 가능하다는 긍정적 전망이다. 결국 개혁의지를 가진 새 종법사와 수위단원이 교단개혁을 이끌 수 있다는 응답이다. 

재가출가 교도 다수의 의견과 다를 수 있으나 교단 정책을 다뤘던 응답자들의 공통된 의견은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특히 차기 수위단원들은 역사를 거울삼아 새 이정표를 만드는 데 이번 기획을 참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8년 8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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