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지 못하지 몸 불편한데 무엇을 가졌기에 그다지 기운은 살았소.
그뿐인가요.
일편의 토지 없고 일간의 집도 없소.
갖고 싶은 마음조차 전혀 없소.
아 아 형이여!
나에게 만일 가진 것이 있다면
오직 그 이 만나려는 생각 하나뿐이요.
그런데 형이여!
그 이는 무엇이기에, 모든 낙 다 버리고
오직 순종 하라 한다오.
이 몸이 유한이니 만일 영원 된다면 이 몸 바쳐 따르겠소.
글- 숭산 박광전(1915~1986) 종사
출처-금강 창간호(1946년)
이 시의 출처는 금강 창간호다. 금강지는 원광대학교의 전신인 유일학림 1기생을 중심으로 주산종사 종재식에 맞춰 '추모문집' 형태로 발간했다. 교단 내 전무출신 남녀 청년들로 구성된 금강단 창단 기념 잡지였으나 창간호에 그치고 말았다.
이 시에서 '그 이'는 주산종사를 지칭한다. 그는 원기 24년 총부 교감으로 부임해 좌선시간에는 부동의 자세로 진경에 드는 모습을 학인들에게 전수시켰다. 또 학원생들에게는 일일이 개인지도를 했다. 그때 학원생이었던 제자들 중에는 그의 지도가 거름이 돼 교단의 중심 인재가 됐다. 그는 원기30년 8월15일 광복을 맞아 전재동포구호사업을 전개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사업을 전개하던 중 발진티푸스 전염병에 감염되어 40세의 젊은 나이에 열반했다.
이 시는 주산종사가 투병할 때의 모습은 물론 그 정신세계를 엿 볼 수 있다. '무엇을 가졌기에 그다지 기운은 살았소'라는 한마디에서 법맥이 전해지고 사랑이 느껴진다.
'오직 할 뿐, 순종하겠다'는 의기를 보여준다. 짧은 시에서 생사자유를 얻은 공부인들 사이에 주고받은 기운이 어려 있다.
/둔산교당
[2018년 8월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