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원기 103년 8월 16일 저희 6남매는 아버지 존령 전에 고백하옵나이다.

아버지! 아버지! 오 나의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저희 6남매의 정신적 지주이자 뒤에서 버텨주시는 태산이고 바다였습니다. 자식들이 세상살이에 고민하고 좌절과 실의에 빠질 때마다 말과 행동으로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주셨고 저희들은 원불교의 큰 신앙을 교전에서가 아니라 아버지를 보면서 깨칠 수 있었습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는 것은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것임은 잘 알지만 지금 저희들 가슴속에 태산이 무너진 듯 허망하고 안타까운 것은 되돌릴 수 없는 현실임을 너무나 잘 알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일제 식민지 시대의 유년기와 6.25를 거친 청년기를 지나서 4.19, 5.16까지의 힘든 격동의 시기를 보내셨습니다. 그 시대에 겪은 마음과 몸의 상처는 아물지 않은 큰 흉터를 남겼지만 슬픔이 가득한 세월을 묵묵히 스스로를 위로하고 인생의 고뇌를 학문으로 해결해 보고자 하는 구도의 시작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타고난 끈기와 열정으로 그리고 다생에 걸친 선연과 공덕으로 이 곳 저 곳을 찾아서 구도하던 중 비로소 원불교 정법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정법을 만나서는 순정으로 여일하게 몸과 마음을 다해 진리를 찾아가는 열정의 구도자의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앉아서의 수행보다는 사람들과 더불어 하나라도 행동으로 실천하는 운동가의 길을 자처하셨습니다. 열 식구의 가장으로서의 신산한 짐을 혼자서 다 짊어지고 과로의 끝이라고 불리는 한쪽의 구완와사를 얻으셨고 다시 한 번 다른 쪽의 구완와사로 균형을 맞추시기도 하셨고 지독한 장염으로 힘든 시기도 있었습니다. 이런 어려운 시기를 지나면서도 자녀들에 대해서는 저희들이 늘 부족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본인들의 의사를 존중하며 보살펴주신 은혜로 각자의 자리에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세상의 복중에서 부모 복이 가장 크다고 하는데요. 다음번에도 다시 부모 자식의 인연으로 만날 수 있을까요? 만나게 된다면 이번에는 저희들이 그 은혜를 갚아 보고 싶습니다.

아버지의 일생을 돌이켜보면 몸은 비록 힘들었지만 마음은 늘 충만하고 행복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버지께서는 원불교를 만난 후에 그 동안 원불교 청년회, 청운회, 종교연합운동, 새삶회의 많은 길을 열어 놓으셨고 직접 종사의 길을 걸으시었습니다. 이생에 아쉬움이 있다면 종교연합운동의 큰 마무리를 하지 못한 것이라며 그 아쉬움을 다음 생에는 미국에서 태어나 종교연합운동의 끝을 보시고 인류에게 더 나은 삶의 길을 제시하겠다는 다음 생의 목표도 밝히시었습니다. 저희 6남매는 아버지의 대원에 누가 되지 않도록 남은 생을 더욱 경건하고 성실하게 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겠습니다. 아버지께서도 아쉬운 마음 더 큰 원에 합치되도록 이 서원 다음 세상에서 꼭 이루시기를 기원합니다. 저희도 언젠가 가게 되는 그 길에는 더욱 정진하여 후회되지 않는 삶을 살아가겠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항상 존경하고 끝없이 사랑하는 아버지 존영이시여!

다시 이 회상에 몸을 나투시어 새로운 길을 가실 때

아버지의 서원대로 모든 종교의 근원은 같다는 삼동원리의 이치대로

종교연합운동의 대단원으로 세상에 이익주고

일체중생을 구원하는 성자가 되시기를 간절히 기원하옵니다.

아버지 존령이시여! 하감하시옵소서!!

/아들 김종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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