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종 은은히 울리면 
법향 그윽한 법당에 앉아
나를 잊을 수 있는 나 얼마나 행복한가

마지막 여정에 초롱 밝혀 동행하고
마주 잡은 손, 간절한 눈빛으로 
고운 이별을 함께하는 나 얼마나 행복한가

저문 날 바람 사이 별들이 뜨면
참회 기도로 하루를 돌아보며
영겁의 세원을 챙겨 잠이 드는 나
얼마나 행복한가 

 

글-선타원 이정선(1947~2018) 정사
출처-<하늘 길 배웅하는 길목에서> 선타원 유고집


그리운 스승님들 가까이 모시고 유상무상의 설법 받들며 도심이 익어갔던 선타원님. '얼마나 행복하셨을까' 그 마음 헤아려 본다. 

행복하면 행복이 배어 나오고, 힘들면 힘듦이 고스란히 행동으로 배어 나온다. 선한 자비심이 그대로 눈망울에 배어 나왔던 선타원님의 하루를 보는 듯한 시다. 
'병원에 놀러와' '요즘은 어떻게 지내' 안부를 물어주시던 그 음성에서도 늘 선한 마음이 전해왔다. 

올 여름 유난히도 더웠다. 더위 속에 지내며 내 심신작용은 어떠했던가 되돌아 보게 한다. 지금 여기, 내가 위치한 이 곳이 얼마나 행복한 교화장인가? 얼마나 감사한 만남들인가? 얼마나 은혜로운 시간인가? 행복한 소리가 배어나도록…. 

/둔산교당

[2018년 8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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