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경보다. 낮 기온이 40도를 넘고,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 또한 두 자리를 기록한, 그야말로 '재난급'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최고조의 더위에 그래도 가장 힘든 것은 예나 지금이나 서민들이다. 여름은 아픈 사람들에게, 취약한 사람들에게 더 불볕은 아닐까. 

9월이 바라봐지는 건, 폭염이 꺾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만은 아니다. 교단 3대말, 4대초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선출하는 선거가 9월에 있다. 9월13일 정수위단원 선거, 9월16일 봉도수위단원 선거, 직후 호법수위단원 선거, 9월18일 종법사 선거가 치러진다. 선거관리위원회 활동이 본격화됐고, 차기 정수위단원 54명의 후보자도 확정됐다. 

정수위단원 선거는 출가교역자와 중앙교의회 재가의원이 한다. 올해 정수위단원 선거 유권자는 총 2500여 명(출가 2050명, 재가 400여 명)수준이다. '재가교도의 선거권이 출가교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는 목소리는 어제 오늘 불거진 것이 아니다. 

중앙교의회 의원 320명과 전체교당(520개)의 교도회장 350명(의원겸직 제외)으로 재가 유권자를 확대하자는 목소리는 헛헛한 외침이 됐다. 그러나 재가유권자 400여 명 규모도 '재가교도의 선거권 확대'를 줄기차게 외쳐댔던 고달픈 소득이라 애써 위안한다. 

헛헛한 외침이 이뿐일까. 재가 교도로 구성된 교단발전담론회는 천안아산에서, 중앙총부 대각전에서, 대전에서 오프라인 모임을 갖고 '더 나은 교단'을 위한 치열한 담론을 이어갔다. 온라인 토론 열기도 식을 줄 모른다. 담론회는 현안들 가운데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사안으로 '정수위단원 재가후보 추천의 건'을 선정했다. 

8차 개정(103.03.26)된 '수위단원 선거규정' 제5조(후보추천)1항에는 '정수위단원 후보는 수위단원 후보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원회라 한다)에서 정수위단원 정원의 3배수를 추천한다'고 명시돼 있다. '전무출신 중에서 추천한다'는 기존 내용(97.08.29)이 상위법(교헌)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삭제됐다. 정수위단원 후보에 재가도 참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담론회가 수위단원후보추천위원들에게 청원한 '거진출진의 정수위단원 후보 추천'의 법적 근거가 되지만, 이 또한 선거규정에서만 실현 가능한 요원한 이야기는 아닐까.  

종법사 선거, 교서편정, 교헌·교구의 제정 및 개발, 법강항마위 이상의 법위승급, 교정원장 감찰원장 임면 동의, 교정 중요정책 수립 등 '명실상부한 교단의 얼, 교단의 중심'으로서 수위단회의 권한이 만만치 않다. 그러니 선거를 앞두고 드는 생각이 가볍지 않다. 이미 백 년 전 남녀권리동일을 외쳤던 대종사 회상에서, 재가출가 차별 없는 지자본위를 기대한다면 나만의 꿈일까. '전무출신 중에서 추천한다'는 삭제된 문구가 더 선명하게 기억되는 오늘이다.

[2018년 8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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